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가톨릭 역사상 첫 이라크 방문…코로나19·불안한 치안 뚫고 종교 화합과 기독교인 위로

2021.03.05 21:07 입력 2021.03.05 22:54 수정

3박4일간 시아파 지도자 만나고

모술 찾아 전쟁 희생자 추모도

교황, 가톨릭 역사상 첫 이라크 방문…코로나19·불안한 치안 뚫고 종교 화합과 기독교인 위로

프란치스코 교황(사진)이 가톨릭 2000년 역사상 처음으로 이라크를 방문했다. 코로나19와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테러 위험으로 만류하는 목소리가 많았지만, 교황은 “평화와 화합을 전하기 위해서라면 위험을 감수할 가치가 있다”며 순방 의지를 꺾지 않았다. 이라크인들은 종교를 막론하고 교황의 방문을 뜨겁게 환영했다.

5일(현지시간) 이라크 바그다드 공항주변에는 교황이 도착하기 전부터 이라크 국기와 바티칸 국기를 양손에 든 환영 인파가 가득했다. 바그다드에 사는 시아파 무슬림 미크다드 라드히는 “교황의 방문이 우리가 화합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NBC방송에 말했다. 교황은 이라크 대통령궁에서 가진 첫 연설에서 “폭력과 극단주의 파벌과 편협함을 종식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라크는 원래 중동에서 가장 많은 종교와 민족이 공존하던 ‘문화와 종교의 용광로’였다. 기독교와 이슬람교, 유대교가 선조로 삼는 아브라함의 태생지가 이 곳에 있다. 기원전 586년 유대인들이 포로로 끌려갔던 바빌론 왕국이 현재의 이라크이고, 예수의 열두 제자 중 도마가 기독교를 전파한 이래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기독교 공동체가 존재해온 곳 또한 이곳이다. 같은 뿌리에서 갈라져 나온 덕분에 많은 공통분모를 갖고 있는 기독교, 유대교, 이슬람교의 유적들은 종교 화합의 현장이기도 했다.

하지만 2003년 사담 후세인 정권이 무너진 후 극단주의 무장단체가 세력을 확장하고, 2014년에는 알카에다보다 더욱 극단적인 IS가 등장하면서 문화적 다양성에 자부심을 가져온 이라크인들의 자랑은 산산조각이 났다. 2002년 140만명에 달했던 이라크 내 기독교인들은 극단주의 단체의 박해를 피해 뿔뿔이 흩어져 2019년 25만명 아래로 줄어들었다.

교황은 2013년 즉위 이래 여러 차례 이라크를 방문하고 싶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피력한 바 있다. 전란으로 찢긴 이라크를 위로하고 화합의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이 변수가 됐다. 이라크 내 극단주의 단체의 테러 공격도 끊이지 않아 교황청 안팎에서는 일정을 연기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많았다. 전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와 베네딕토 16세도 이라크 방문을 추진했지만 전쟁 위기가 고조되며 방문을 취소한 바 있다. 하지만 교황은 지난 3일 주례 연설에서 “이라크인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며 이라크 방문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교황은 8일까지 3박4일간 이라크에 머문다. 도착 당일에는 2010년 테러로 50명 이상이 숨진 수도 바그다드의 구원의 성모 성당에서 성직자들을 만난다.

또 6일에는 이슬람 시아파 성지인 나자프로 이동해 이라크에서 가장 존경받는 시아파 성직자인 그랜드 아야톨라 알리 알 시스타니를 만난다. 가톨릭 교황과 이슬람 시아파 지도자의 사상 첫 만남이다. 교황은 이어 아브라함의 고향인 우르 평원을 방문해 종교 간 모임을 갖는다. 7일에는 한때 다양한 종교인이 공존했지만 IS에 의해 황폐해진 모술 지역을 찾아 전쟁 희생자를 추모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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