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김일성·김정일때와는 다르다?…김정은 후계 안갯속·핵보유국

김혜미 기자I 2020.04.30 20:36:42

김정은 위원장 잠적 장기화에 시장 불안감 확산
김일성·김정일 사망 당시 금융시장 단기 충격 그쳐
후계 불명확해 리스크↑..제3세력 등장 최악시나리오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김여정 조선노동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윤지 김혜미 기자] 금융시장이 가장 싫어하는 것은 ‘불확실성’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건재하다는 정부 발표에도 내외신에서는 끊임없이 유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시장의 불안감을 부추기고 있다.

시장이 우려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김 위원장의 건강이상설이 사실로 확인되고 북한 수뇌부가 후계자를 정하지 못하고 권력 투쟁을 벌이다 방계를 포함한 김씨 일가가 아닌 제3세력이 이를 장악하는 상황이다. 특히 사실상 핵보유국인 북한이 군부가 보유한 핵무기에 대한 통제력을 의심받을 경우 가뜩이나 코로나19로 인해 취약해진 한국 경제에 초대형 악재가 될 수 있다.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김일성·김정일 사망 당시 시장 충격 일시적

앞서 김일성 국가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당시에는 금융시장 충격이 그리 크지 않았다. 사전에 후계자가 사실상 정해져 있어 순조롭게 승계가 이어진 때문이다.

지난 2011년 12월19일 김정일 위원장 사망 발표 당시 원·달러 환율은 전거래일보다 16.20원 상승한 1174.80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곧 안정을 되찾아 12월23일에는 사망 이전인 1150원 수준을 회복했다. 코스피 지수도 사망 이전인 12월16일 1840선에서 19일 1777까지 밀렸으나, 23일에는 1867로 회복했다.

당시 국가부도위험도 일시적으로 치솟았으나 오래지않아 제자리를 되찾았다. 한국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5년 만기 외국환평형기금채권)은 열흘 가량 10bp(1bp=0.01%포인트) 넘게 올랐다가 점차 안정을 되찾았다.

당시에도 국제 신용평가사들은 북한 내 상황 변화에 따라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이 하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으나 실제 하향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는 향후 권력 승계의 진행과정이 한국 신용등급 평가에 중요하다고 지적했고, 피치는 북한 상황이 악화되면 한국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언급했었다.

1994년 7월 김일성 주석 사망 당시 상황도 비슷했다. 북한이 김 주석 사망 사실을 공식 발표한 다음 날 코스피 지수는 0.79% 하락했으나 이튿날 1.24% 반등했다. 당시에는 외국인 투자비율이 10%에 불과해 단순비교하기는 어렵지만 김 주석의 후계자인 김정일 위원장이 사실상 북한을 통치해 오면서 김 주석 사망에도 불구 북한 내부의 권력투쟁 등 불안요소를 사전에 차단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자료 출처 : 현대차증권
◇김여정·김평일 거론..제3세력 등장은 최악의 시나리오

문제는 과거 조부와 부친 사망 때와 달리 36세의 젊은 나이인 김정은 위원장은 유고시 뒤를 이을 후계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현재 가장 유력한 후계자로는 여동생인 조선노동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이 거론된다. 유교적 정서가 강한 북한에서 여성이라는 점은 약점이지만 백두혈통이라는 김 부부장의 위상은 이를 뛰어넘기 충분한 것으로 전해진다. 김 위원장의 삼촌 김평일도 거론된다.

주영국북한대사관 공사를 지낸 태영호 미래통합당 당선자는 앞서 내외신과의 인터뷰에서 “김여정 체제로 가겠지만 현 체제의 주축인 60·70대 세력의 눈에 김여정은 완전히 애송이”라며 김평일이 다시 부상할 것으로 내다보기도 했다.

일부에서는 과거 스탈린(소련) 및 티토(유고슬라비아) 사망 당시와 유사한 군부 과두정치 체제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중원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과거 해방 이후 북한의 군부 과두정치 상황에서 김일성 주석이 치열한 권력다툼 끝에 승리해 권력을 잡았다”면서 “현재 확실한 백두혈통 후계자가 없는 상황에서 김 위원장 유고시 군지휘부 내 권력투쟁으로 북한 사회가 혼란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원은 “동아시아-태평양 지역 패권확보를 위해 북한체제 위기 시 외교적·지리적 이점을 내세워 중국이 개입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후계구도와 관련해 제 3세력의 정권 장악은 최악의 시나리오다. 정보가 부족하고 예측이 어려운 세력이 권력을 잡으면 북한의 핵무기 통제에 대한 우려가 제기될 수 있다. 과거 김일성, 김정일 사망 때와 달리 북한은 핵무기 보유국이다.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하면 단순히 금융시장 혼란에 그치지 않고 국가신용등급 하락 등 경제적 피해가 본격화할 수 있다.

유승민 삼성증권 연구원은 “제3세력이 집권해 군부에 대한 핵무기 통제능력이 불투명할 경우 지정학적 불확실성은 매우 높아진다”면서 “금융시장 영향은 한국을 중심으로 아시아 시장에서 더 민감하게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유 연구원은 “코로나19로 인한 봉쇄 조치가 지속되는 가운데 김 위원장의 유고 상황이 발생한다면 글로벌 공급망 불안정 이슈에 한국도 포함될 수 있고 환율이 급등해 한국 수출 기업에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北 김정은 건강이상설

- 김정은 건재 후 처음 모인 국회 정보위…“수술 없었다”(종합) - 국정원 "김정은, 수술이나 시술 자체 받지 않아" - ‘김정은 컴백’ 北, 연일 경제 독려…이상설 겨냥 대남비난 유지(종합)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