코로나에 맥 빠져도, 맥주는 빠질 수 없다…‘집맥’ 하라

2021.07.14 21:35 입력 2021.07.14 21:38 수정

코로나에 맥 빠져도, 맥주는 빠질 수 없다…‘집맥’ 하라

여름 해가 길다. 무더위를 날리기에 하루 끝자락에 마시는 차가운 맥주만 한 것이 있을까.

독일 속담에 ‘맥주는 양조장 굴뚝 그늘 아래서 마셔야 한다’는 말이 있지만, 잘 고른 맥주에 맞춤한 음식, 흥겨운 음악까지 어우러지면 내 집도 아일랜드의 여느 펍(Pub) 못지않은 ‘홈펍’이 될 수 있다.

코로나19가 잠잠해지나 싶어 휴가 갈 생각에 마음이 살짝 들떴지만, 델타 변이 바이러스 감염이 확산되고 있으니 어쩌겠는가. 바이러스 걱정 없는 집에서 펍에 온 기분을 내보자.

■캬~ 오늘 퇴근 후 한 캔

깔끔한 맛 원한다면 라거
과일향을 좋아하면 에일
알코올에 약하면 ‘애플사이더’
제조일자 1년 내로 사야

바야흐로 이젠 배달의 시대
원하는 맥주 시켜먹는 재미도
취향 모르겠다면 하나씩

맥주가 다 똑같지. 한때 국산 맥주는 대형 주류업체 두세 곳의 제품밖에 없었다. 하지만 요즘은 종류가 너무 많아 고르는 게 일이다. 수입 맥주 일색이었던 ‘4캔 1만원’ 행사에 국산 수제맥주와 대기업 맥주도 합류해 수백종에 이른다. 대형마트나 편의점 맥주 코너 앞에서 맥주 애호가들은 뭘 마셔야 할지 행복한 고민에 빠지게 된다.

어떤 맥주를 골라야 할까. 답은 당연히 없다. 입맛에 맞으면 그게 나의 ‘인생맥주’다.

영국에서 열리는 한 맥주대회에서는 심사위원들에게 이렇게 묻는다고 한다. “이 맥주를 일부러 마실 용의가 있습니까.”(책 <취향의 탄생>)

종류만 알아도 맥주 고르기는 훨씬 쉬워진다. 맥주는 발효 방법에 따라 라거(lager)와 에일(ale), 람빅(lambic)으로 나뉜다. 람빅은 벨기에 일부 지역에서만 생산되는 자연발효 맥주로 현재 국내 마트 등에서 판매되는 맥주는 라거와 에일이 대부분이다.

가장 보편적인 라거 맥주는 저온(9~15도)에서 발효시킨다. 라거의 어원인 라겐(lagern)은 ‘저장하다, 묵히다’라는 뜻의 독일어. 깔끔한 맛이 특징이다. 클라우드, 맥스, 필스너 우르켈, 하이네켄, 칼스버그, 스텔라 아르투아, 칭다오, 벡스 등이 이에 해당된다.

에일은 라거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온도(16~24도)에서 짧게 숙성시킨 맥주다. 발효 과정에서 생겨나는 부산물로 인한 씁쓸하고 강한 맛과 과일이나 꽃을 연상케 하는 진한 향이 특징이다. 페일 에일·인디아 페일 에일(IPA)·스타우트·포터가 모두 에일 맥주다. 맥아가 아닌 밀이 주원료인 제주 위트 에일, 구스 아일랜드 등 밀 맥주도 에일에 속한다.

달달한 맥주도 있다. 사과를 발효해 만든 술인 애플사이더는 스파클링 와인 같은 느낌이 든다. 얼음을 넣어 마시면 한층 시원한 맛을 느낄 수 있다. 술을 잘 마시지 못하는 사람이나 기분 좋게 단맛을 즐기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한다. 매그너스, 서머스비, 애플폭스 등이 있다.

가격은 좀 비싸지만 흔하지 않은 외국 수제맥주들도 마트에서 팔고 있다. 보이면 당장 사는 것이 남는 거다. 더 자세한 정보를 알고 싶다면 전 세계 맥주에 순위를 매기는 사이트 ‘레이트 비어’(www.ratebeer.com), ‘비어 애드버킷’(www.beeradvocate.com) 등에서 맥주 이름을 검색해보면 된다. 국산 수제맥주에 대한 리뷰도 있다.

그래도 도통 모르겠다면 ‘도장깨기’하듯 하나씩 먹어보고 나만의 맥주를 찾으면 된다. 맥주를 더 맛있게 먹기 위해서는 캔맥주 바닥이나 병맥주 목에 표시돼 있는 생산일이나 품질유지기한도 확인할 것. 맥주에도 제조일자가 있다. 당연한 소리지만 기한을 넘긴 맥주는 향이 사라지고 맛도 좋지 않다. 품질유지기한은 해당 식품 고유의 품질이 유지될 수 있는 기한을 말한다. 캔과 병맥주는 1년 이내다.

전문 펍에서만 맛볼 수 있는 수제맥주를 마시고 싶다면 업체를 방문해 직접 포장해오거나 배달해 먹으면 된다. 대형마트나 편의점에서 구하기 힘든 수제맥주를 캔이나 병에 담아 판매하는 업체들이 제법 있다. 직장인 송문경씨(42)는 “전문점 맥주가 아무래도 맛이 더 좋기 때문에 퇴근길에 근처 매장에 가끔 들러 IPA 맥주 포장을 해온다”고 말했다. 배달 앱에서 주문도 가능하다. 단, 주문한 음식 값보다 술값이 비싸면 안 된다.

■술맛 살리는 ‘안주발’

(왼쪽부터)푸틴과 햄버거, 치즈&살라미&크래커, 올리브, 한치를 튀겨 만든 ‘칼라마리’

(왼쪽부터)푸틴과 햄버거, 치즈&살라미&크래커, 올리브, 한치를 튀겨 만든 ‘칼라마리’

감바스·칼라마리·푸틴 등
어울리는 안주들도 많아
만들기 귀찮다면
오이에 김 싸서 간장 찍먹
맛있어 깜짝 놀랄 수도

집에서도 전문 펍 못지않은 다양한 안주에 맥주를 즐길 수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맥주와 어울리는 무궁무진한 안주 레시피들이 공유된다. 가정 간편식을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최근 집에서 만들기 번거로운 안주를 간편한 조리법으로 재현한 안주 전용 식품들이 많이 있다. 가격 부담도 없다.

맥주를 마실 때 음식과의 조화까지 고려하면 한층 더 맛있다고 하지만 사실 맥주는 어떤 음식과도 잘 어울린다. 굳이 콕 집어 말한다면 과일향이 특징인 에일은 새우를 올리브유에 볶은 스페인 음식 감바스와 잘 어울린다. 레몬, 감귤, 오렌지 등 열대 과일 향과 오일이 조화를 이루기 때문이다. 흑맥주는 튀김 같은 기름진 음식이나 돼지고기 등 육류 요리와 즐기면 좋다. 부드럽고 쫄깃한 식감의 동파육이나 떡갈비에 흑맥주를 곁들이면 깊은 맛이 배가된다.

서울 종로구 통인동 프렌치레스토랑 ‘퀴진 라끌레’의 셰프 배진성씨가 추천하는 맥주 안주는 칼라마리(Calamari)다. 칼라마리는 한치를 링 모양으로 썰어 튀긴 요리다. 외국의 펍 메뉴에서 빠지지 않는 안주 겸 에피타이저라고 한다. 배씨는 “기름기 많은 튀김은 맥주의 목 넘김을 좋게 한다”면서 “우리나라 튀김과 달리 칼라마리는 반죽물 없이 한치에 바로 밀가루를 묻혀 최대한 얇게 튀겨내는 게 포인트다. 한치의 비린내 등 잡내를 없애기 위해서는 우유에 담갔다가 튀기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그가 추천한 또 다른 안주는 푸틴(Poutine)이다. 푸틴은 캐나다 퀘벡주의 전통 음식으로 감자 튀김에 치즈 커드(치즈의 원료로 우유에 산이나 효소를 넣어 응고시킨 것)를 얹고 그레이비 소스를 뿌린 요리이다. 커드나 소스류는 시판되는 제품들이 있으니 집에서 푸틴 만들기에 한번 도전해 보자. 원하는 육류나 채소를 곁들이면 다양한 맛의 푸틴을 즐길 수 있다. 배씨는 “코로나19로 거리 두기를 하다보니 수제맥주와 푸틴, 햄버거 등을 포장해 가는 고객도 많다”고 했다.

요리 실력이 대단치 않아도 간단한 재료만으로도 근사한 맥주 안주를 만들 수 있다. 얇게 썬 오이를 김으로 감아 간장에 찍어 먹어 보자.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조합이지만 의외로 맛이 좋다. 저염 명란을 프라이팬에 구워 얇게 썬 마늘과 함께 김에 싸먹어도 맥주와 잘 어울린다. 치즈와 크래커, 소시지, 견과류 등을 함께 접시에 담아내기만 해도 그럴싸한 모둠 안주가 된다. 매콤한 음식이 맥주와 잘 어울린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 양념장만 따로 판매하는 비빔면 소스만 있으면 골뱅이 무침 정도는 뚝딱 만든다.

맥주 하면 빠질 수 없는 무라카미 하루키는 어떤 안주를 즐겨 먹을까.

“연근을 얇게 썰어서 식초를 탄 물에 잠시 재워둡니다. 떫은맛을 빼는 거죠. 그리고 종이 수건으로 물기를 제거합니다. 소금, 후추를 뿌립니다. 그리고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가열한 다음, 가볍게 튀깁니다. 취향에 따라 고추를 넣습니다.”

그는 집에서 간단히 만들 수 있는 맥주 안주를 알려달라는 독자의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더운 날씨에 불 앞에서 요리하기 싫다면 우리에겐 배달 앱이 있다. 클릭 한번이면 원하는 안주가 집 앞까지 온다.

■리듬에 맞춰 ‘두둠칫♪♪’

그리고 방탄소년단의 ‘버터’

그리고 방탄소년단의 ‘버터’

퇴근 후 뜨거운 물로 샤워하고 나서 마시는 시원한 맥주. 제대로 맛 보려면 잔에 따라 먹는 것이 좋다. 전용잔이 없으면 와인 잔도 괜찮다. 맥주와 딱 어울리는 음식까지 있으니 이젠 세상에서 가장 편안한 옷을 입고 즐기기만 하면 된다.

기분 좋게 취하는데 음악이 빠지면 섭섭하다. 스마트폰에서 검색만 하면 모든 장르의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세상이다.

펍의 나라 아일랜드의 더블린이 배경이 된 영화 <원스>의 삽입곡 ‘폴링 슬로리(Falling Slowly)’를 들으며 분위기를 내 보자. 너무 처진다면 힙합 아티스트 24케이골든(24kGoldn)의 ‘무드(Mood)’나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버터(Butter)’에 맞춰 ‘두둠칫’ 몸을 흔들면 흥이 오른다. 음악은 그야말로 개인의 취향이니 클래식이든, 트롯이든 뭘 들어도 상관없다.

홈펍에서는 안주도 음악도 내 맘대로, 화장실에서 줄 서서 기다릴 필요도 없다. 잠들어도 괜찮고, 귀갓길도 신경 쓰지 않아도 되니 이만하면 훌륭한 펍이다. 그래도 아쉽다고. 한강 둔치나 야외에서 맥주를 마시며 여름밤 낭만을 즐기던 호사도 누릴 수 없게 됐으니 도리가 없다. 집에서 오늘도 한 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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