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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EF2016]韓美 울리는 배우 김윤진 "'있는 그대로의 나' 답게"(인터뷰)

김윤지 기자I 2016.10.14 07:05:00
[이데일리 스타in 한대욱 기자]배우 김윤진이 이데일리 스타in과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데일리 스타in 김윤지 기자]한국과 미국, 두 나라의 마음을 움직인 이가 있다. 배우 김윤진이다. 이병헌·배두나·수현 등 최근 할리우드와 국내 활동을 병행하는 배우가 늘어났다. 김윤진은 국내 배우 최초 미국 드라마 주연을 맡으며 그 물꼬를 튼 인물로 평가 받는다.

김윤진은 2004년 미국 ABC 드라마 ‘로스트’ 주인공으로 발탁됐다. 탄탄한 연기력은 물론 미국에서 학창시절을 보내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없다는 이유가 컸다. ‘로스트’는 시즌6까지 제작됐다. 드라마 인기와 함께 김윤진은 세계적인 스타로 거듭났다. 이후 같은 방송국 드라마 ‘미스트리스’에 출연하며 활동을 이어갔다. 시작은 운일지라도 이를 기회로 만든 것은 그의 실력이었다.

영화 ‘세븐데이즈’(2007), ‘하모니’(2009), ‘이웃사람’(2012) 등 국내 활동도 틈틈이 병행했다. 영화 ‘국제시장’(2014)은 그를 ‘천만배우’로 만들었다. 지난달 시즌4로 ‘미스트리스’를 마무리한 그는 영화 ‘시간 위의 집’(가제)으로 2년 만에 국내 복귀를 앞두고 있었다. 크랭크인에 앞서 오는 19일 ‘제5회 세계여성경제포럼’ 연사로 나서는 김윤진을 최근 서울 논현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12년 동안 美드라마 두 작품…“운 좋았죠”

‘미스트리스’는 대학 동문인 30대 여성 4명의 사랑과 우정을 그린다. 김윤진은 정신과 의사 카렌 킴 역을 맡았다. 시즌5 제작이 취소되면서 드라마는 시즌4로 종영했다. 공교롭게도 김윤진은 이보다 앞서 하차를 결정했다.

“작품이나 캐릭터 보다는 다른 장르에 대한 갈증이 컸어요. 멜로가 아닌 새로운 장르를 해보고 싶었거든요. 계약서상 방송국에서 동의해주지 않았으면 계속 출연했어야 했어요. 다행히 제작진과 이야기가 잘 됐어요.”

그의 하차가 결정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드라마 종영이 발표됐다. 그는 “괜히 마음이 불편했다”면서 “참석하지 못했지만 쫑파티도 잘했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4년 동안 동고동락하며 친구가 된 동료 배우들을 떠올리며 미소 지었다.

“시즌제 드라마를 하면 캐릭터와 함께 성장하는 기분이 들어요.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일은 없으니까요. 무엇보다 시즌이 이어질 수 있는 드라마를 할 수 있어 운이 좋았죠. 미국에서 활동한 지 10여년이 지났는데 이제 겨우 두 번째 작품이 끝났어요.”

[이데일리 스타in 한대욱 기자]배우 김윤진이 이데일리 스타in과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있는 그대로의 나’가 중요

그 사이 여러 한국 배우가 미국으로 진출했다. 최초라는 뿌듯함을 느낄 법도 했다. 김윤진은 손사래를 쳤다. 그는 “기회를 잡으려 미국으로 갔고, 운이 좋아 좋은 작품에 캐스팅됐다”고 말했다.

“‘김윤진도 하는데’라고 생각한 거 아닐까요? 예전에는 미국 진출을 염두조차 안했는데, 우리나라 배우도 얼마든지 다른 나라에서 잘 할 수 있다는 걸 직접 보면서 달리 생각하기 시작한 거 같아요. 제작진들은 좋은 배우를 원해요. 배우의 국적은 중요하지 않아요. 그리고 한국엔 좋은 배우가 많죠.”

그는 ‘미스트리스’를 예로 들었다. 당초 김윤진의 배역은 카렌 로즈란 이름의 백인 여성으로 설정돼 있었다. 김윤진이 발탁되면서 카렌 킴이 됐다. ‘로스트’도 마찬가지다. 처음부터 한국 배우를 고려한 역이 아니었다. 김윤진이 합류하면서 캐릭터 설정이 달라졌다.

“‘나만의 색깔’이 중요해요. 누구처럼 연기하는 건 재미없어요. 예전에는 미국에서 활동하면 미국식으로 연기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지금은 그렇지 않아요. 다 함께 모인 장면을 촬영할 때 다들 평범한 미국인처럼 리액션을 크게 해요. 저는 그렇게 하지 않아요. 일부러 다르게 하려고 의식하는 것도 아니에요. 있는 그대로를 자연스럽게 보여주려고 해요.”

◇여성, 적극적으로 목소리 냈으면

변함없는 것도 있었다. ‘아님 말고’ 정신이었다. “열심히 하되 인정할 것은 인정한다”는 그만의 철학이었다. 덕분에 과감히 도전했고, 결실을 맺었다. 이번 강연에서 요즘 세대에게 들려 줄 이야기인지 묻자 잠시 고민에 빠졌다. 잠시 후 “그러기엔 젊은 세대가 너무 많은 것을 포기하고 살고 있어 미안하다”고 입을 뗐다.

“그럼에도 좀 더 적극적이면 좋겠어요. 특히 한국 여성들은 튀지 않으려고 해요. 튀면 못질을 당해서 그런가 싶어요. 아쉬운 부분이죠. 남보다 나를 먼저 생각하는 훈련이 필요한 것 같아요. 너무 착하면 개성이 없잖아요. 적어도 사회생활은 그런 것 같아요.”

근래 사회 전반으로 퍼진 ‘여혐’(여성혐오) 논란에 대해 물었다. 고개를 끄덕이며 관심이 많다고 호응했다.

“사회 전반으로 돌아봐야 할 문제라고 생각해요. 여성 대통령이 나온 한국에서도 그런 일들이 벌어지듯, 오바마 대통령이 임기 중인 미국에서 인종차별은 여전하죠. 어려움은 있지만 조금씩 바꿔나갈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어요. 남녀차별로 인해 여성도 남성도 손해를 입으니까요. 다음 세대는 물론 우리 스스로를 위해 필요한 일 같아요.”
[이데일리 스타in 한대욱 기자]배우 김윤진이 이데일리 스타in과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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