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출점제한 무용지물…점주만 배곯는다

  • 송고 2023.09.04 15:06
  • 수정 2023.09.04 15:10
  • EBN 이재아 기자 (leejaea555@ebn.co.kr)
  • url
    복사

CU·GS25·세븐일레븐 등 전국 편의점 5만개 넘어

본사 외형성장 지속에도 불구, 점포당 매출은 감소

출점 자율규약 허점에 가맹점과 상생 효과 희미

편의점 ‘출점 거리 제한’ 규약이 사실상 무용지물인 것으로 나타났다. 픽사베이·각사

편의점 ‘출점 거리 제한’ 규약이 사실상 무용지물인 것으로 나타났다. 픽사베이·각사

편의점 ‘출점 거리 제한’ 규약이 사실상 무용지물인 것으로 나타났다.


과도한 출점 경쟁 제지, 가맹점과의 상생 도모 등을 이유로 시행된 지 6여년이 지났다. 그러나 국내 편의점 수는 여전히 고공행진 중이며 본사 외형 성장세와 개별 점주들의 실익은 엇박자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4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주요유통업체 매출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편의점 업계 전체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6.6%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반면 편의점 개별 점포 매출은 같은 기간 0.1%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CU, GS25, 세븐일레븐, 이마트24 등 편의점 브랜드를 막론하고 출점 경쟁이 지속되면서 본사 차원에서 외형 성장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으나, 점포당 가맹점주 개인이 가져가는 실익은 뒷걸음질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에 지난 2018년 편의점 업계가 과도한 출점 경쟁을 제지하고 가맹점주와의 상생 도모를 위해 체결했던 ‘편의점 산업 거래 공정화를 위한 자율규약’ 실효성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 규약은 2021년경 3년 연장하기로 합의돼 현재도 시행 중이다. 그러나 여전히 각종 편의점들은 사세 확장에 한창이며 점주들의 주머니 사정은 나아지지 않는 모습이다.


근본적인 문제는 해당 규제가 과도한 경쟁을 막기 위해 제시했던 ‘출점 거리 제한’ 실질적 기준이 미흡했다는 점에 있다. 이 규제는 편의점들이 일명 ‘담배소매인 지정거리’ 이상의 간격을 두고 출점하길 요구한다.


편의점의 수익에서 담배가 차지하는 비율이 40%에 가까운 데다, 담배 구입 시 다른 상품을 구매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담배 판매권을 기준으로 삼은 것이다. 실제로 편의점 임대인·임차인 모두 계약 시 ‘담배 허가가 나지 않으면 매매 계약은 무효로 한다’는 특약을 요구하기도 한다.


일단 담배사업법상 담배를 판매하는 소매인의 영업소간 거리 자체가 50~100m 수준으로 지나치게 짧다. 이마저도 직선거리가 아닌 도보거리로 측정돼 규제 효과 한계 명확하다. 특정 편의점이 작은 도로를 가운데 두고 마주보고 있어 직선거리가 짧더라도, 보행자 도보거리 기준으로 돌아가야 한다면 사실상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에 편의점 출점이 가능한 셈이다.


국내 편의점 수는 지난해 말 기준 5만4200여개로 전년 5만500개 대비 4000여개가 증가한 상태다. 지난 5년간 편의점들은 매년 평균 2000~3000여개가량 늘어온 이력이 있어, 앞으로도 이 같은 문제는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다 일부 아이스크림 할인점의 꼼수 영업도 일반 편의점의 피해를 키우고 있다. 개점 시에는 편의점이 아닌 다른 업종으로 등록한 뒤 점차 취급 품목을 늘리면서 변종 무인편의점 형태로 운영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서다. 기존 편의점사들의 출점 경쟁에다 ‘변종 편의점’까지 가세하면서 과밀화 문제가 점차 심화하는 실정이다.


관련 업계 내에서도 편의점 출점 거리제한 규약을 계속 연장해 유지할 계획이라면, 거리 측정 기준을 전반적으로 개선해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들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앞서 국내 편의점 수가 3만개, 4만개를 넘어설 당시에도 현장에서는 과다 출점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항상 나왔다. 하지만 5만개를 넘어선 현 시점에도 상황은 크게 개선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코로나19 이후 1인 가구 증가, 밀키트 소비 증가 등 업계 자체는 호황기를 누리는 듯 보이나 개별 점주들의 주머니 사정은 업황 성장률을 못 따라오는 실정”이라고 진단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담배소매인 지정거리 제한은 세부 규정을 각 지자체에 맡기고 있어, 지역마다 편의점 출점 기준 자체도 50~100m 내 제각각인 현실”이라며 “편의점 본사들의 경우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려 성장 동력을 찾고 있지만, 이미 출점한 국내 편의점 가맹점주들이 지역 특색을 살릴 수 있도록 하거나 임대료·인건비 지불 등에서 마진을 높일 수 있는 실질적인 대책을 활발히 내놓을 필요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주) EB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전체 댓글 0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EBN 미래를 보는 경제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