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집회 타오를수록 빛나는 시민의식…거리 ‘말끔’

2008.06.09 18:19

서울전역 한달간 범죄발생도 10% 이상 감소

한 달을 넘긴 촛불문화제에서는 성숙된 시민의식도 빛을 발했다. 머문 자리가 깨끗하고 절도·폭행·추행 같은 볼썽사나운 사건도 찾아보기 어렵다.

시위가 진행된 5월 한 달간 서울의 범죄 발생건수가 줄어든 것도 특이한 양상이다.

촛불집회에 참석한 여학생들이 8일 시청 앞 광장에서 집회 중에 버려진 쓰레기를 주우며 주변을 정리하고 있다.  |박민규기자

촛불집회에 참석한 여학생들이 8일 시청 앞 광장에서 집회 중에 버려진 쓰레기를 주우며 주변을 정리하고 있다. |박민규기자

9일 서울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지난달 5대 범죄 발생건수는 9104건으로 지난해 1만478건에 비해 1374건(13.1%) 감소했다. 폭력사건은 6642건에서 6415건으로, 절도는 3462건에서 2398건으로 각각 줄었다. 남대문경찰서 관계자는 “아무래도 쇠고기 시위에 관심이 집중되다보니 절도나 폭력행위 등의 범죄 발생빈도가 줄어든 것 같다”고 말했다.

대규모 집회에서 ‘단골메뉴’처럼 등장하는 절도나 성추행 같은 ‘잡범’이 사라진 것도 눈에 띈다. 서울 종로경찰서 관계자는 “촛불문화제가 끝난 뒤 가두시위 때문에 교통불편을 호소하는 신고는 가끔 들어오지만 집회 중 절도나 성추행 신고는 한 건도 없었다”고 말했다.

72시간 릴레이 촛불시위가 한창이던 7일 새벽. 10만여명이 시위 행렬을 이뤘던 광화문 사거리에는 커다란 쓰레기봉투를 손에 든 시민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집회 현장에 버려진 술병이나 피켓을 줍는 자발적 시민들이었다. 쓰레기 봉투는 환경미화원들이 쉽게 수거할 수 있도록 근처 가로수나 가로등 밑에 차곡차곡 쌓아놓았다.

한 40대 여성은 “우리가 있다가 간 자리를 우리가 치우는 것은 당연하지 않으냐”고 말했다. 종로구청 청소행정과 관계자는 “많은 군중이 모이다보니 쓰레기 분량이 좀 늘긴 했지만 시민들이 잘 치워놓기 때문에 우리가 거리를 치우는 데 별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과격 시위에 대한 자정 움직임도 본격화되고 있다. 시민들은 ‘상시체제’로 전환된 촛불시위가 평화적으로 치러질 수 있도록 ‘폭력시위 감시 자원봉사단’을 구성키로 했다. 일부 흥분한 시민을 저지해 평화시위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경찰과의 직접 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비폭력! 비폭력! 3보 후퇴!’ 구호도 새로 등장했다. 평화시위를 위한 ‘마스크 안쓰기 운동’ ‘비폭력시위 지침서 발간’ 같은 아이디어도 나왔다.

‘88만원 세대’ 저자 우석훈 박사는 “시민들은 이 싸움이 오래간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명분을 중요하게 보고 있다”면서 “10대까지 자유롭게 참여하는 촛불시위가 폭력적으로 가서는 안된다는 데 공감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송진식·강병한·유희진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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