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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연, '스물아홉... 내 인생의 터닝포인트'

김용운 기자I 2008.08.06 10:45:21
▲ 김소연(사진=김정욱 기자)

[이데일리 SPN 김용운기자] 1980년생인 김소연은 우리나라 나이로 스물아홉 살이다. 그러나 김소연에게 스물아홉 살은 다른 사람들의 스물아홉 살과 다르다. 이제야 비로소 자신의 나이를 찾아, 혹은 자신의 나이에 맞게 인생을 새롭게 살고 있기 때문이다.

중학교 2학년 겨울, 열다섯 살의 나이에 김소연은 남들보다 빨리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한다. 김소연은 이전까지 연기학원에 숱하게 등록 되어있는 연기자 지망생 중 한 명이었을 뿐이다.

운명의 지침을 바꾸게 된 행운은 우연치 않게 찾아왔다. 당시 학원드라마로서는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던 SBS ‘공룡선생’에 연기학원 수강생들이 엑스트라로 참여했다. 김소연 역시 운동장을 돌아다니는 학생1 혹은 학생2로 촬영장을 드나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 드라마에 출연해야 하는 고등학생 배우가 촬영장에 나오지 않았다. 그 자리를 메우기 위해 김소연이 투입됐다. 또래의 중학생들과 달리 고등학생처럼 조숙해 보인다는 이유에서였다. 그 한 번의 출연이 김소연의 인생을 바꿨다. 김소연은 그 자리에서 ‘공룡선생’ 3기 여자주인공으로 결정됐다. 김소연의 부모는 딸이 연예인이 되는 걸 반대했지만, 결국 딸을 의지를 꺾지 못한 채 한밤 중에 SBS로 불려가 출연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한 번도 제 나이에 맞는 역할을 해본 적이 없어요”

현재 월화드라마 중 시청률 1위를 달리고 있는 SBS ‘식객’에서 김소연은 운암정의 매니저인 윤주희 역으로 출연하고 있다.

김소연은 윤주희 역이 이전까지 이지적이고 도도했던 역할과는 다른 ‘따뜻한 마음’을 먼저 내비쳐야 하는 역이라 내심 걱정을 했다. 무엇보다 제 나이에 맞는 이십대 후반의 역할이란 점에서 오히려 마음이 불안했다. 연기자 김소연은 자연인 김소연 보다 항상 나이가 많았다.
▲ 김소연(사진=김정욱 기자)

“처음 ‘공룡선생’으로 데뷔할 때 중학교 2학년에서 3학년으로 넘어가는 겨울이었어요. 그때 제가 공룡선생에서 고3 수험생 역을 해야 했지요. 중3때는 재수생 역할을 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고2때는 ‘예스더데이’란 드라마에서 스무 여덟 살먹은 여주인공을 맡았지요. 열아홉 살 때는 ‘순풍산부인과’에서 이십대 중반의 의사 역을 맡아 식객에서 봉주 역으로 출연하는 오중이 오빠와 시트콤이지만 멜로 연기를 펼치기도 했구요. 저를 차갑고 도도한 이미지로 각인시켰던 ‘이브의 모든 것’의 허영미 역할 역시 스무 한 살에 맡았던 거구요.”

‘식객’의 15회 촬영을 마친 7월말 이데일리 SPN과 만난 김소연은 십대 중반의 데뷔 초부터 이십대 막바지 나이에 ‘식객’에 출연하기까지 과정을 설명했다. 김소연은 “이제야 제 실제 제 나이에 맞는 역할을 연기하고 있다”며 “그전에는 잘 몰랐던 연기의 재미와 희열을 새록새록 느낀다”고 들뜬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늦게 배운 도적질이 더 무섭다고 하잖아요”

2005년 ‘가을 소나기’ 이후 3년간의 공백기를 끝에 출연하게 된 ‘식객’이었다. 원작에도 없는 캐릭터라 다른 배우들에 비해 가장 마지막에 캐스팅 되는 곡절을 겪었다. 모처럼 하는 연기에 걱정이 컸다. 한 마디로 자신감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다행히 ‘순풍산부인과’에서 호흡을 맞췄던 권오중이 상대역인 오봉주로 극의 중심에 있었다. 권오중은 유쾌한 성격으로 김소연을 부담 없이 대했다. 성찬 역의 김래원과 진수 역의 남상미, 민우 역의 원기준 등 다른 배우들과도 연기에 대한 호흡이 맞기 시작했다. 오숙수 역의 최불암을 보면서 연기자의 자세를 다시 한번 생각했다. 촬영이 기다려지고, 대본 연습이 즐거워지고, 무엇보다 연기자로서 현장에서 조명을 받으며 다시 연기를 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기뻤다. 
 
“‘가을 소나기’가 시청률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끝났고 중국으로 건너가 촬영한 ‘칠검’은 중국에서는 흥행이 되었지만 국내에서는 반응이 썩 좋지 않았어요. 그렇게 한 해를 보내고 나니 작품이 들어오지 않더라구요. 그 사이에 남들처럼 연애도 하면서 마음 앓이도 하고, 일종의 실업자처럼 하릴 없이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중학교 2학년 겨울에 데뷔해 십여 년 간을 쉼 없이 일했던 김소연에게 '공백'은 처음 마주치는 시간이었다. 김소연은 돌이켜 생각해보니 그 기간이 삶의 큰 밑거름으로 작용했다고 한다. 십여 년간 일상적이었던 촬영현장이 얼마나 소중한지 비로소 뼈 속까지 깨닫게 되어서다.

“그전까지도 열심히 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뭐랄까? 늘 있는 촬영현장이 당연하다고 생각했거든요. 그 현장에 있다는 것 자체가 선택받은 일이고 감사해야 할 일인데 그 생각을 미처 다 하지 못했던 거죠.”
 
▲ 김소연(사진=김정욱 기자)

 
같은 재료를 놓고 요리책에 적힌 요리법대로 음식을 만들어도 사람마다 음식의 맛은 차이가 난다. 같은 대본을 놓고 대본에 적힌 대로 연기를 해도 연기자마다 연기의 밀도는 다르다. 김소연은 이제야 연기의 밀도가 무엇인지 조금은 감을 잡았다고 했다.

“늦게 배운 도적질이 무섭다고 하잖아요. 연기를 일찍 시작했고 대학에서 연영과를 전공했지만 그동안 연기에 대해 또 몰랐던 것이 있었던 거죠. 대본에 있는 대로 연기를 했지만 우러나오지 않았다고 해야 할까? ‘식객’을 촬영하면서 우러나오는 연기가 무엇인지 조금씩 보여요. 그게 너무 신기하고 재밌고 흥분될 때가 있습니다.”

◇“사랑보다 일...당분간 일과 연애할래”

이십대와 삼십대의 기로에 놓인 김소연에게 결혼에 대한 계획을 물었다. 극중 봉주에게 프러포즈를 받은 만큼 결혼에 대한 생각이 각별할 것 같아서였다.

“저는 스무 한 살 때 결혼하는 줄 알았어요. 일찍 결혼하고 싶었는데 어느새 서른 살이 목 앞에 와 있더라구요. 그런데 집에서는 아직도 저를 애기 취급하셔서 결혼하라고 성화를 하지 않으시네요.”

김소연은 "앞으로 십여 년 간은 연기에만 집중하고 싶다"며 "결혼에 대한 압박이나 스스로의 필요성을 잘 느끼지 못하겠다"고 덧붙였다. 직접적으로 이야기하지 않았지만 ‘식객’의 영향인 듯 보였다.

'식객'의 주인공 성찬이 운암정 주방을 벗어나 전국을 돌며 요리에 대해 새로눈 눈을 뜬 것처럼 김소연 역시 '식객'의 윤주희라는 캐릭터를 통해 연기에 대해 새롭게 자각 하고 있었다. 그 '깨달음의 기쁨'으로 인해 김소연은 앞으로 십여 년은 연기자의 길에만 매진하고 싶어했다.

▲ 김소연(사진=김정욱 기자)


"어떻게 보면 이제야 제 자리를 찾은 것 같습니다. 남보다 먼저 시작했고 또 많은 것을 누렸지만 항상 제 옷이 아닌 다른 옷을 걸친 것 처럼 마음 한 구석이 불편했었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안그래요. 스물 아홉살의 김소연과 드라마 속 제 모습이 이렇게 가까워질지 몰랐어요." 
 
'마지막으로 '식객'을 촬영하며 달라진 점이 또 없느냐고 물었다.

"엄마가 제가 탤런트라는 사실을 알리지 않고 사셨 거든요. 그런데 요즘에는 '내 딸이 '식객에 나오는 윤주희야' 라고 은근히 자랑하고 다니신데요. 그 말을 들으니 괜히 뿌듯한 거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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