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섯요정의 기묘한 모험] 버섯의 여왕에겐 고약한 냄새가 난다? 말뚝버섯

2023.06.24 07:52
노란망태말뚝버섯 - 갓 아래로 노란색 수세미 같은 구조가 인상적인 버섯. 이 화려한 모습 때문에 버섯의 여왕이라고도 불리지만 고약한 악취가 난다. 박상영 제공
노란망태말뚝버섯 - 갓 아래로 노란색 수세미 같은 구조가 인상적인 버섯. 이 화려한 모습 때문에 버섯의 여왕이라고도 불리지만 고약한 악취가 난다. 박상영 제공

버섯도감에서 ‘버섯의 여왕’이라고 불리는 노란망태말뚝버섯을 처음 보고 저는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노랗고 화려한 모습은 버섯의 여왕이라는 칭호가 전혀 아깝지 않을 정도였죠. 언젠간 꼭 직접 보고 말 것이라며 다짐했어요.

 

● 고약한 냄새 속 숨겨진 진미

 

2020년경 본격적으로 버섯을 탐사하러 다니기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그토록 보고 싶었던 노란망태말뚝버섯을 볼 수 있었어요. 그곳은 경상북도 봉화군의 활엽수림이었는데 가까이 가 보니 노란망태말뚝버섯들이 군락을 이루며 펼쳐져 있었습니다. 아름답고 신비로운 모습에 넋을 잃은 것도 잠시 갑자기 코를 찌르는 지독한 악취가 느껴졌습니다. 코를 가까이 댄 순간 악취의 근원이 노란망태말뚝버섯임을 단번에 알 수 있었죠.

 

사람들은 말뚝버섯류 냄새를 흔히 ‘고깃덩어리가 썩는 냄새’라고 해요. 예전에 이 사실을 모르는 친구와 함께 산책을 하다가 말뚝버섯을 발견해 굉장히 향긋한 향기가 나는 척 하며 짓궂은 장난을 치기도 했었죠. 이렇게 말뚝버섯류에서 썩은 냄새가 나는 이유는 버섯의 머리에 악취가 나는 점액질인 ‘기본체’가 있기 때문입니다.

 

말뚝버섯이 썩은 향을 내는 목적은 파리를 비롯한 곤충들을 유인하기 위해서에요. 고약한 냄새를 맡은 곤충들은 그 즉시 버섯 위에 앉아 점액질을 정신없이 빨아 먹습니다. 이 과정에서 말뚝버섯류의 포자가 곤충의 몸에 묻거나 뱃속으로 들어갑니다. 말뚝버섯류의 점액질엔 설사약 같은 효과가 있어 곤충이 포자를 완전히 소화시키기 전에 포자들이 밖으로 나오죠. 말뚝버섯류의 포자가 멀리 퍼지지 않고 대부분 근처에서 퍼지는 이유입니다.

 

재밌는 건 사람도 말뚝버섯을 맛있게 먹는다는 점입니다. ‘망태말뚝버섯’의 어린 개체는 알처럼 생겼는데 이 상태에서는 고약한 냄새가 나지 않거든요. 그래서 프랑스나 독일에서는 알 상태의 말뚝버섯을 종종 먹는다고 해요.

 

새주둥이버섯 - 초여름부터 가을까지 풀밭, 숲속 또는 불탄 자리에 발생하는 버섯. 붉은말뚝버섯과 비슷하지만 대와 갓이 각져 있으며 성숙하면 갓이 갈라지는 특징이 있다. 박상영 제공
새주둥이버섯 - 초여름부터 가을까지 풀밭, 숲속 또는 불탄 자리에 발생하는 버섯. 붉은말뚝버섯과 비슷하지만 대와 갓이 각져 있으며 성숙하면 갓이 갈라지는 특징이 있다. 박상영 제공
망상모래말뚝버섯 - 해변가의 고운 모래사장에서 자라는 말뚝버섯. 일반적인 말뚝버섯과 다르게 대주머니가 보랏빛을 띤다. 2019년에 동해 망상해변에서 발견되어 망상모래말뚝버섯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박상영 제공
망상모래말뚝버섯 - 해변가의 고운 모래사장에서 자라는 말뚝버섯. 일반적인 말뚝버섯과 다르게 대주머니가 보랏빛을 띤다. 2019년에 동해 망상해변에서 발견되어 망상모래말뚝버섯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박상영 제공

● 말뚝버섯은 엄청난 괴력의 소유자?

 

말뚝버섯류만의 독특한 특징은 냄새뿐이 아닙니다. 완전히 성숙하기까지 며칠이 걸리는 일반적인 버섯들과는 달리 말뚝버섯류는 처음 피기 시작하면 불과 몇 시간 만에 성숙한 상태가 됩니다. 말뚝버섯류가 자라는 속도는 한 시간에 10~15cm 정도로 알려져 있어요. 이후 완전 성숙 상태가 되면 급격하게 시들어 버리는데요 이 때문에 멋지게 자란 말뚝버섯류 버섯은 쉽게 볼 수 없습니다. 망사가 예쁘게 펼쳐진 노란망태말뚝버섯도 운이 닿아야 볼 수 있죠.

 

노란말뚝버섯 유균 - 일반적인 말뚝버섯과는 다르게 균모(갓)의 색이 노란빛을 띠는 것이 특징이다. 부엽토에서도 자라지만 활엽수의 썩은 고사목에서 직접 발생한다. 박상영 제공
노란말뚝버섯 유균 - 일반적인 말뚝버섯과는 다르게 균모(갓)의 색이 노란빛을 띠는 것이 특징이다. 부엽토에서도 자라지만 활엽수의 썩은 고사목에서 직접 발생한다. 박상영 제공

말뚝버섯은 자라는 속도가 빠른 만큼 힘 또한 매우 강력합니다. 2000년에 닉시치라는 세르비아의 균학자가 자신의 집앞을 걷다가 도로가 부서진 모습을 보았습니다. 가까이 가 보니 말뚝버섯이 아스팔트 도로를 뚫고 나온 거였어요. 그 도로의 두께는 무려 4cm였고 파괴된 직경은 22cm나 되었습니다. 말뚝버섯의 강력한 힘이 궁금해진 학자는 힘을 계산해 봤어요. 그 결과 말뚝버섯 한 개체당 133kg의 사람을 들어 올릴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다는 결론을 내렸죠.

 

그러나 실제로 말뚝버섯의 대를 만져보면 굉장히 부드럽고 연약한 느낌이 듭니다. 그도 그럴 것이 대의 구조가 균사로 꽉 찬 게 아니라 스폰지처럼 듬성듬성 구멍이 나 있거든요. 이 연약한 곰팡이 덩어리가 어떻게 그 강력한 힘을 낼 수 있는지는 아직까지 미스터리입니다.

 

말뚝버섯류는 악취 때문에 사람들에게 미움을 받기도 해요. 하지만 말뚝버섯류가 나쁜 버섯은 아닙니다. 말뚝버섯류는 숲의 청소부 역할을 하는 부생균의 일원으로서 죽은 나무들이나 기타 유기물들을 분해하며 토양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도움을 주기 때문이에요.

 

게발톱버섯 - 여름부터 가을까지 발생하는 희귀한 말뚝버섯류 버섯. 다른 버섯들과 다르게 두 개의 기둥이 끝에서 만나고 있는 모습을 하고 있으며, 이러한 모습 때문에 오므리고 있는 게의 집게와 유사하게 생겼다. 박상영 제공
게발톱버섯 - 여름부터 가을까지 발생하는 희귀한 말뚝버섯류 버섯. 다른 버섯들과 다르게 두 개의 기둥이 끝에서 만나고 있는 모습을 하고 있으며, 이러한 모습 때문에 오므리고 있는 게의 집게와 유사하게 생겼다. 박상영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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