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6년 키우기도 힘든데 11년 된 인삼이 나타났다고?

2020.09.23 14:37 입력 2020.09.23 14:48 수정

전북 진안군 부귀면에서 인삼을 11년이나 키운 박형순씨가 21일 인삼밭에서 캔 삼을 들어보이고 있다.

전북 진안군 부귀면에서 인삼을 11년이나 키운 박형순씨가 21일 인삼밭에서 캔 삼을 들어보이고 있다.

인삼은 가장 오래 키운 것이 6년근이다. 6년을 넘어서면 토양환경이 척박해져 타 거나 썩어 버리기 때문이다. 인삼을 6년근으로만 키우는데도 절반가량의 고사를 감수하며 공을 들여야 한다. 그런데 11년이나 키운 인삼이 있다고 했다. 한국인삼공사와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 “11년된 인삼이 희귀한 것이냐”고 물었다. 돌아온 답은 “11년은 고사하고 7~8년을 키웠다는 얘기도 지금까지 들은 적도, 본 적도 없다”였다.

궁금증을 풀기 위해 21일 전북 진안군 부귀면 대동마을을 찾았다. 전북인삼조합 박철한 상무(45)가 “인삼을 직접 확인하고 싶다”며 동행했다.

농민 박형순씨(64)가 해발 500m 보재산 자락 자신의 인삼밭으로 안내했다, 인삼은 가을철이 되면 줄기와 잎이 모두 사라진다. 하지만 900㎡ 남짓한 박씨 인삼밭에서는 드문드문 죽대(줄기)가 보였다. 박씨가 큰 죽대의 인삼 하나를 골라 호미로 파기 시작했다. 서너 개의 인삼이 모습을 드러냈다. 크기는 작았지만 여러개의 뇌두는 지난 세월의 연륜을 간직한 채 선명한 모습이었다. 이윽고 본 줄기의 인삼이 자태를 나타냈다. 지금까지 어디서고 볼 수 없었던 크기의 우람한 인삼이었다.

박 상무는 “국내 인삼 역사상 이렇게 오랫동안 커 온 인삼은 없었다. 흠 잡을데 없이 튼실한 모양까지 갖추고 있으니 대단하기 그지없다”면서 “인삼의 고장이 진안이지만 11년간 자랄 수 있었던 것은 탁월한 토양과 기후 등 천혜의 서식여건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이 농민이 11년전 인삼경작신고를 했고, 매년 촬영된 항공사진을 분석해 본 결과 수령은 틀림 없다”고 인증했다.

농민 박씨가 인삼을 11년이나 경작한 이유는 인삼농사에 대한 애착과 아쉬움에서 비롯됐다. 그는 13세 되던 때 부친이 작고하자 어려서부터 인삼농사를 배웠다. 처음엔 남의 인삼밭을 관리했다. 이후 45년동안 자신의 인삼밭 3만여㎡을 가꾸며 ‘인삼박사’가 됐지만 인건비를 감당할 수 없었다. 기계농사를 궁리하던 그는 11년전 현대화 시설을 갖춘 한우축산농으로 전업했다.

박씨는 “젊음을 다 바쳤던 인삼밭이었는데 어쩔 수 없이 한우를 키우게 되면서 안타까움이 너무 컸다. 그래서 조금 남겨둔 인삼밭을 조석으로 풀을 매고 돌 봤다”면서 “6년을 넘어서면서부터는 얘들도 힘이 빠져 사라지겠지 생각했는데 지금까지 버텨주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아내와 자식들이 그만 인삼밭을 포기하라고 성화를 대는 바람에 섭섭하지만 올해로 끝내야 할 것 같다”며 “11년근 인삼을 진안에서 키워냈다는 자부심은 영원히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인삼공사 관계자는 “인삼도 산삼과 같이 수십년 또는 백년씩 서서히 키울 수 있으면 약효가 산삼에 버금갈 수 있을 것이나 불행하게도 오래 성장할 수 없다”면서 “6년근 인삼의 효능이 가장 좋다는 분석만 나와 있지 더 오래된 인삼의 효능에 대해서는 검증한 자료가 없다”고 밝혔다.

추천기사

기사 읽으면 전시회 초대권을 드려요!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