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롯데월드’ 개장 보름여… 명동거리 꽉 채우던 중국인 여행객들도 잠실로, 잠실로

2014.11.09 21:37 입력 2014.11.09 21:58 수정

서울의 상권 ‘지각 변동’

롯데그룹이 3조5000억원을 들여 국내 최고층인 지상 123층, 555m 높이로 서울 송파구 잠실에 짓고 있는 ‘롯데월드타워 & 롯데월드몰’(제2롯데월드)이 부분개장 보름여 만에 주변 상권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잠실역 주변에 형성한 ‘롯데 왕국’이 상권 지각변동을 일으켜 국내 최고의 상권으로 부상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제2롯데월드’ 개장 보름여… 명동거리 꽉 채우던 중국인 여행객들도 잠실로, 잠실로

■ 외식·놀이·숙박·쇼핑 원스톱… 타워 완공 땐 관광수입 3000억

제2롯데월드는 롯데월드타워와 롯데월드몰 3개동으로 구성돼 있다. 지난달 14일부터 순차적으로 개장한 몰 3개 동이 타워를 감싸고 있는 형상이다. 타워 주변을 둘러싸듯 자리잡은 롯데월드몰은 10층짜리 에비뉴엘동과 각각 12층인 쇼핑동, 엔터테인먼트동으로 이뤄져 있다. 타워는 2016년 말 완공될 예정이다.

기존 롯데월드와 제2롯데월드를 묶으면 이 일대에서 먹고(외식), 놀고(놀이공원), 자고(호텔), 사고(쇼핑) 하는 모든 일이 원스톱으로 가능해진다.

200개가 넘는 명품 브랜드가 입점하는 에비뉴엘동은 국내 최대 명품 백화점이고, 면세점은 아시아 최대 규모이다. 롯데월드몰 지하 1층 아쿠아리움도 코엑스 아쿠아리움을 능가하는 서울 최대 규모이다. 엔터동 5~11층 롯데시네마는 총 21개관에 좌석이 약 5000석에 이른다.

롯데 측은 롯데월드몰 개장 후 연간 매출이 약 1조5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 이에 따른 생산 유발효과 2조6000억원과 부가가치 유발효과 7800억원을 더한 경제적 파급효과는 3조4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타워 개장 이후 경제적 파급효과는 7조원까지 불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롯데 관계자는 “롯데월드타워가 개장하는 2017년 이후 유동인구는 연간 1억명, 관광수익은 3000억원 이상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 유례없는 초거대 상권 출현… 중급 몰 삼키는 ‘블랙홀’ 될 것

지금까지 국내에서 규모가 가장 컸던 복합몰은 면적이 15만㎡를 웃돌았던 코엑스몰이었다. 현재 리뉴얼 공사를 진행 중인데 완공 후 재개장 면적은 17만3025㎡로 늘어난다. 반면 롯데월드몰의 면적은 타워를 제외하고도 42만8934㎡(12만9753평)에 이른다. 코엑스몰보다 2.5배 더 넓다.

부동산 업계의 한 관계자는 “서울에는 서남권에 디큐브시티(신도림)와 타임스퀘어(영등포), 동북권에 스타시티(건국대), 동남권에 코엑스몰 등의 복합몰이 있었지만 제2롯데월드는 차원이 다르다. 거대상권이라고 해도 다른 복합몰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크다”면서 “제2롯데월드가 다른 중간급 규모의 상권을 삼키는 블랙홀이 될 게 뻔하다”고 말했다. 다른 복합몰에 비해 규모가 압도적이어서 기존 상권을 흡수하게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권강수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이사는 “잠실역을 중심으로 한 일대가 마치 ‘롯데 왕국’이 된 것 같다. 잠실역 지하상가는 기존 롯데월드와 제2롯데월드를 연결하는 연결통로 역할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 ‘롯데 왕국’ 다 보려면 3박4일… 제2롯데월드발 ‘태풍’ 불기 시작

명동 일대는 최근 중국인 관광객이 눈에 띄게 줄었다. 국내 관광사들이 발빠르게 중국인 관광객을 잠실로 실어 나르고 있기 때문이다. 코엑스몰이 대대적인 리뉴얼공사에 들어간 것은 제2롯데월드를 의식했기 때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코엑스몰은 눈이나 비가 올 때면 더 사람이 붐볐다. 하지만 과거의 영광일 뿐”이라고 말했다. 문정동 가든파이브 안에 있는 CGV는 7개관에 1200여석의 좌석을 갖추고 있는데 최근 관객수가 소폭 감소했다.

제2롯데월드의 위력이다. 부동산 디벨롭먼트(개발) 관계자는 “서울 상권의 지각변동은 이미 시작됐다. 유통에 강점이 있는 롯데그룹이 제2롯데월드를 통해 다른 상권을 흡수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강남 최대 상권 강남역 일대와 현대차그룹이 한전부지를 인수한 삼성동 일대 상권도 제2롯데월드가 들어선 잠실에는 대적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전망이다. 강남역 상권은 쇼핑 목적 없이 지나쳐가는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이고, 삼성동은 코엑스몰과 한전부지 등이 단절돼 있어 기대만큼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기가 어렵다. 반면 잠실은 지하상가를 통해 롯데월드와 제2롯데월드가 유기체처럼 한 덩어리로 묶여 있다.

■ 교통난·싱크홀·양극화 등 우려 산적… 주차 문제·싱크홀 등 해결해야

제2롯데월드의 활성화는 장기적으로는 인근 지역뿐 아니라 서울 서남권과 동북권의 복합몰까지 침체시킬 가능성이 크다. 단순히 물건만 사는 게 쇼핑이 아니기 때문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과거와 달리 지금은 숙박을 겸해 쇼핑을 하는 추세로 바뀌어가고 있는데 제2롯데월드가 흐름에 잘 맞추고 있다”면서 “잠실 롯데 왕국을 다 즐기려면 3박4일은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 제2롯데월드와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는 가든파이브가 직격탄을 맞게 됐다. 아직 상권이 활성화하지 않은 상황에서 강적을 만난 탓이다. 상권분석 전문가들은 “상가 입점이 되지 않으면 상권은 죽을 수밖에 없다. 기업형슈퍼마켓이 동네 슈퍼를 사라지게 한 것처럼 제2롯데월드도 기존 상권을 집어삼키는 무시무시한 블랙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제2롯데월드 개장 후 잠실 지역 교통난을 우려한 서울시는 주차 사전예약제와 요금 유료화를 시행하도록 했다. 그러나 비싼 주차료를 피하려는 사람들이 인근 공영주차장과 롯데백화점 주차장으로 몰렸고, 잠실 이면도로에는 불법 주정차까지 늘어나 오히려 혼잡을 부추기고 있다.

제2롯데월드 주변 ‘싱크홀’도 걱정거리다. 명확한 원인을 알 수 없기에 더 이상 땅이 꺼지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다. “싱크홀이 무서워서 잠실 근처에는 가지 않는다”는 사람도 있다. 싱크홀이 잇따라 발생한다면 ‘잠실 롯데 왕국’은 황량한 상권으로 전락할지로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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