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30년간 ‘수업’ - 김정은 21개월 ‘속성’

2010.09.28 22:15

김정일 건강 이상설… “시간없다” 속전속결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에서 김정은으로의 권력승계가 예상보다 더 빨리 진행되는 모습이다. 김일성 주석에서 김 위원장으로 권력이 넘어가는 것이 30년에 걸친 완만한 과정이었다면, 김 위원장에서 김정은으로의 권력승계는 압축적인 과정이다.

1992년 북한 김일성 주석(왼쪽)이 후계자인 김정일 당시 노동당 비서와 함께 평양의 한 축구 경기장을 시찰하고 있다. | 경향신문 자료사진

1992년 북한 김일성 주석(왼쪽)이 후계자인 김정일 당시 노동당 비서와 함께 평양의 한 축구 경기장을 시찰하고 있다. | 경향신문 자료사진

우선 두 권력승계 과정에서 권력이 넘어가는 양태는 큰 차이가 없다. 혈연에 바탕해 후계자가 정해졌다는 것부터 그렇고, 김정일과 김정은 모두 초기에는 나이가 어리고 업적이 없다는 것에서 구체적인 신원이 알려지지 않고 각각 ‘당중앙’ ‘청년대장’이라는 별칭으로만 불렸다는 점에서도 비슷하다. 이들의 연소함, 경험 부족은 아버지를 보좌한 원로 세대에 의해 후견 내지 지원을 받음으로써 해결됐다. 김정일로의 승계는 최현(최룡해의 아버지), 김일 등 ‘빨치산 세대’가 확실히 편을 들어주면서 가능했고, 김정은 역시 장성택, 김경희, 최룡해 등 ‘김정일 세대’ 사람들이 적극 포진함으로써 지지되는 양상이다.

두 경우의 큰 차이는 권력승계 속도다. 김 위원장은 김일성대 졸업 직후 22세 때인 1964년 6월 당 조직지도부 지도원으로 바닥부터 후계자 수업을 시작했다. 73년 7월 당 선전선동부장을 맡은 이듬해 당 중앙위원회 위원이 되면서 사실상 후계자로 내정됐지만, 북한 문서에는 실명 대신 ‘당중앙’이란 별칭만 등장했다. 김정일이 후계자로 공식화된 것은 80년 10월 제6차 당대회 때 정치국 상무위원, 비서국 비서, 중앙군사위 위원 직함을 한꺼번에 받으면서다. 이때부터 김정일은 김일성 주석에 필적하는 권력을 갖기 시작했으나 아직 외교·국방권을 갖지는 못했다. 김정일이 인민군 최고사령관(91년 12월), 국방위원장(93년 4월)에 올라 미국과의 협상 등을 주도적으로 진행하면서 아버지를 앞지르는 최고지도자로 부상하기까지는 30년 가까운 세월이 걸린 셈이다.

하지만 김정은이 후계자로 내정된 것은 불과 21개월 전인 지난해 1월이다. 그때부터 김정은 후계를 구축하기 위해 국방위원회를 헌법상 최고기관으로 만들고(2009년 4월), 김정은으로 하여금 군을 장악하게 하면서(2010년 9월) 이번 당대표자회를 통해 당을 재정비하는 절차를 속전속결로 밟아왔다.

이처럼 속도가 빨라진 핵심에는 김 위원장의 건강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2008년 이후 두 차례나 뇌졸중을 겪으면서 외관상 한쪽 다리를 저는 김 위원장의 모습은 시간이 많지 않음을 잘 보여준다. 게다가 김 위원장이 권력을 넘겨받을 당시에는 북한 경제나 대외 환경이 지금보다 훨씬 유리했다는 것 역시 김정은으로의 권력승계에 더 가속도를 내게 하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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