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 포터 20주년

만난 지 20년 됐지만, 세계는 아직도 ‘해리 앓이’

2017.06.21 17:33 입력 2017.06.21 20:53 수정

영국서 특별판 제작·전시·여행상품 등 다양한 이벤트

79개 언어 4억5000만부 팔려…연극·뮤지컬로도 제작

[해리 포터 20주년]만난 지 20년 됐지만, 세계는 아직도 ‘해리 앓이’

남편과 헤어진 영국의 싱글맘 조앤 K 롤링이 1993년 12월 갓 태어난 딸을 안고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에 도착했을 때 짐가방에는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의 세 장 분량 원고가 들어 있었다. 3년 전 맨체스터에서 런던으로 오던 길에 연착된 기차 안에서 구상을 떠올린 것을 시작으로 줄거리를 짜고 살을 붙여 만든 첫 원고였다. 아기를 재우고 틈틈이 써낸 원고는 출판사 12곳에서 거절당하다 1997년 6월27일에야 빛을 봤다. 블룸즈버리 출판사는 1권 초판을 딱 500부만 찍었다. 20년이 지난 2017년 현재 해리 포터 시리즈는 79개 언어로 번역돼 전 세계에서 4억5000만부가 팔려나갔다. 아이리시타임스는 “해리 포터는 어린이도서의 전과 후를 나누는 경계선이 됐다”며 “해리 포터는 악당 볼드모트를 물리치기로 돼 있었지만 누구도 그가 독서를 구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고 적었다.

[해리 포터 20주년]만난 지 20년 됐지만, 세계는 아직도 ‘해리 앓이’

오는 27일 해리 포터 출간 20주년을 맞아 영국에서는 다양한 행사가 열리고 있다. 블룸즈버리는 4권짜리 20주년 특별판을 출간했다. 출판사는 또 미국 플로리다 유니버설올랜도리조트에 만들어진 테마파크 ‘해리 포터의 마법세계’에 다녀올 수 있는 왕복 항공권 등을 제공하는 이벤트를 마련했다. 2014년 문을 연 이곳에는 마법학교 호그와트, 호그스미드 마을이 재현돼 있다. 영국 내 학교를 대상으로 마법대회를 열어서 우승하는 학교의 도서관을 호그와트의 도서관처럼 꾸며주기로 했다. 국립영국도서관은 오는 10월20일부터 해리 포터의 마법을 주제로 전시회를 연다. 지난 17일에는 영국 전역 20개 서점에서 퀴즈대회가 열렸다. 영화가 촬영된 런던 외곽 세트, 롤링이 작품을 쓰고 소설의 배경이 된 에든버러 등을 돌아보는 다양한 여행 상품도 나왔다.

1997년 6월27일 출간된 해리 포터 제1권 초판.

1997년 6월27일 출간된 해리 포터 제1권 초판.

해리 포터는 갖가지 기록과 화제를 낳았다. 시리즈의 마지막 제7권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은 2007년 발매될 때 24시간 내에 영국에서만 265만부가 팔려나가 세계에서 가장 빨리 팔린 책이 됐다. 제1권 초판은 지난해 4만3750파운드(약 6300만원)를 호가했다. 시리즈는 출간될 때마다 ‘마법의 마케팅’을 선보였다. 제4권이 나온 2000년에는 자정에 전 세계에서 동시 출간됐고 이듬해에는 해리 포터의 생일이자 롤링의 생일인 7월31일에 웹사이트가 문을 열었다. 롤링은 그간 인세 수입만 11억5000만달러(1조3100억원)를 벌었고, 영화 ‘해리 포터’ 시리즈는 84억달러의 흥행수익을 올렸다. 연극, 뮤지컬로도 제작되는 등 ‘해리 포터 산업’이 만들어졌다.

아버지가 된 해리 포터의 얘기는 지난해 연극으로 런던에서 초연됐다.

아버지가 된 해리 포터의 얘기는 지난해 연극으로 런던에서 초연됐다.

2014년 페이스북이 프랑스, 인도, 이탈리아, 멕시코, 브라질, 필리핀 6개 나라 사용자들이 꼽은 인생의 책을 분석한 결과 해리 포터가 1위였다. 소설이 나온 후 미국, 유럽, 호주 등에서는 신생아 이름으로 해리, 헤르미온느 등 주요 등장인물의 이름들이 인기를 끌었다.

2010년에는 미국 유니버설올랜도리조트에 해리 포터 테마파크가 문을 열었다. 블룸즈버리 출판사 웹사이트 등

2010년에는 미국 유니버설올랜도리조트에 해리 포터 테마파크가 문을 열었다. 블룸즈버리 출판사 웹사이트 등

해리 포터는 영국의 판타지 시대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1954년에 나온 J R R 톨킨의 <반지의 제왕>이 2000년 이후 시리즈 영화로 제작되는 등 판타지 붐이 일었다. 소설은 해리 포터를 읽고 자란 세대의 의식에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7월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의 다이애나 머츠 교수는 해리 포터에 열광하는 팬일수록 도널드 트럼프 지지율이 낮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그는 “트럼프의 가치가 책 속에 담긴 관용, 다름에 대한 존중, 폭력에 대한 반대, 전제주의적 통치 반대 등과 반대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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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롤링은 작품 안에 성평등과 다양성을 담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마법학교나 마법세계의 행정조직인 마법부에는 고위직 여성이나 강하고 독립적인 여성 인물이 등장한다. 또 롤링은 호그와트 학교의 교장인 앨버스 덤블도어에 대해 “그를 동성애자로 구상했다”고 말한 적이 있다. 학생들은 백인뿐 아니라 흑인, 인도 및 아시아인 등 다양한 인종으로 구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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