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신뢰 잃은 지방銀, 폐쇄적 조직문화부터 바꿔야

  • 송고 2024.01.02 15:02
  • 수정 2024.01.02 15:03
  • EBN 김민환 기자 (kol1282@ebn.co.kr)
  • url
    복사

김민환 금융증권부 기자

김민환 금융증권부 기자

최근 지방은행들이 연이은 금융사고에 내부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사고의 면면을 들여다봤을 때, 단순히 내부통제 시스템 문제만이 아닌 근본적인 원인은 폐쇄적인 조직 문화에서 기인했다.


지난해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에서 대규모 횡령 사건이 발생한 데 이어 시중은행 전환을 추진하고 있는 대구은행에서는 영업점 실적 압박으로 인한 영업점 직원들의 허위 계좌개설로 신뢰가 바닥까지 추락했다.


그간 금융당국이 이러한 금융사고 예방을 위해 대대적으로 내부통제 강화를 진행했지만 이를 비웃듯 대규모 금융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이에 금융당국은 폐쇄적인 조직문화와 1도(道) 1은행 주의로 상대적으로 감시와 견제가 부족한 부분에 착안해 지방금융지주 특성에 맞춘 내부통제 강화를 검토 중이다.


실제 전문가들도 지방은행들이 IT 인력 부족으로 인한 전산망 개발이 더뎌 시스템적으로 다소 미비한 부분이 있었지만 내부통제 부실의 근본적인 원인은 폐쇄적인 조직문화로 보고 있다.


1967년부터 계속된 1도 1은행 주의로 각 지방은행은 연고 지역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


대부분 임직원들이 해당 지역 출신이며, 그곳의 명문 고등학교, 대학교 동문으로 끈끈한 유대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부산은행의 경우 역대 내부 출신 행장 5명 중 부산상고, 경남상고, 부산대, 동아대를 거치지 않은 행장은 1명뿐이었으며, 경남은행도 4명 중 3명은 마산상고와 경남대 출신이었다.


대구은행 역시 경북고와 대구상고, 두 학교 간 학연 갈등이 치열했다.


최근 들어 이러한 학맥의 영향은 다소 축소되고 있지만 수장부터 결재권자, 실무자 등 임직원 전반이 오래동안 좁은 지역사회에 살다 보니 아직까지 대부분이 형·동생 관계로 묶어져 있다.


때때로 이러한 연고주의 문화가 지역을 움직이는 동력이 되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은 측면이 있다.


실제 여러 지방은행의 인사총무 담당들은 직원 간 소통과 정이 많아 가족 같지만, 그로 인한 객관적 판단이 어려울 경우가 더러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일례로 2016년 박인규 전 대구은행장은 보훈대상자가 아닌 지원자에게 없는 보훈번호까지 가짜로 만들어 국가유공자로 조작해 채용하라는 지시를 인사팀에 내렸다.


이렇게 무리수를 써가며 채용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대구은행과 지원자 집안의 관계였다. 당시 지원자 집안은 대구의 한 대형 병원의 관리이사였으며, 병원은 대구은행의 우수거래처였다.


온정주의도 좋고, 내부통제 시스템 강화도 좋지만, 금융사고를 방지할 근본적인 원인을 파악하고 잘못된 구습과 악행을 근절해야 한다.


특히 금융산업은 실물이 아닌 약속에 기초하기 때문에 공정하다는 신뢰가 형성될 때 비로소 고객 참여로 시장이 형성되는 것이다. 일부 직원의 일탈로 한번에 신뢰가 추락할 수 있음을 깨닫고 공과 사는 명확히 구분할 줄 알아야한다.



©(주) EB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전체 댓글 0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EBN 미래를 보는 경제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