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치로 “정신적 붕괴로 부진”

2012.01.05 21:47

외야수로서 2할7푼2리. 80득점, 47타점, 40도루.

좋은 성적일까, 나쁜 성적일까. 2011 한국프로야구에서 이와 비슷한 성적을 거둔 선수는 한화 강동우, 두산 정수빈 정도다. 이들보다 타율에서 조금 떨어지고 득점과 도루에서 조금 나은 수준이다.

하지만 이 기록의 주인공이 스즈키 이치로(39·시애틀)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이치로는 2011시즌 메이저리그 데뷔 이래 최악의 시즌을 보냈다. 11년 동안 이어왔던 3할 타율이 무너졌고, 골드글러브를 처음으로 타지 못했고, 올스타전에도 처음 빠졌다. ‘꾸준함’의 상징이었던 이치로가 처음으로 무너진 시즌이었다.


시애틀 마리너스의 스즈키 이치로가 지난해 9월28일 홈에서 열린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와의 경기 도중 더그아웃에서 경기장을 바라보고 있다.  시애틀 | AP연합뉴스

시애틀 마리너스의 스즈키 이치로가 지난해 9월28일 홈에서 열린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와의 경기 도중 더그아웃에서 경기장을 바라보고 있다. 시애틀 | AP연합뉴스

이치로가 지난 시즌 부진에 대해 입을 열었다. 최근 일본 언론들과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절망적인 시즌이었다”고 입을 뗀 이치로는 “좀처럼 이런 일이 없는데 정신적으로 굉장히 힘들었다”고 했다. 또 “정신적인 붕괴 수준으로 육체적 스트레스보다 훨씬 심했다”고 했다.

이치로는 지난 시즌 초반 페이스가 좋았다. 4월 한 달 동안 39개의 안타를 때렸다. 월간 안타 수로는 아메리칸리그 1위였다. 하지만 그 4월이 잔인한 달이 됐다. 그는 그 잘나갔던 4월이 “오히려 가장 위험한 시작이었다”고 했다.

이치로는 개막 이후 한 달 동안 미묘한 타격 밸런스 조정과 상대 볼배합의 스타일을 파악해 기본적인 타격을 완성시켰다. 하지만 기본적인 타격은 확실한 형태로 나아가지 못했고 결국 추락으로 이어졌다. 이치로는 “4월에 나온 결과가 정답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오답이었다. 너무 늦게 깨달았다”고 했다.

이후 정신적 스트레스가 엄습했다. 이치로는 “육체적 스트레스는 별것 아니다. 만약 매일 안타 2~3개를 때린다면 피곤하지 않다. 1시간의 마사지보다 안타 1개가 스트레스를 훨씬 많이 풀어준다”고 했다. 야구는 멘털 게임이다. 스트레스는 이치로에게 독이었다. 특히 우등생에게 성적 하락은 더욱 견디기 어려운 압박이다.

이치로 “정신적 붕괴로 부진”

시즌 후반 부진이 계속되자 ‘노쇠’ 논란이 일었다. 1973년생인 이치로는 박찬호와 동갑이다.

이치로는 “물론 나이는 먹는다. 엔카(전통가요)가 좋아지고 피부도 쉽게 건조해진다. 하지만 나이와 야구는 별개”라고 단정지었다. 이치로는 “성적 하락을 단지 노화 때문으로 정리해 버리는 사람은 재미도, 깊이도, 자기 관리도 할 수 없는 안타까운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치로를 둘러싼 주변의 공기는 따뜻하지 않다. 이치로는 2012시즌이 시애틀과의 계약 마지막 해다. 우리 나이로 마흔. 친정팀 오릭스는 이치로의 복귀에 대비해 2013시즌에 단장 자리를 제안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치로는 ‘부활’을 위해 1주일에 2번씩 집 주변 10㎞를 달린다. 이치로는 “달리기 훈련은 배고플 때 밥을 먹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첫 번째 추락이 ‘배고픔’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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