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귀·두뇌 가진 ‘또 다른 운전자’가 내 차 안에 숨어있다

2019.10.06 21:11

첨단주행보조장치의 원리

첨단주행보조장치(위 사진)와 팰리세이드 전방충돌방지보조장치(가운데), 쏘나타 차로유지보조장치의 개념도. 현대차 제공

첨단주행보조장치(위 사진)와 팰리세이드 전방충돌방지보조장치(가운데), 쏘나타 차로유지보조장치의 개념도. 현대차 제공

지방 출장이 잦은 강창현씨(42)는 얼마 전 친구가 구입한 신형 쏘나타를 고속도로에서 운전해보고는 차를 바꾸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졌다. 이 차의 고속도로주행보조(HDA) 기능이 무척 유용했기 때문이다. 앞차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원하는 속도로 달렸고, 앞차가 멈추면 알아서 제동을 했다. 과속 단속 구간에서는 자동으로 제한속도에 맞춰 주고 차선에 맞춰 운전대까지 조작해주었다. 이처럼 차가 알아서 운전을 해주니 장거리 주행의 피로가 한결 덜했다.

■‘자율’은 아닌 ‘첨단주행보조’

강씨가 경험한 기능은 차량에 장착된 ‘첨단주행보조시스템(Advanced Driver Assistance System)’이 빚어낸 일종의 ‘반자율주행’이다. 6일 미국자동차공학회(SAE)에 따르면 자율주행 기술은 레벨 0에서 5까지 모두 6단계로 분류한다.

레벨 0 단계는 운전자가 모든 것을 통제하는 전통적 운전을 말한다. 레벨 1은 시스템이 일부 개입하는 ‘부분 보조 주행’, 레벨 2는 특정 상황에서 일정 시간 시스템이 주행을 수행하는 ‘보조 주행’ 수준이다. 레벨 3은 고속도로 등에서 일정 부분 ‘자율주행’까지도 가능하며, 레벨 4는 대부분의 도로에서 자율주행을 할 수 있다. 최고 수준인 레벨 5는 탑승자가 목적지만 입력하면 사실 운전대에 손대지 않고 자동으로 주행이 가능한 ‘완전 자율주행’ 단계를 말한다. 따라서 차량에 사용되는 반자율주행 기능은 레벨 0~2 수준의 기술이 장착돼 있다고 보면 된다. 자율주행장치라기보다는 안전성과 편의성을 높인 ‘보조장치’인 셈이다.

충돌 경고·차간 거리 유지 등
운전자의 안전과 편의 제공

이 같은 주행보조장치는 다시 2가지로 나눌 수 있다. 충돌을 경고하거나 차가 직접 개입해 사고를 방지하는 ‘안전’ 관련 보조장치와 차간 거리 유지 같은 운전자의 ‘편의’를 돕는 시스템이다.‘안전 보조’에는 전방충돌경고(FCW), 전방충돌방지보조(FCA), 후측방충돌경고(BCW), 후측방충돌방지보조(BCA) 등이 포함된다. 전방충돌경고와 전방충돌방지보조는 앞차와의 거리가 가까워져 충돌이 우려될 때 먼저 경고하고, 충돌이 예상되면 속도를 줄여준다. 차량뿐만 아니라 보행자, 오토바이, 자전거와의 충돌 위험도 인지할 수 있다.

후측방보조는 차로 변경을 위해 방향지시등을 켰을 때 후측방 사각지대에서 접근하는 차량을 알려주고, 충돌 위험이 예측되면 차가 알아서 제동까지 걸어준다. 차로이탈경고(LDW), 차로이탈방지보조(LKA)는 차선 관련 안전보조장치다. 차선을 이탈하면 경고하고, 올바른 차선을 유지하도록 반대 방향으로 운전대를 꺾어준다. 차로유지보조(LFA)는 두 차선 중앙으로 차를 달리게 하는 기능이다.

카메라는 차량·보행자 인식
레이더로 앞차와의 거리 측정

운전자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주행보조는 스마트크루즈컨트롤(SCC)이 대표적이다. 앞차와의 간격을 유지하면서 설정한 속도로 주행하는 기능이다. 이보다 진보된 장치가 고속도로주행보조(HDA)다. 스마트크루즈컨트롤에 지도 정보가 들어가 앞차와의 간격 조정, 자동 출발과 멈춤은 물론 고속도로 같은 자동차전용도로에서 과속 단속구간이나 곡선로를 인지하고 감속까지 해준다.

■또 다른 운전자가 있다?

첨단주행보조 기능들은 어떻게 운전자처럼 차선과 앞차를 인식할까. 운전자는 눈과 귀로 차량 상태와 주변 상황을 감지하고 두뇌로 위험을 판단하고 회피 행위를 팔과 다리에 지시한다. 운전대를 조작하거나 발로 가속 또는 브레이크 페달을 밟는 것이다. 첨단보조장치의 원리도 이와 비슷하다. 눈과 귀에 해당하는 각종 ‘센서’가 숨어 있다. 전방 차량, 보행자, 차선 등을 감지하는 눈 역할은 앞유리 상단에 장착된 카메라가 맡는다. 카메라가 촬영한 영상을 분석해 전방 차량이나 보행자를 인식하고, 충돌할 정도로 앞차와 가까워지면 경고 신호를 계기판이나 헤드업 디스플레이에 보내는 식이다. 또 운전자가 브레이크를 밟지 않으면 제동을 걸어주기도 한다.

‘두뇌’ 제어기가 정보들 종합
위험성 판단하고 운전대 조작

앞차와의 거리 측정은 레이더가 담당한다. 차량 앞 라디에이터그릴 또는 범퍼에 장착돼 주야간은 물론 안개나 폭우가 쏟아지는 악천후 속에서도 정밀한 계측이 가능하다. 레이더를 이용하면 앞차와의 거리가 얼마나 빨리 가까워지거나 멀어지는지를 정확히 계산할 수 있다. 사람의 귀가 음파를 통해 대략의 거리를 확인할 수 있는 원리와 비슷한 셈이다. 후측방에서 접근하는 자동차를 감지하는 것도 레이더의 몫이다. 양쪽 뒷바퀴 후방에 위치해 사이드미러 사각지대에서 차량이 접근하는 속도를 계산하고 충돌 위험을 알려준다.

이들 센서가 수집한 정보 분석과 판단은 두뇌 격인 ‘제어기’ 몫이다. 센서가 보내주는 정보로 감속, 가속, 조향 등 차량 주행에 대한 종합적인 판단을 하는 것이다. 제어기는 앞차와의 간격, 충돌 위험성, 제동 가능거리, 차선에서의 차량 위치 등을 주행 중에 늘 모니터링한다. 이런 상태에서 차로유지보조 장치를 활성화하면 운전대를 움직여 차로 중앙으로 가도록 한다.

특히 제어기는 안전을 위한 정밀한 판단이 요구된다. 하나의 제어기에서 판단부터 운전대 조작 같은 구동까지 모두 담당하는 장치도 있지만 각각의 제어기가 따로 구성돼 서로 통신을 주고받는 시스템도 적잖다. 이처럼 두 개 이상의 제어기가 서로 정보를 주고받는 시스템을 ‘협조제어’라고 한다.

현대차 관계자는 “차량이 갈수록 전자화하고 시스템 간 정보 공유도 복잡해져 하나의 제어기가 모든 정보를 수집하고 판단하며 조작하기는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차량 주행보조장치는 차량과 사물 간 무선통신이 가능한 환경(V2X)이 조성되고 첨단교통관제시스템 구축이 이뤄지면 좀 더 고도화된 레벨 3 이상의 자율주행 단계로 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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