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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위의 인문학

회화나무는 학자 나무라고 한다.

작성자능파|작성시간22.08.20|조회수341 목록 댓글 1

 
회화나무는 학자 나무라고 한다.
주나라 때 사대부 계층의 무덤에 심은 까닭에 학자수라 불린다. 중국의 과거시험 중 진사시험을 ‘괴추槐秋’라 불렀는데, 시험 시기가 음력 7월 회화나무에 꽃이 피는 시기와 같았기 때문이다. 과거시험에 응시하는 사람들은 합격을 기원하는 뜻으로 회화나무를 심었다. 이런 관행은 송나라까지 이어져, 회화나무는 사대부, 학자, 선비를 상징하는 나무가 됐다.
 
 옛 선비들은 마을 입구에 회화나무를 심어 ‘학문을 게을리하지 않는 선비가 사는 곳’임을 알렸다. 그래서인지 우리나라의 유교 관련 유적지에서 회화나무를 많이 볼 수 있다. 도산서원이 배경인 천 원짜리 지폐 뒷면의 무성하게 그린 나무, 고산 윤선도가 거처한 해남의 녹우당, 안강 옥산서원 입구, 성주의 한개마을에 회화나무가 있다.
 
 
회화나무는 귀신이 피해 가는 나무라 여기기도 했다. 안강읍 육통리에 있는 회화나무는 마을회관 옆에서 주민들과 함께 세월을 보냈다. 고려 공민왕 때 마을에 살던 젊은이가 외적(外敵)을 물리치기 위해 전쟁터로 나가면서 이 나무를 심어놓고 부모님께 자식처럼 키워 달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그 후 젊은이는 장렬하게 전사하였고 부모는 아들의 뜻대로 이 나무를 자식같이 여기며 가꾸어 오늘의 모습에 이르렀다고 한다. 정월 보름날이 되면 온 마을 사람들이 이 나무 앞에 모여 동제를 지내며 새해의 행운을 빌어 왔는데 마을 사람 중에서 지난 한 해 동안 아무 사고 없이 깨끗이 지내온 사람 한 사람을 뽑아서 제주로 삼는다고 한다.
 
나는 백 년도 못 살고 나무는 천 년을 산다. 
나무는 천년을 살아도 백 년 사는 것처럼 함께 어울려 숲을 이룬다. 만물의 영장이라는 사람은 천년을 살 것처럼 가쁜 숨 몰아쉬며 높은 곳에 오르려 한다. 회화나무 아래서 욕심의 찌꺼기를 덜어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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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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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능파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2.08.20 오늘 여행길에서 보니 회화나무 꽃들이 피어나고 있었습니다
    여름에 피어나는 꽃인데도 눈길이 한참 머물렀습니다
    덕분에 여름이 빛나고 있었습니다
    그 여름속에 있는 모두가 빛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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