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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도연 "너무 힘든 감정 연기, 신이라도 내리길 바랬다"

유숙 기자I 2007.05.18 12:24:02

▲ 영화 '밀양'의 주연을 맡은 전도연(사진=김정욱 기자)


[이데일리 SPN 유숙기자] “연기 안 될 때는 악마에게 영혼이라도 팔고 싶었어요.” 

24일 개봉하는 이창동 감독의 신작 '밀양'(제작 파인하우스 필름)은 한 달 전인 4월 주연배우 감독이 함께한 가운데 제작보고회를 가졌다. 이때 행사장에서 공개된 메이킹 필름에 참 인상적인 현장 모습이 하나 있었다.
 
극중 신애역을 맡은 전도연이 아이를 유괴 당하고 절망에 빠지는 장면을 연기하다가 "도저히 감을 잡을 수가 없다"며 그날 촬영을 포기하는 모습이었다.

◇ "'힘들다', '고통스럽다' 넘어 상상조차 안되는 현장"

최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가진 전도연은 결코 쉽지 않았을 신애라는 캐릭터를 연기한 것에 대해 대뜸 “죽을 것 같았다”고 솔직한 심경을 토로했다.
 
“(이창동) 감독님조차도 배우에게 지시를 명확히 하시지 않아 미안해 하지만, 그렇다고 배우를 편안하게 만드는 분은 아니잖아요. ‘힘들다’, ‘고통스럽다’를 넘어서 상상조차 안 되는 현장이었던 것 같아요.”

극중 신애가 느끼는 복잡한 감정이 잘 잡히지 않을 때는 정말 신이라도 내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도 있다고 한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으로 지금 이 순간 악마가 나타나서 ‘내게 영혼을 팔면 연기력을 주겠다’고 한다면 악마에게 영혼이라도 팔고 싶었어요. 배우가 연기가 안 될 때는 감독에게 기대게 되는데 감독님도 ‘나도 잘 모르겠어’라고 하시니 혼란스러워서 말도 안 되는 생각도 하고 그랬죠.”

전도연에게 그토록 괴롭힌 이창동 감독이 또 한 번 작품 제의를 한다면 어떻게 하겠냐고 묻자, 웃으며 “시나리오 보고 결정할래요”라고 말했다.
 
이어 그녀는 “촬영 중간에는 ‘이 감독이 앞으로 나에게 어떤 부귀영화를 줘도 이 사람과는 다시는 작품 안 할거야’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감독님이 바로 보여요. 완성된 영화를 보고 나니 사람들이 왜 이창동, 이창동 하는지 알겠어요”라고 답했다.
 
▲ 영화 '밀양'의 전도연(사진=김정욱 기자)

◇ "해외는 내 공간 아닌 것 같아,국내 활동에 전념하고 싶다"

완성된 영화를 본 지금도 전도연은 여전히 "내가 저 장면을 어떻게 연기했는지 기억도 안 난다"고 했다.  그러나 아직도 현장에서 느낀 어려움을 다 털어내지 못한 그녀에게 국내외 언론은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덕분에 전도연의 주변에는 ‘밀양’이 경쟁부문에 초청된 올해 칸 영화제에서 좋은 소식을 기대하는 사람이 많다.

그래서 “만약 칸에서 사람들의 기대처럼 정말 여우주연상을 타게 된다면 어떤 수상소감을 말하고 싶냐”고 물었다.
 
그러자 전도연은 “대종상이나 청룡영화제 수상 무대에 올라가도 머릿속이 하얘지는데 칸은 어떨까 싶어요. 올라가봐야 알겠죠. 생각 해놓더라도 이름이 불리면 까먹을 것 같기도 하고, 뭔가 거창한 말을 해야 하나, 영어 못 하는데 영어로 해야 하나 생각도 들고….”

그녀의 연기력을 두고 이제 다른 배우들처럼 해외진출을 시도해도 될 것이라는 의견도 많다. 하지만 전도연은 “해외진출은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고, 국내에서 열심히 하고 싶다"며  "‘국내는 너무 좁아’라는 생각도 안 해봤고 오히려 해외는 내 공간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라고 생각을 말했다.

◇ 해외 영화제 칸이 처음, 그래서 요즘 기대 반, 걱정 반  

무척 많이 다녔을 것 같은데, 의외로 전도연은 영화제 참가 경험이 거의 없다. 한석규와 함께 출연한 영화 ‘접속’이 개봉했을 때 부산국제영화제에 참석한 걸 제외하고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영화제를 가본 경험이 없다.
 
그래서 그녀는 이번 칸 영화제 참가가 무척 설레이면서도 은근히 걱정이 된다고 한다.
 
전도연은 “해외 영화제는 처음이라 가서 공식행사 외에 뭘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날씨도 좋고 경치도 좋다니 여기저기 돌아다녀야죠. 60주년이라 유명 배우, 감독들이 많이 온다고 해요. 눈도 즐거울 것 같고 신기할 것 같아요”라고 들뜬 표정으로 말했다.

영화사 측은 당초 3일 정도 프랑스 칸에 머무를 예정이던 전도연의 일정을 폐막일까지 연장했다. 전도연은 22일 프랑스로 출국한다. 

◇ '밀양' 촬영 때 만난 아역 배우, '나도 저런 아들 낳고 싶다'
 
 3월 결혼식을 올린 전도연은 최근 살림 재미에 푹 빠져있다. 심지어 걸레까지 하얗게 삶아 남편 강시규 씨를 헛갈리게 한다고.
 
“아무리 깨끗하다고 해도 남자들은 왜 그걸 구분 못하는지 모르겠어요”라는 그녀의 투덜거림에 신혼의 달콤함이 묻어났다.

전도연은 자녀 계획을 묻자 “기왕이면 아들-딸 순서로 하나씩 낳고 싶어요”라며 “‘밀양’ 촬영 때 아역 배우가 너무 똘똘하고 예의도 바르더라구요. 그래서 ‘나도 저런 아들 낳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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