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85년 마크 트웨인 ‘허클베리 핀의 모험’ 출간

2010.02.17 17:55

남북전쟁 이후 노예제도 실상 다뤄

어네스트 헤밍웨이가 “(미국 문학에서) 그 전에도 없었고, 그 후로도 그만한 것이 없다”고 극찬한 소설. 마크 트웨인의 <허클베리 핀의 모험>이 125년 전 오늘 출간됐다. 허크(허클베리 핀)는 트웨인의 전작 <톰 소여의 모험>(1876)의 주인공 톰 소여의 절친한 친구로 소개된다. 전작이 호기심 많은 두 소년의 흥미로운 여행기 속에 기성세대에 대한 조롱을 담았다면, <허클베리 핀의 모험>은 남북전쟁 이후 미국 남부의 노예제도 실상 등을 다룬 사회풍자 소설이다.

[어제의 오늘]1885년 마크 트웨인 ‘허클베리 핀의 모험’ 출간

허크와 그의 친구 짐이 미시시피강을 따라가는 뗏목 여행이 이야기의 뼈대를 이룬다. 짐은 조만간 자신의 몸이 팔려 아내와 자식들과 헤어질 운명에 놓이자 도주한 흑인 노예이다. 백인인 허크는 짐이 오하이오주로 가서 자유를 얻는 것을 도우려 했다. 소설은 허크를 1인칭 화자로 해서 그들이 도중에 마주치는 다양한 사람들과 장소에 대한 다채로운 묘사들로 채워진다. 이 소설은 당시 미국사회에 만연한 인종주의를 조롱하는 투로 묘사해 큰 파문을 일으켰다. 짐은 강하고, 용감한데다, 관대하고 현명하기까지 한 반면, 백인들은 대부분 폭력적이고, 우둔하며 이기적인 것으로 그려졌다. 허크는 결국 위선적이고 정의롭지 못한 미국사회의 성격에 의문을 던지게 된다.

노예해방 선언이 있은 지 20년이 지난 뒤 나왔지만, 이 소설에 대한 미국사회의 반향은 엄청났다. 책이 나온 지 한 달 만에 매사추세츠주의 한 도서관은 주제가 천박하고, 내레이션이 거칠고 무식하다는 이유로 이 책을 금서 목록에 올렸다. 다른 도서관들도 이내 동참했다. 트웨인이 숨진 1910년 이후에도 논란은 계속 되었다. 1950년대에는 미국의 흑인사회로부터 집중포화를 맞았다. 책 내용이 인종주의와 노예제도에 대한 신랄한 비판을 담고 있음에도, 이 책에 나온 흑인 등장인물들에 대한 묘사나 깜둥이(nigger)라는 흑인 비하 표현이 인종주의적이라는 것이 그 이유였다. 가장 최근에는 1998년 애리조나주의 한 학부형이 이 책을 필수도서로 정한 것이 미국사회에 이미 존재하는 인종갈등을 더 악화시켰다며 지역 교육청을 상대로 소송을 내기도 했다.

이런 걸 보면 때론 고전 문학작품은 아름다운 문체와 뛰어난 예술성이 만들어준다기보다 그 사회가 가진 부조리가 만들어준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한국에서는 어떤 문학작품이 오래도록 생명력을 가진 고전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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