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섯요정의 기묘한 모험...전설의 버섯을 찾아라

2022.11.26 06:00
분홍털땀버섯 - 갓위를 덮고 있는 섬유상 인편들이 빚어낸 오묘한 빛깔이 아름답다. 어린이과학동아 DB
분홍털땀버섯 - 갓위를 덮고 있는 섬유상 인편들이 빚어낸 오묘한 빛깔이 아름답다. 박상영 작가 제공

“심봤다!”
눈앞에 보이는 아름다운 버섯의 정체는 올해 7월 경기 북부에서 만난 ‘분홍털땀버섯’입니다. 저는 이렇게 야생에 숨겨진 버섯의 아름다운 모습을 사진으로 담고 있는 생태사진작가 박상영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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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시껄껄이그물버섯(좌), 살구버섯(우). 박상영 작가 제공

버섯의 매력에 빠져 봐!

 

저는 버섯애호가이자, 사진작가이면서, 버섯학자를 꿈꾸며 공부하는 박상영입니다. 원래는 버섯 농부가 되고 싶었으나, 야생버섯의 오묘한 매력에 빠져 벌써 8년째 사람들에게 야생버섯의 매력을 알리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제가 야생버섯에 빠지게 된 건 전적으로 우연이었습니다. 버섯 자료를 찾다가 발견한 한 장의 버섯 사진 때문이었습니다. 그 버섯의 이름은 살구버섯(Rhodotus palmatus)! 독특한 그물 무늬를 가진 분홍빛 갓과 보석 같은 물방울이 송골송골 맺힌 살구버섯을 보고 있자니 마치 판타지 세계에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후로 살구버섯은 전설의 포켓몬처럼 꼭 한번 만나 보고 싶은 전설의 버섯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 당시만 해도 살구버섯은 국내에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우리나라에도 살구버섯이 존재한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저는 살구버섯의 아름다운 모습을 사진으로 담기 위해, 무거운 배낭을 메고 암벽을 오르며 가시덤불을 헤쳐 자생지를 찾아다녔습니다.


몇 번의 실패를 거듭한 뒤, 지난 7월 26일 강원도 평창의 어느 깊은 계곡 느릅나무 고사목에서 그토록 만나고 싶었던 살구버섯을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그 순간 학교 운동회 축구 결승전에서 골을 넣었을 때보다 더한 짜릿함을 느꼈습니다. 그렇게 저는 버섯 인생의 가장 기쁜 순간을 만끽하며, 아름다운 살구버섯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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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2일 강원도철원매월대에서의 박상영 작가. 작가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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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외대버섯(좌), 붉은꾀꼬리버섯(우).박상영작가 제공

얼루룩덜루룩, 팔색조 같은 버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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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나무싸리버섯. 박상영작가 제공

보통 버섯은 갓, 주름살, 그리고 대가 있는 모습을 보입니다. 하지만 버섯 세계엔 우리가 상상하지 못할 정도로 기상천외한 모양도 많습니다. 주름살 대신 그물 같은 구조를 형성하고 있는 그물버섯류, 동글동글 공처럼 생긴 말불버섯류, 산호초처럼 생긴 싸리버섯류, 심지어 다 타버린 성냥개비 같은 마귀숟갈버섯류도 있습니다.


버섯의 매력은 겉모습만이 아닙니다. 마치 꽃처럼 버섯도 제각각 독특한 향기를 갖고 있습니다. 특별한 향기가 나지 않는 야생버섯들도 기본적으로 밀가루에 락스를 살짝 섞은 듯 화한 냄새가 납니다. 좋은 향이 나는 버섯들로는 기분 좋은 살구 향이 나는 꾀꼬리버섯, 솔향기 가득한 송이버섯, 오래된 간장처럼 쿰쿰한 냄새가 나는 능이버섯, 그리고 향기로 가장 유명한 트러플이 있습니다. 


버섯의 매력 하면 맛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혀를 대자마자 엄청난 쓴맛이 올라오는 쓴맛그물버섯류, 입안 가득 단맛이 퍼지는 감자덩이버섯, 혀에 살짝 대기만 해도 생마늘을 씹어 먹는 듯한 매운맛이 나는 젖버섯류, 마지막으로 강렬한 신맛이 입안에 퍼지는 적색신맛그물버섯까지. 관찰 후 맛볼 수 있다는 것도 버섯의 매력입니다. 야생버섯의 세계에서는 이렇게 굉장히 다양한 맛을 접할 수 있습니다.

 

※전문가 없이 혼자서 절대로 야생버섯을 채취하거나 섭취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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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쓴맛그물버섯(좌), 민콩나물버섯(우). 박상영작가 제공

두근두근, 요정 같은 버섯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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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섯탐색중인 박상영작가. 박상영작가 제공

버섯은 식물처럼 한자리에 가만히 있지 않습니다. 비가 온 대지를 적신 뒤에 잠깐 모습을 비추고 사라지는 그야말로 요정 같은 행보를 하기 때문입니다. 어떤 버섯은 비가 올 때만 관찰할 수 있고 어떤 버섯은 아침에만 관찰할 수 있고, 보통은 일주일이면 모습을 감추어 버립니다. 만나고 싶다고 만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그래서 버섯이 더욱 재밌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배낭을 메고 숲속으로 향할 때마다 매번 설레는 감정을 느낄 수 있습니다. 오늘은 어떤 버섯이 날 기다리고 있을지 하고 말입니다. 그러다가 책에서만 보던 버섯을 실제로 만났을 때는 그 기분을 이루 말할 수가 없죠.


올해 여름 한 달 동안 전국의 오지를 탐사하며 찍은 버섯 사진들을 공개합니다. 아직 보여드릴 멋진 버섯들과 재밌는 버섯 이야기들이 많이 준비되어 있으니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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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가시비녀버섯. 박상영작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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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장버섯류. 박상영작가 제공
 

※필자소개

박상영 생태사진작가. 어린이 과학동아 '버섯요정의 기묘한 모험'을 연재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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