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급 최고 수준의 안전 편의장치, 합리적 가격으로 무장한 크라이슬러 200C

2015.05.18 16:19 입력 2015.05.19 12:32 수정

크라이슬러 200. 하단 공기흡입구와 라디에이터 그릴에는 두터운 크롬 장식을 넣어 이국적인 정취가 배어난다.

크라이슬러 200. 하단 공기흡입구와 라디에이터 그릴에는 두터운 크롬 장식을 넣어 이국적인 정취가 배어난다.

수입차라고 모두 비싸지 않다. 3180만원에 2.4ℓ 187마력짜리 엔진이 달린 차를 살 수도 있다. 크라이슬러 200 얘기다.

크라이슬러 200은 국산 완성차와 비교하면 쏘나타급 중형세단이다. 쏘나타 2.4 GDI 익스클루시브 트림보다 226만원만 더 주면 구입할 수 있다.

가격도 합리적이지만 ‘내용물’이 알차다. 크라이슬러 엠블럼을 달고 미국에서 만들어지지만 뼈대는 유럽차다. 크라이슬러가 지난해 피아트에 합병되면서 피아트 산하 알파로메오 플랫폼( CUS-Wide)을 사용한다. 트림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안전·편의 장치가 동급 경쟁차종보다 풍부하다.

200의 상위 트림인 200C를 시승했다. 무엇보다 디자인이 종전 크라이슬러 차와 크게 달라졌다. 각진 곳이 거의 없고, 곡선이 물 흐르듯 차 전체에 이어진다. 오래도록 질리지 않는 디자인이다.

범퍼를 경계로 윗부분인 라디에이터 그릴과 아랫부분 공기 흡입구로 나눠지는 크롬 도금도 곡선이다. 보닛에서 윈드실드, 루프를 지나 트렁크 리드까지 모두 부드러운 선으로 이어진다. 이 같은 ‘유선형 디자인’은 200C의 공기저항계수를 0.266(Cd)까지 끌어내렸다.

크라이슬러 200C의 내부. 센터콘솔 왼쪽 아래 은빛 버튼은 로터리식 기어 레버다. 위쪽 풍량 조절 버튼과 형태와 위치가 비슷해 종종 엉뚱한 버튼을 만지기도 한다.

크라이슬러 200C의 내부. 센터콘솔 왼쪽 아래 은빛 버튼은 로터리식 기어 레버다. 위쪽 풍량 조절 버튼과 형태와 위치가 비슷해 종종 엉뚱한 버튼을 만지기도 한다.

크라이슬러 200의 가장 큰 특징은 9단 변속기다. ZF가 설계하고 미국에서 크라이슬러가 생산한다. 흔히 미국 차는 연비가 좋지 않다고 지적받는데, 이를 개선하기 위한 결과물이다.

기어 변속 레버도 죠그 셔틀처럼 생긴 ‘전자식 로터리 E-시프트’라는 장치를 사용한다. 앰프에서 라디오와 콤팩트 디스크 플레이어(CDP), 턴테이블을 선택하듯 ‘탁, 탁’ 돌리면 전진과 후진, 파킹 모드로 바뀐다.

심장은 2.4ℓ 직렬 4기통 엔진이다. 이전 제품에 비해 출력은 6%, 토크는 19% 높아졌다고 한다. 최대토크 24.2㎏·m가 나온다. 연비는 복합 기준으로 ℓ당 10.9㎞, 이보다 상위 트림인 200C는 10.5㎞다. 200C를 도심과 고속도로를 300㎞ 가량 달린 뒤 측정한 실연비는 9.4㎞였다. 가솔린 2.4ℓ 엔진 치고는 높은 연비다.

9단 변속기는 ZF가 설계한 제품과 메르세데스 벤츠가 생산하는 2가지가 있다. 두 변속기는 특성이 조금 다르다. 메르세데스 벤츠가 E 클래스 등에 장착한 변속기는 100㎞ 안팎에 이르면 거의 9단이 들어간다. 하지만 크라이슬러 200의 ZF 변속기는 시속 100㎞ 이상에서도 8단과 7단으로 달릴 때가 많고, 드물게 9단으로 변환된다. 가끔 변속 충격도 느껴지지만 불편한 정도는 아니다.

200C의 파노라마 선루프. 천장 전체에 넓게 펼쳐져 있어 개방감이 높다.

200C의 파노라마 선루프. 천장 전체에 넓게 펼쳐져 있어 개방감이 높다.

가속감은 만족할 만하다. 답답하지 않고, 밟는 만큼 뻗어 나간다. 시속 170~180㎞까지는 무리없이 스피도미터 바늘이 오른쪽을 향해 바쁘게 움직인다.

핸들링 감각은 이 차 가격을 상회한다. 앞바퀴 굴림이지만 언더 스티어가 크지 않고, 운전자가 조타한 만큼 경쾌하게 돌아준다.

풍절음도 잘 억제돼 있다. 공기저항계수가 0.266(Cd)에 불과할 정도로 매끈한 ‘몸매’ 덕분인지, 운전 중 바깥에서 들어오는 바람소리를 좀체 듣지 못했다. 삼중 도어 실링 시스템과 소음 차단재, 방음 라미네이트 처리된 앞문 유리와 두꺼워진 뒷문 유리가 실내에 유입되는 소음을 줄여준다고 한다.

200C에는 60여종의 안전·편의장치가 있다. 초음파 센서, 레이더, 카메라 관련 기술이 동원돼 주행 중 도로를 360도 감지한다.

차량이나 물체를 감지해 속도를 자동 조절하고, 필요할 경우 차가 알아서 완전히 정차하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기능도 있다. 레이더와 영상 센서를 이용해 다른 차량이나 장애물의 접근속도를 감지해 운전자가 사고를 피할 수 있도록 경고해주는 전방 추돌 경고 플러스 시스템도 갖췄다. 200C에는 이런 장치들이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많다.

가장 빈번하게 경험할 수 있는 안전장치는 주차 때 차가 주변 물체가 너무 가까이 붙으면 자동으로 브레이크를 잡아주는 기능이다. 주차를 잘 하지 못하는 운전자에게는 유용하다. 이 장치는 600만원 저렴한 200 리미티드 트림에도 기본 장착됐다.

크라이슬러 200C의 서스펜션은 부드럽다. 고속도로처럼 도로 사정이 좋은 곳에서는 안정감 있는 주행이 가능하다. 노면이 좋지 않은 도심 도로에서는 자잘한 움직임이 때때로 엉덩이를 자극하기도 한다.

크라이슬러 200C의 서스펜션은 부드럽다. 고속도로처럼 도로 사정이 좋은 곳에서는 안정감 있는 주행이 가능하다. 노면이 좋지 않은 도심 도로에서는 자잘한 움직임이 때때로 엉덩이를 자극하기도 한다.

기어가 주행이나 후진에 놓여 있는 상태에서 운전자가 도어를 열거나, 안전벨트를 풀면 파킹 브레이크가 작동되는 장치도 있다. 차를 주차 라인에 똑바로 정렬하기 위해 후진할 때 문을 열어 주차선을 살피는 경우가 있는데, 이 때도 여지없이 브레이크가 걸린다. 버릇을 고치기 전까지 조금은 불편하지만 적극적인 안전 장치는 많을수록 좋다.

카오디오는 200C 트림의 경우 출력이 506와트나 되는 알파인 프리미엄 사운드 시스템이 사용된다. 클래식 방송에 맞추면 결 좋은 소리가 나온다. 트위터에서 나오는 해상도 높은 바이올린 소리는 고가 하이엔드 오디오 못지 않다.

불편한 점도 있다. 기어 레버와 풍량 조절 버튼의 형태가 같아 기어를 조작하려는데 종종 풍량 조절 버튼을 돌리게 된다. 스티어링 휠 옆에 붙는 패들 시프트가 없어 수동 변속을 할 수 없다. 킥다운을 하면 충분히 가속할 수 있지만 수동변속 기능이 아예 없으니 조금 답답하다.

가솔린 엔진이지만 소음과 진동이 실내로 들어온다. 하지만 이 정도는 디젤 엔진차에 비하면 모기 울음 소리에 가깝다. 이 같은 단점들도 3180만원이라는 합리적인 가격 앞에서는 힘을 잃고 만다. 크라이슬러 200은 그런 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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