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멋쟁이나비, 사하라 넘고 지중해 건너 1만 4000km 이동한다

2021.06.22 18:46
아프리카 모로코에서 관찰된 작은멋쟁이나비의 모습. 오리오 마사나 제공
아프리카 모로코에서 관찰된 작은멋쟁이나비의 모습. 오리오 마사나 제공

한반도에서도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흔한 나비인 ‘작은멋쟁이나비’가 최장거리를 이동하는 곤충으로 등극했다.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 남쪽에서 유럽 영국과 네덜란드까지 왕복 1만 4000km에 달하는 거리를 이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이슨 채프먼 영국 엑시터대 생태학 및 보전센터 교수 연구팀은 작은멋쟁이나비를 관찰하고 기상 환경을 분석한 결과 아프리카 중부에서 유럽까지 이주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22일 국제학술지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했다.

 

작은멋쟁이나비는 전 세계 곳곳에서 발견된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작은멋쟁이나비는 전 세계 곳곳에서 발견된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작은멋쟁이나비는 남극을 제외한 세계 곳곳에 분포하는 나비다. 봄에서 가을 사이 주로 활동하며 꽃의 꿀이나 과일즙을 먹고 산다. 이전에도 작은멋쟁이나비는 4000km 이상 거리를 이동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유럽에서는 무리를 지어 바다를 건너 영국이나 스칸디나비아반도로 이동하는 사례가 관찰됐다.

 

연구팀은 유럽에서 발견되는 작은멋쟁이나비 개체 수가 한해에 최대 100배 이상 차이가 나는 등 매년 다양하다는 것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이를 사하라 사막 이남에서 일어나는 현상과 연관시켰다. 작은멋쟁이나비 애벌레는 겨울에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 사바나와 사헬 지역에서 식물 잎을 먹고 자라며 개체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현상을 보인다. 이들이 사하라 사막을 건너고 지중해를 건널 수 있다면 유럽에서의 개체 수 증가도 설명이 된다는 것이다.

 

작은멋쟁이나비의 분포. 사하라사막 남부부터 서유럽을 거쳐 영국과 네덜란드까지 이주해 간다. 레딩대 제공
작은멋쟁이나비의 분포. 사하라사막 남부부터 서유럽을 거쳐 영국과 네덜란드까지 이주해 간다. 레딩대 제공

연구팀은 관찰 교육을 받은 자원자들의 수집 자료와 유럽과 아프리카의 기후와 대기 자료를 이용해 작은멋쟁이나비의 이동을 분석했다. 그 결과 겨울철 아프리카 사바나와 봄철 북아프리카에 비가 내려 초목이 늘고, 지중해를 건널 때 아프리카에서 유럽 쪽으로 뒷바람이 부는 3대 조건이 갖춰지면 장거리 이주를 견디는 작은멋쟁이나비의 수가 늘어나는 것을 밝혀냈다.

 

작은멋쟁이나비는 40시간 동안 쉬지 않고 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체지방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하라 사막을 건너면서 가능할 때마다 꽃가루를 섭취해 체지방을 보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낮에는 쉬지 않고 날고 밤에는 쉬어야만 사하라 사막을 건널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에서 촬영된 작은멋쟁이나비의 모습이다. 국립공원공단 제공
한국에서 촬영된 작은멋쟁이나비의 모습이다. 국립공원공단 제공

시뮬레이션 결과 아프리카와 서유럽 사이에는 작은멋쟁이나비들이 건너가기 유리한 뒷바람이 불어 대륙을 건너가는 것이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순풍을 이용하려면 해발 1~3km 고도까지 높이 날아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작은멋쟁이나비의 최고 속도인 초속 6m로는 시간 내 긴 거리를 이동하기 어려워 높은 고도까지 올라가 강한 바람을 맞아야 한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나비의 장거리 이동을 연구함으로써 농작물을 갉아먹는 메뚜기나 말라리아를 옮기는 모기와 같은 다른 곤충의 움직임을 예측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연구에 참여한 톰 올리버 영국 레딩대 교수는 “지금은 유럽의 정원에서 아름다운 작은멋쟁이나비를 보는 것을 즐기겠지만 점차 기후변화로 외래종이 유입되는 것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작은멋쟁이나비가 꽃꿀을 빠는 모습이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작은멋쟁이나비가 꽃꿀을 빠는 모습이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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