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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잡는 초단타매매…韓시장서 1400억 털어갔다

김나경 기자I 2020.01.29 00:00:00

英금융감독청 "글로벌 초단타매매 수익 50억弗"
"거래비용 증가..초단타매매 없애면 17% 절감"
美월가 "초단타매매 긍정적 효과 있다" 반발

[한국 증권거래소]
[이데일리 김나경 인턴기자] 한국 금융시장에서 초단타 매매로 발생하는 수익이 한해 1400억원에 달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는 시가총액 규모가 한국보다 2.5배 더 큰 영국 런던증권거래소와 비슷한 수준으로, 그만큼 한국 주식시장의 초단타 매매가 많이 이뤄진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2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영국 금융감독청(FCA)이 런던증권거래소에서 오고 간 20억 건의 전자 메시지를 바탕으로 초단타 매매 수익을 추정한 결과 전세계 금융시장에서 금융시장 참가자들이 초단타 매매를 통해 벌어들이는 수익은 연간 50억달러(한화 약 5조 8820억원)에 달했다. 이 가운데 한국 금융시장에서 벌어들이는 수익은 1억2000만달러(약 1412억원)로 런던증권소(1억1900만달러)와 비슷했다.

아주 짧은 시간 동안 주식을 사고팔아 차익을 챙기는 초단타 매매는 ‘뜨거운 감자’ 중 하나였다. 초단타 거래는 남들보다 더 빨리, 더 많이 정보를 수집해 많은 양의 매매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정보력이 있고 프로그램 매매 등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춘 헤지펀드 등 기관 투자자만 그 이익을 가져갈 수 있다는 비판이 거셌다. FCA에 따르면 초단타 매매 한 건당 거래시간은 79마이크로초로 눈을 깜빡이는 속도보다 더 빠르다.

특히 버니 샌더스, 엘리자베스 워런 등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들이 최근 증권거래세 도입을 주장하며 단기 주식 거래를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면서 월가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한국에서도 지난해 한국 증권거래소가 메릴린치-시타델에 6000여건의 허수성 주문을 넣어 주가를 끌어올린 후 보유물량을 빠르게 팔아치우는 수법으로 금융시장을 교란했다며 1억7500만원의 제재금을 부과한 바 있다. 이들이 얻은 매매차익은 2200억원으로 추정된다.

FCA는 보고서를 통해 “초단타 매매로 수익을 내는 회사는 극소수에 불과하다”며 이같은 주장에 힘을 실었다. 보고서는 “이런 거래는 시장 유동성에 유의미한 피해를 준다. 이를 없애면 거래 비용이 17% 줄어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보고서와 관련해 미국 월가를 중심으로 초단타 매매 시장을 옹호하는 단체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미국의 로비단체 마켓 이니셔티브의 크리스틴 웨그너는 “이 보고서의 정치적 배후에 의심이 간다”며 “프로그램 매매는 주식거래 비용을 대폭 절감하면서 투자자들에게 혜택을 줬지만 보고서에는 해당 내용이 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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