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있어도 계속 보고 싶은 그림···데이비드 호크니, 국내 첫 개인전

2019.04.01 10:45 입력 2019.04.01 20:36 수정

‘클라크 부부와 퍼시’(1970~1971)ⓒ David Hockney, Collection Tate, U.K. ⓒ Tate, London 2019

‘클라크 부부와 퍼시’(1970~1971)ⓒ David Hockney, Collection Tate, U.K. ⓒ Tate, London 2019

‘현재 살아있는 사람 중 가장 비싼 작가’라고 한다.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주최하는 전시인데 이례적으로 입장료를 1만5000원(성인 기준)이나 받는다.

비싸기만 한 것이 아니다. 규제도 많다. 일반 관람객은 전시장에서 사진이나 영상을 촬영할 수 없다. 취재진도 작가의 저작권 관리 회사에서 내려준 촬영 가이드라인을 받았다. ‘작품을 정면으로 촬영해서는 안되고, 반드시 관람자가 포함되어 있어야 한다’ 또 ‘촬영 장면에는 공간의 천장, 바닥, 또는 벽이 포함되어 있어야 하고, 작품은 2개 이상을 한꺼번에 담아야 한다.’ 이러니 저절로 눈에 힘이 들어가고 이런 마음까지 먹을 수 밖에 없다. “도대체 얼마나 대단한 작가인지 한번 보자.”

지난달 22일부터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데이비드 호크니’전 이야기다. 데이비드 호크니(82)는 영국을 대표하는 인기 작가다. 80세 생일에 맞춰 2017년 영국 테이트 미술관, 프랑스 퐁피두센터, 미국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등을 순회한 회고전은 100만명 이상이 봤다.

원래도 유명했지만 지난해 11월 그의 그림 ‘예술가의 초상’(1972)이 미국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9030만달러(약 1020억원)에 팔리면서 더 유명해졌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작품을 그린 생존 미술가’란 타이틀이 붙었다.

서울시립미술관과 영국 테이트 미술관이 기획한 ‘데이비드 호크니’는 회화와 드로잉, 판화 133점으로 구성된 한국 첫 개인전이다. 테이트 컬렉션이 대부분 한국에 왔고 영국문화원, 호주빅토리아국립미술관 등 다른 기관 소장품도 전시에 포함됐다.

‘호텔 우물의 경관 Ⅲ’(1984~1985) ⓒ David Hockney / Tyler Graphics Ltd., Photo Credit: Richard Schmidt

‘호텔 우물의 경관 Ⅲ’(1984~1985) ⓒ David Hockney / Tyler Graphics Ltd., Photo Credit: Richard Schmidt

전시는 호크니의 작품을 소주제 7개로 분할해 순차적으로 보여준다. 1954년 초기작부터 2017년에 만든 신작까지 60여년에 걸친 호크니의 작품 세계를 망라한다. 2층과 3층 전시장을 꽉 채운 작품들을 보다 보면 이들이 모두 한 작가의 작품인지 의심스러울만큼 다양한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호크니는 끊임없이 변화했다. 스스로에게, 또 세상에게 지속적으로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았다. 30대 중반에 이미 ‘스타 작가’가 됐지만 기존의 스타일을 고수하지 않았다. 초상과 정물, 풍경을 넘나들고, 관습적인 원근법을 거부했으며, 회화부터 아이패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매체를 섭렵했다. 한 때는 회화를 포기하고 사진에만 매달렸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사진을 부정하기도 했다.

호크니는 ‘3차원’을 어떻게 평면에 표현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중국의 두루마리 그림을 모티브로 시점이 여러개인 그림을 그리기도 했고, 시점을 달리한 여러장의 사진을 모자이크처럼 붙여 카메라가 아닌 사람의 시선을 표현하려 애썼다. 2인 초상화 ‘조지 로슨과 웨인 슬립’(1972~1975)을 그릴 때는 고정된 시점을 극복하는 법을 찾으려 안간힘을 쓴 끝에 ‘미완성’으로 남겨두기도 했다.

‘더 큰 첨벙’(1967)ⓒ David Hockney, Collection Tate, U.K. ⓒ Tate, London 2019

‘더 큰 첨벙’(1967)ⓒ David Hockney, Collection Tate, U.K. ⓒ Tate, London 2019

133점을 모두 보려면 꽤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호크니 작품 중 가장 비싼 ‘예술가의 초상’은 개인 소장품이라 한국에 오지 못했다. 대신 이에 못지 않은 또 다른 수영장 시리즈 작품 ‘더 큰 첨벙’(A Bigger Splash)이 아쉬움을 덜어준다. 영국에서 태어나 살다 미국 캘리포니아로 이주했던 호크니는 물이 주는 청량함을 구상과 추상을 가리지 않고 표현했다.

‘클라크 부부와 퍼시(1970~1971)’ ‘나의 부모님’(1977) 등 2인 초상 시리즈는 여유를 갖고 봐야 한다. 특히 화면 밖 관람객을 도발적으로 응시하고 있는 ‘클라크 부부와 퍼시’는 한번 보고 나면 계속 생각이 날만큼 인상적이다.

‘더 큰 그랜드 캐니언’(1998) ⓒ David Hockney, Photo Credit: Richard Schmidt, Collection National Gallery of Australia, Canberra

‘더 큰 그랜드 캐니언’(1998) ⓒ David Hockney, Photo Credit: Richard Schmidt, Collection National Gallery of Australia, Canberra

‘와터 근처의 더 큰 나무들 또는 새로운 포스트-사진 시대를 위한 야외에서 그린 회화’(2007)ⓒ David Hockney, Photo Credit: Prudence Cuming Associates, Collection Tate, U.K.

‘와터 근처의 더 큰 나무들 또는 새로운 포스트-사진 시대를 위한 야외에서 그린 회화’(2007)ⓒ David Hockney, Photo Credit: Prudence Cuming Associates, Collection Tate, U.K.

캔버스 50~60개를 이어붙여 완성한 대형작품 ‘더 큰 그랜드 캐니언’(1998), ‘와터 근처의 더 큰 나무들 또는 새로운 포스트-사진 시대를 위한 야외에서 그린 회화’(2007) 등은 존재 자체로 관람객을 압도한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서울시립미술관 이승아 학예연구사는 “그림에 다가갈 수록 나무를 올려다보는 느낌을 받게된다”고 설명했다. 호크니가 만 80세에 완성한 ‘2017년 12월, 스튜디오에서’는 이번 한국 전시를 통해 처음 공개된다.

아쉬운 점은 호크니의 포토콜라주가 단 한 점도 한국에 오지 못한 것이다. 호크니는 젊은 시절 회화를 중단할 정도로 포토 콜라주에 매달렸다. 특히 어머니의 초상화를 사진 112장으로 구성한 ‘어머니, 1982년 5월4일 요크셔 브래드포드’(1982)는 <곰브리치 서양미술사>에도 수록될만큼 유명한 작품이다. 이번 전시를 위해 한국을 찾은 헬렌 리틀 테이트 큐레이터는 “어떤 컬렉션도 완벽할수는 없는데, 테이트는 사진이 그렇다”며 “사진은 대여불가능한 개인소장품이 많아 모든 작품을 한 전시에 담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이어 “비디오 기술이나 오마주 등 사진을 다른 방식으로 보완하려고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전시는 한국에서 8월4일까지 진행된 뒤 중국 베이징과 독일 함부르크에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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