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스크랩] 이조년의 시조 <이화에 월백하고>와 자규, 귀촉도 설화

작성자박기현|작성시간20.06.16|조회수381 목록 댓글 0




이조년의 시조 <이화에 월백하고>와 자규, 귀촉도 설화




이조년의 시조 <이화에 월백하고>와 자규, 귀촉도 설화




이화(梨花)에 월백(月白)하고 은한(銀漢)이 삼경(三更)인 제
일지춘심(一枝春心)을 자규(子規)ㅣ야 알랴마는
다정(多情)도 병(病)인 양하여 잠 못 들어 하노라

 

- 이조년 (1269~1343)


이화는 배꽃, 월백은 흰 달빛, 은한이 삼경인 제는 깊은 밤중(11시~1시)의 은하수를 말합니다. 많은 분들이 아는 유명한 고려말의 시조입니다. 오늘날 전해지는 고시조 중 가장 뛰어난 작품으로 주저 없이 이 다정가를 꼽는 사람도 많습니다. 흰 배꽃이 흐드러지게 핀 위로 달빛이 하얗게 밝고, 깊은 밤중의 은하수 아래, 나뭇가지에 어린 춘심을 자규야 알 리가 있으랴마는, 정이 많은 것도 병인 듯 하여 잠 못 들어 하노라. 라는 이 고려 시조는 문학성과 서정성이 뛰어납니다.

 

그런데 왜 하필 자규일까요?

 

여기 나오는 자규는 소쩍새나 두견새를 말합니다. 사실 두견이는 소쩍새가 아닙니다. 두견새는 두견과의 새로 뻐꾸기 비슷하게 생겼으며 낮에 웁니다. 울음 소리도 실은 뻐꾸기 울음소리 비슷하게 맑고 아름답습니다. 반면 소쩍새는 올빼미 종류로 밤에 애절하게 웁니다. 시조에 나오는 새는 삼경에 울고 있으니 우는 접동새이며 소쩍새가 아닐까요.

 

접동새라는 이름은 지역마다 다소 혼란스럽게 쓰이는데 북한에서는 소쩍새를 접동새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한국의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접동새가 두견의 방언으로 처리되어 있죠. 그리고 자규 역시 두견이라고 명시해 놓았습니다. 하지만 이 시조에서 자규를 찾는 것은, 이 새가 정말 소쩍새냐 두견새냐 와는 좀 다른 이유 때문입니다.




 다시 듣는 두견이 (두견새 ; 자규 = 불여귀 = 망제혼 = 귀촉도)의 소리




왜 자규인지 알려면, 이 새에 얽힌 전설을 알아야 합니다.

 

옛날 중국 촉나라(삼국지 촉나라가 아니라 춘추전국시대의 고촉(古蜀)입니다^^)에는 두우라는 왕이 있었습니다. 이 사람은 망제라고도 불리는데 왕위에서 쫓겨난 인물이기 때문입니다. 어느날 망제는 문산이라는 산 아래 강가에서 물에 빠진 시체 하나를 발견합니다. 이 시체는 망제 앞에서 눈을 뜨고 살아나는데, 형주 땅의 별령이라는 사람이었습니다. 망제는 하늘이 사람을 내려주었다고 믿고 별령을 정승으로 삼게 됩니다. 그러나 별령은 얼굴이 절색인 딸로 미인계를 사용해 망제의 눈을 가리고, 대신들을 매수하여 망제를 쫓아내고 그 자신이 왕이 됩니다. 하루 아침에 나라를 빼앗기고 쫓겨난 망제는 원통함을 참지 못하여 밤마다 불여귀(不如歸), 귀촉도(歸蜀途)라고 울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 새를 불여귀, 귀촉도, 원조, 망제혼 등으로 부르게 되었습니다. 이것이 자규에 대한 전설입니다. 

 



당시 명신 이조년은 4명의 왕을 모신 고려 말 충신이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충혜왕 때는 여러 차례 충언해도 듣지 않자 벼슬에서 물러나 낙향하였습니다. 다정가는 그때 고향 성주에서 지은 시입니다. 조선 시가들에 비추어 왕에 대한 연시라고 해석하는 사람도 많습니다만, 이 시가에 등장하는 것이 나라를 빼앗기고 온 자규의 울음소리라는 것은 의미심장합니다.

 

사실 이 시조에서는 자규가 두견새라면 시간대상 저 시간에 울 수 없고, 자규가 소쩍새라면 이화가 만개하는 시기에 울기는 좀 이르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이조년은 이제 인생의 마지막 시기를 기울어가는 나라를 지켜보며 마무리하게 되었습니다. 4대를 섬긴 충신도 충혜왕 같은 암군 앞에서는 희망을 꺾었습니다. 이조년은 왕조도 지위도 재산도 다 포기하고 낙향했지만 고려에 대한 걱정과 그리움은 버릴 수 없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피처럼 붉은 입을 벌리고 우는 자규의 울음소리를 시조에 넣은 것입니다. 어쩌면 자규는 이조년의 마음 속에서 울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귀촉도 (서정주)&apos;소쩍새(접동새)&apos;와 &apos;두견이(두견새)&apos;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 북마크
  • 공유하기
  • 신고하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