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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지식과 정보

[작가]서도호, 우미갈이 좋아하는 작가 54위 서도호

작성자쥐죽은듯|작성시간07.10.14|조회수1,407 목록 댓글 2
이미지를 클릭하면 원본을 보실 수 있습니다.
서도호(徐道濩, 1962-)
Some/One
2001, 군번표, 혼합재료
높이 205cm, 크기 가변
리움 Museum2 B1 국제현대미술 http://leeum.org
 
 
 
[01_Daum] '서도호' 프로필 
 
이름 : 서도호 
출생 : 1962년
출신지 : 서울특별시
직업 : 설치미술가
학력 : 예일대학교대학원
가족 : 아버지 미술인 서세옥
경력 : 제49회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출품
수상 : 2004년 제19회 선미술상
2003년 에르메스 코리아 미술상

 

 

 

[02_월간미술] contents 2003.08 artist Voyage | 설치미술가 서도호

서도호의 소제국, 안과 밖의 뒤집기

 

http://www.wolganmisool.com/02wolgan/serv/200308/02_artist/main01.php

작가 서도호는 자신의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집단 속에서 야기되는 개인의 동질화와 차이, 집단적 힘, 공간의 경험 등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국제 미술계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한국작가 중 한 사람인 서도호의 개인전 (6.28∼9.7 아트선재센터)이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를 계기로 작가와 작품에 깃든 내면의 모습을 살펴본다.

 
〈낙하산병-1(Paratrooper-1)〉
혼합재료 275×390×6000cm 2003

다수(군중)의 목적론은 기술과 생산을 자신의 기쁨과 권력 증강을 위해 조종하므로 마력적이다. 군중은 하나의 정치적인 주체로 구성되기 위한 방법으로서 자신의 역사와 현재의 생산능력 외의 어떤 것도 고려할 필요가 없다.” --마이클 하트와 안토니오 네그리(Michael Hardt & Antonio Negri), 《제국(Empire)》, p.396

서도호는 최근 성공적으로 국제무대에 진출한 한국작가를 말할 때 항상 거론되는 작가이면서도 이제까지 한국미술계에서는 그에 대한 소개가 미미했다. 이 작가론은 평소에 작가에 대한 관심도 있었지만 이번 아트선재에서 비교적 개관의 의미로 기획된 개인전을 계기로 쓰게 됐다.

서울대 동양화과 재학 당시 동양화의 관습화된 전통을 해체하는 병풍작업으로 미술계의 주목

을 받았던 서도호가 돌연 미국유학을 택했을 때 그를 화단의 유망주로 기대했던 사람들은 적잖이 실망하면서도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을 나름대로 추측했던 기억이 난다. 그는 회화공부를 기초부터 다시 해보겠다는 일념으로 로드 아일랜드 디자인학교에 학부생으로 들어가 1994년 졸업한 후 예일대 대학원에서는 조각으로 전공을 바꾸어 3년 후에 학업을 마친다. 대학원 재학 당시 뉴욕에 자리잡고 현대미술의 현장을 직접 경험하며 탐색에 들어간다. 그가 처음 뉴욕미술계에 두각을 나타낸 것은 그의 서울 집에 있는 전통가옥 프레임을 옥색의 투명한 마 천으로 일일이 바느질해 재현한 실물 스케일의 일종의 섬유작업으로 현대미술의 주요 화두로 부각된 유목주의(nomadism)와 ‘옮겨놓기(displacement)’를 연상시키는 〈서울 집〉 -- 이 설치작업은 1999년 로스앤젤러스 한국문화원의 초청을 받아 제작된 프로젝트였는데 이것은 후에 뉴욕 P.S.1에서 기획한 <Greater New York전>에 포함되었다 -- 이었다. 이후 그가 현재 살고 있는 뉴욕 아파트가 로댕갤러리에서 선보였고, 이듬해인 2001년 베니스비엔날레에는 본전시와 한국관 작가로 동시에 초대되어 5cm 가량의 PVC 수천 개로 제작된 반투명한 작은 인물상들이 강화유리로 된 마루를 떠받치고 있는 〈마루( Floor)〉, 작가 자신이 고등학교 사진앨범에서 스캔한 수만 개의 얼굴-- 이 얼굴들은 얼추 보면 점으로 읽히나 가까이 가 주의 깊게 보아야만 인식된다 -- 로 디자인한 벽지 작업 〈Who Am We?〉, 수천 개의 스테인리스 스틸 군대 인식표로 구성된 거대한 금속갑옷 〈Some/One〉이 동시에 출품되었다. 〈Some/One〉의 개념은 이보다 5년 앞서 고안된 60개 혹은 300개의 남자고등학교 재킷 유니폼을 함께 꿰매어 만든 〈고등학교 유니폼 (High School Uni Form)〉과 유사한 맥락으로 이들은 둘 다 극히 형식적인 복장으로서 군사적 체제의 속성을 상징하는 외피이다.

뉴욕에서 그의 활동을 지켜보던 런던 서펜타인 갤러리의 큐레이터였던 리사 코린(Lisa Corrin)이 베니스에서의 프로젝트를 보고 서도호에게 2002년 개인전을 제안했고 이 개인전은 시애틀 미술관으로 순회하게 된다. 이 개인전은 작가가 소속한 뉴욕의 상업화랑 레만&모팽(Lehmann & Maupin)에서 가진 개인전과는 달리 국제적 규모와 명성을 지닌 공공 미술관에서 가진 전시라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1) 국제미술계에 두각을 나타내는 젊고 다소 센세이셔널한 작가들을 초대해 런던 내에서는 대중적인 인기와 흥행에 영합한다는 비판도 있으나 한국작가로서는 처음으로 서도호가 초대되어 개인뿐 아니라 한국현대미술계의 큰 경사였음에 틀림없다. 서펜타인 갤러리에서 가진 작가의 개인전은 이제까지의 작업 중 대표작을 골라 미술관 스케일로 보여 준 첫 개관(Survey)전이었고 연일 성황을 이루었다고 전해진다.

이번 아트선재의 개인전은 서펜타인 전시의 연장으로 볼 수 있으나 2개의 새로운 프로젝트가 포함된 점이 다르다. 〈낙하산 병-1(Paratrooper-- 1)〉은 가히 스펙터클에 가까운 작업으로 참호를 방불케 하는 사다리꼴의 콘크리트에 정박하고 있는 낙하산 병은 수천 명에 달하는 작가의 지인들의 서명으로 수놓은 낙하산에 연결된 형광 핑크색 줄들을 마치 하나라도 놓치면 생존이 위태로운 듯 온 힘을 다해 잡아당기고 있다. 이 낙하산 병에서 그의 자화상을 읽어내기는 어렵지 않다. 〈업(業, Karma)〉 프로젝트도 이에 못지않게 거대한 작업으로, 천장 위에서 내려오고 있는 거대한 두 발 밑에 수많은 작은 인물들이 발을 떠받치듯 혹은 만세를 부르듯 두 팔을 올리고 뛰고 있다. 잘 닦아 광택 나는 신사구두와 양복바지를 입고 있는 것으로 보아 거대한 두 발은 사업가의 것임을 알 수 있다. 명암의 대비-- 빛을 받고 있는 사업가와 반대로 그 밑의 그늘에 가려 있는 군상을-- 는 흑과 백, 선과 악과 같은 양극과 대립명제를 의미하는 이원성보다는 공생과 상호공존을 시사한다.

지금까지 서도호의 작업은 한마디로 말해 공간에 관한 것이다. 그의 공간은 추상적이고 평면적이라기 보다는 삶의 구체적인 과정과 경험이 유기적으로 배어있으며 건축적 네러티브의 성격을 포용하고 있어 기능적이고 입체적이다. 속이 비어 있거나 반투명한 ‘껍질조각’들은 그 위로 걷기도 하고 들어가 살 수도 있을 뿐 아니라 때로는 입을 수도 있다. 그의 공간은 유동적이며 안과 밖이 구분되지 않고 투명할 뿐 아니라 견고하지도 않고 유연하다. 그의 공간은 기억과 현실, 개인과 집단, 정체성과 익명성, 이동성과 고향, 사이트 스페시픽 작업의 수송성을 묶는 주제에 대한 관심을 드러내고 있기도 하다. 따라서 그의 공간은 물리적인 동시에 역사적, 심리적 문맥을 담고 있다. 바깥에서 안을 들여다보기도 할 뿐 아니라 내부가 바깥으로 비집고 나오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사이트 스페시픽한 작업의 스케일에 대한 집착은 관객의 시선을 확장하려는 미니멀리즘에 비유되기도 하지만 그의 세부요소들의 매력은 관객의 시선을 집중시켜 미니멀리즘의 단위성을 전복시킨다. 이러한 그의 이중성은 언어게임이라고도 할 수 있는 그의 작품타이틀, 예를 들어 〈Who Am We?〉나 〈Some/One〉에서 더욱 선명해진다. 아니면 지구촌을 제국주의적 발상의 동질성의 하나, 혹은 통일된 의지와 형식으로 간주하는 허구성보다 과거 국가체제하에서 군중의 복수성의 특징을 포용하는 하트와 네그리가 사용한 새로운 제국의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겠다. 다른 한편으로 한반도 역사의 계보를 거슬러 올라가 생각하면 서도호의 이중성은 유목문화와 농경문화가 동시에 공존하는 특수한 문화환경의 산물이자 민족성의 기질로 이해하면 억측일까? 특히 그의 관심이 내적·역사·기억의 공간을 일반화하는 데 있다고 한 말에 비중을 둔다면 이러한 정신·문화사적 문맥에서 그다지 어긋나 있지는 않다는 느낌이다. 특히 이국땅에서 문화의 차이를 신체적으로 또 정신적으로 절실하게 경험했을 그에게 이런 문화적·민족적 정체성에 대한 새삼스런 관심은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과거의 환영 - 동질성의 기억

반복과 집적의 구성이나 거대한 스케일을 극히 형식적인 측면에서만 고려한다면 서도호의 동질성의 정체성과 그 힘에 관한 표현은 미니멀리즘의 공공적인 사이트 스페시픽한 작업들과 무관하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그의 개별적으로는 무의미해 보이는 거친 점과 같은 얼굴들, 미니어처 인물, 군대 인식표 혹은 고등학교 유니폼은 하나의 집단적 형상이나 오브제의 구성으로 모았을 때 관객의 시야를 확장해 이전 미술작품의 시각에 전격적인 도전한 미니멀리즘의 스케일과 유사하다. 그러나 작가가 요구하는 시선은 물질화 한 얼굴·인물·인식표·유니폼의 껍질뿐만이 아니라는 것이 가까이 가면 명확하게 드러난다. 이들은 작가의 기억 속에 희미해져 가는 동질성의 근대사적인 유품들이다. 일제 강점기의 잔재인 고등학교 유니폼, 앨범 속의 정면얼굴, 한국남성이면 누구나 강요당하는 군대, 이목구비가 생략된 플라스틱 인물들에서 형식적인 명쾌함이 가지는 매력과 동시에 단결과 충성에 대한 부동의 확신을 보여주는 전체주의적 사회체제의 허구를 드러내 보인다. 허구성은 이 집단적인 단일체가 실제로는 속이 텅 빈 껍데기라는 것, 공허한 망령에 불과하다는 사실에서 더욱 강조되고 있다. 하나의 거대한 몸체로 꿰매어진 300개의 교복은 개체의 미세한 차별성을 유지하면서 어깨가 서로 연결된 채 옷의 형태를 잡아주는 구조 틀 위에 걸쳐져 있다. 개인의 개체성과 자율성이 억압되고 희생되어야 하는 집단적 동질성에 대한 기억은 획일성과 동질성에 무조건적인 복종을 강요하는 사회체제나 권력제도에 대한 비판적인 해석을 가능케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집단과 대열에 속하고 있다는 일체감, 우정, 동지애와 함께 안도감과 편안함을 누릴 수도 있다.

필경 〈유니폼〉과 쌍으로 제작된 듯싶은 〈나, 우리는 누구인가?〉도 작가의 고등학교 시절에 대한 향수가 담겨 있는 작품이다. 3만 개가 넘는 고등학교학생 얼굴사진을 자신의 모교졸업앨범에서 일일이 스캔해서 가까이 가야 알아볼 수 있을 정도의 깨알 같은 크기로 축소해 벽지 위로 옮겨 다시 벽에 바른 이 사이트 스페시픽한 작업은 개인의 정체성과 집단정체성사이의 팽팽한 긴장을 시각적으로 또 개념적으로 표명하고 있는 작품으로 이러한 긴장의 요소는 제목에 분명히 명시되어 있다. 이 작품에서는 〈유니폼〉에서 지각했던 공허함과는 또 다른 유형의 감성을 유도하고 있는데 재미평론가 권미원이 지적한 바와 같이 관객의 시선과 신체가 일종의 가늠자가 되어 관객의 움직임에 따라 작품과 관객의 거리가 변하며 그 거리에 따라 벽의 이미지와 전시장의 관계가 끊임없이 변한다. 그러나 이러한 미니멀리즘 조각의 현상학적 논리를 공유하면서도 부정할 수 없는 또 하나의 사실은 관객의 생리적 거리는 기억에 대한 감성적 거리와 일치한다는 점이다. 바꾸어 말해 벽지로부터 멀어지는 행위는 과거에 대한 기억의 거리를 되새기는 행위라는 것이다. 부연해 설명하자면 가까이서 보면 과거의 기억에 대한 이미지가 비교적 뚜렷하게 들어오지만 거리가 멀어질수록 이미지는 가물가물해 지다가 종국에는 무수한 점의 진동으로만 감지된다는 것이다.2)

서도호가 명시하는 집단과 개인 정체성간의 변증법적 논리는 작가 개인에 잠재해 있는 역사에 대한 이중성의 잣대로도 분석할 수 있겠으나 더 넓게는 하트와 네그리가 제시한 지구촌의 문화·경제·정치적 삶의 심오한 재편성 과정을 겪고 있는 불확실하고 가변적인 개인과 집단의 정체성의 위상에 근접해 있다고 볼 수 있다.3) 또는 역사적 과거의 껍데기를 입고 있는 우리의 자화상인가.

한국에서는 선보인 적이 없는 서도호의 〈서울 집〉은 정교하게 바느질한 옥색 은사의 커튼 텐트와 같은 투명한 섬유건축에 가까운 섬약한 내부구조로 구성되어 있다. 전통한옥의 섬세한 패턴과 문이나 창문의 장식 몰딩과 그리드 패턴 및 구조적인 디테일을 일일이 실제로 측량하여 정확하게 옮겨 놓고 있는 이 〈서울 집〉은 작가의 고향집을 재현한 것이다. 옛집에 대한 기억과 향수가 깃들인 이 집은 들어갈 수는 있으나 만질 수는 없는 꿈속의 아름다운 환영으로 바니타스(Vanitas)의 정물화와 같은 비물질성과 공허함이 동시에 감지된다. 반면에 2000년 로댕갤러리에서 선보인 〈뉴욕 집〉은 마찬가지로 정확한 재현을 염두에 두었으나 뉴욕이 상징하는 미국문화의 특수성을 반영하듯 상대적으로 덜 세련되고 뻣뻣한 회색 나일론 천으로 구성되어 있다. 문화의 차별성을 강조하려는 작가의 의도는 섬유와 색조의 선택뿐 아니라 〈서울 집〉은 공중에 부유하도록 설치하고 〈뉴욕 집〉은 바닥에 세워 놓고 있는 포지셔닝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서울 집〉은 건축형태학적으로는 한국 전통문화와 그것이 기원한 땅으로 곧바로 인식되나 작업의 일정이 LA에서 시작해 런던, 시애틀로 순회하면서 타이틀 또한 순회도시의 이름이 〈서울 집〉에 덧붙여진다. 이러한 명칭의 변화는 〈뉴욕 집〉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되고 있어 전시가 늘어남에 따라 이리 저리 옮겨다녀야 하는 작가의 유목적 생활의 지표 기능을 이〈집〉들은 갖는다. 섬유라는 가벼운 재료의 선택 -- 전시가 끝나면 곧바로 싸서 여행가방에 넣고 다닐 수 있는 -- 이 이러한 공간의 이동을 용이케 하고 있음은 두말할 나위 없다.

이 두 개의 집이 갖는 복합적인 명칭이 시사하듯이 이 공간의 이동성은 작가의 자전적인 관점에서 해독될 수 있다. 작업 때문에 뉴욕과 서울을 수시로 오가지만 〈서울 집〉은 그가 서울을 떠나 뉴욕으로 거주를 옮기면서 야기된 향수의 정서를 담고 있는 과거 어린 시절의 장소다. 이제 〈서울 집〉은 그에게 기억과 갈망의 장소다. 반면 〈뉴욕 집〉은 그가 현재 살고 있는 장소의 재현이다. 따라서 지리적·문화적 참조나 하나의 독립된 작업들로 분리되지만 작가의 정신적, 경험적 실제에 연결된 통로로서 묶인다. 현실에서 과거를 삭제할 수 없듯이 말이다. 그러나 그의 〈집〉작업에서 간과할 수 없는 것은 그가 개인과 집단정체성에서 이미 보여주었던 이중성의 국면이다. 〈서울 집〉이 표상하는 한국은 작가에게는 과거의 환영이며 기억과 욕망의 대상이다. 투명하고 무게가 느껴지지 않는 외관, 창공을 연상케 하는 색조, 환각상태나 꿈에서나 나타날 것 같은 환영은 비현실에 가깝다. 아울러 〈서울 집〉의 특이한 설치는 관객 참여를 물리적, 신체적으로 제한하고 있어 환영성을 더욱 증강시키고 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뉴욕 집〉은 바닥에 확실히 뿌리를 내리고 있어 현실의 집이 갖는 무게감과 안정감, 그리고 공간의 함유성을 일깨워 관객참여의 실제성과 통감각적 충족감을 확인시켜 준다.

정신적 공간 -- 외부에서 내부로의 전이

〈Karma〉 FRP 2003

올해 제작되었으나 이미 〈집〉 프로젝트를 계획할 때 첨가를 고려했다는 〈낙하산 병-1(Paratrooper-1)〉 에서는 이제까지의 공간/장소와는 다른 문맥에서 공간의 이동에 접근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하늘에서 지상으로 안착해야 하는 낙하산 병의 생존의 끈은 무수한 인연의 줄로 이어져 있어 마치 줄다리기를 하듯 힘껏 잡아당기는 낙하산 병의 처절한 모습에는 비장함마저 감돈다. 낙하산에 새겨져 있는 인연의 끈을 하나라도 놓치면 그의 평형감각은 일순간 허물어질 듯이 말이다. 번뜩거리는 스테인리스 스틸의 철 갑옷을 입은 그의 모습은 어느 병사의 모습이면서 인연의 줄로 얽힌 거대한 세상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우리의 정신적인 삶의 자화상이기도 하다. 인연으로 얽힌 거대한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인간역사의 줄과 항상 평형의 질서를 유지해야 그 속박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낙하산 병의 모습에서, 속박과 자유의 변증법적 논리는 동전의 양면과 같이 대립이 아니라 상호공존의 의미를 지닌다는 것을 작가는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길게 원을 그리며 팽팽하게 당겨진 끈들의

개체는 연약하나 하나의 거대한 힘의 덩어리를 이루며 오히려 반대편에서 잡아당기는 낙하산 병의 신체를 빨아들일 것 같은 마력을 발휘, 당기는 주체와 객체의 관계가 역전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관계의 역전은 관객의 시점에 따라 좌우되며 가변적임은 물론이다. 또 하나의 신작이 〈Karma〉인데 이 설치작업은 이전의 〈마루〉 혹은 〈공공인물들〉에서 언명하고 있는 집단의 정체성 문제를 건드리고 있다. 공공조형물에 대한 기념비적인 인식과 기능에 대한 도전으로 요약되는 〈공공인물들〉에서와 같이 무수한 미니어처 플라스틱 인물들이 상판을 떠받치고 있고 그 위를 사업가의 거대한 두 발이 걷는 모습을 취하고 있다. 스케일의 대비에서 오는 지각의 혼란은 두발은 천천히 걸어가는 양태와 무수한 미니어처 인물들은 발 밑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않으려고 뛰고 있는 양태의 이중성에서 더욱 증폭된다. 익명의 불특정 다수는 프롤레타리아 계급의 불특정 다수를, 거대한 두 발은 그들의 노동으로 지탱되는 기업의 체제를 상징한다고 읽을 수도 있으나 어쩌면 거대한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생명체의 생존의 보편적인 법칙으로 역사를 초월해 순환하는 업보(Karma)의 진리가 아닐까. ■

성완경 | 인하대교수


1 서펜타인 갤러리(Serpentine Gallery)는 이전에도 어느 정도의 명망은 있었으나 10여 년 전 화이트 채플 갤러리 관장으로 있던 줄리아 페이턴 존스(Julia Peyton Jones)를 관장으로 영입하면서 국제미술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젊은 작가들을 연이어 초대하는 기획전으로 전시방향을 바꾼 후 급부상해 지금은 테이트, 해이워드, ICA등과 같은 반열에 끼게 되었다. 사망한 다이애나 비를 이사로 영입, 그가 즐겨 찾는 전시공간이기도 해 더욱 세간의 이목을 받았다.

2 Miwon Kwon, “Uniform Appearance”, Frieze, January/February, 1998, p.69

3 Michael Hardt & Antonio Negri, Empire, p.139~141, 225~234. 396~407

 

서도호는 1962년 서울에서 출생했다.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동양화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로드 아일랜드 디자인학교 회화과와 예일대학원 조각과를 졸업했다. 〈나의 집은 너의 집, 너의 집은 나의 집〉(로댕갤러리) 등의 전시와 2001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대표로 참여했다. 현재 뉴욕에서 활동하고 있다.

 

 

[03_이미지 속닥속닥]  http://neolook.net/

 

Speculation Project

제19회 선미술상 수상작가 서도호 초대展

2006_1102 ▶ 2006_1125 / 일요일 휴관



서도호_Fallen Star : Wind of Destiny_혼합재료_가변설치_2006

●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갤러리 선컨템포러리 홈페이지로 갑니다.




초대일시_2006_1102_목요일_06:00pm




갤러리 선컨템포러리
서울 종로구 소격동 66번지
Tel. 02_720_5789
suncontemporary.com






 

어느 날 갑자기 회오리바람에 날려 살고 있던 집이 지구 반대편에 떨어진다면, 당신은 살아남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떨어질 때 충격을 완화시켜 줄 낙하산이 필요하진 않을지, 충돌한 뒤에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2001년 베니스 비엔날레, 2002년 런던 Serpentine Gallery, 2003년 서울 아트선재 전시로 유명한 서도호(1962~)의 이번 한국전시 Speculation Project는 이처럼 조금은 엉뚱한 상상에서 시작된다. ● 뉴욕과 서울이란 두 개의 도시, 두 개의 서로 다른 공간 속에서 문화적 현기증을 안고 살아가고 있는 서도호의 작품은 개인과 사회, 문화와 문화, 개인의 기억과 집단 기억, 과거와 현재 사이의 충돌과 공존이 빚어낸 당혹감, 이질감, 문화적 충격을 반영하고 있다. 뉴욕에 첫발을 내딛는 순간을 하늘에서 뚝 떨어진 충격으로 기억하고 있는 작가에게 있어 낯선 도시에서의 생활은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는 생경함이었고, 이는 생존에 관한 것이었다. 작가는 이 같은 서로 다른 문화와 공간의 충돌을 “집”이라는 구조물을 통해 표현한다. 개인의 기억과 역사를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는 “집”은 물리적, 건축적 구조물이면서 개인의 정체성을 확인시켜 주는 장치이며, 동시에 과거와 현재, 한국과 미국 등 시간과 공간을 연결시키는 매개체가 된다.





서도호_Fallen Star : Wind of Destiny_혼합재료_가변설치_2006



텍스트 기반의 총 5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는 Fallen Star라는 주제 중 1, 4, 5 장 총3개를 선보인다. 회오리 바람 위로 날아 올라 연착륙하는 한옥집을 형상화한 첫 번째 장 「운명의 바람 Wind of Destiny」을 통해 서도호의 집과 공간 개념은 보다 분명해 진다. 서도호의 “집”은 바람에 날아오를 만큼이나 유동적이다. 어디로든 이동가능하고 장소와 공간에 따라 변형 가능하다. 견고하게 한 곳에 뿌리를 내리기 보다는 유목민의 천막처럼 작가의 여정을 따라 나선다. 어느 한곳에 깊이 뿌리 내리지는 못하지만, 어디에도 뿌리를 내릴 수 있는 현대인의 유동적인 정체성을 보여준다. 네 번째 장 「새로운 시작 New Beginning」은 서도호가 처음 미국에 거주했던 아파트에 전통 한옥 집이 충돌해 건물 안에 박힌 장면을 35 대 1의 디오라마로 보여준다. 다섯 번째 장 「에필로그 epilogue」 는 살짝 기울어진 채 기존 건물에 삽입된 한옥에서 생존하기 위해 새롭게 기둥을 세우고 벽을 만들고 바닥 평형을 잡아 가는 장면을 1/8 디오라마로 보여 준다. Fallen Star는 내년 9월쯤 다섯 개의 장이 모두 완성 된 후, 어린이 동화책으로 제작될 예정이다. ● 실제로 일어 날 수 없지만 얼마든지 상상해 볼 수 있는 가상의 프로젝트, Speculation Project는 아직도 미결의 프로젝트이다. 이번 선 컨템포러리의 전시 역시 서도호가 지금껏 진행시켜온 그리고 앞으로 진행하게 될 장대한 서사의 한 부분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서도호의 작업이 단순한 플롯에서 시작된다는 점이다. 그러나 매 순간의 디테일까지 묘사해내는 작가의 섬세함과 공간에 대한 끊임없는 실험으로 인해 상당히 복합적인 의미체계가 형성된다. 아이러니하게도 서도호의 구체적인 상황설정이 의미를 한정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사회적, 문화적, 역사적 의미를 하나의 순간 속에 개념 자체가 아닌 이미지로 보여주는데 성공하고 있다는 점이다.





서도호_UNI-FORM_혼합재료_가변설치_2006



서도호_UNI-FORM_혼합재료_가변설치_2006



서도호_Leave Me Alone_폴리우레탄 고무_63×95×2.5cm_2004



서도호_Karma Juggler_종이에 색연필_58×76.5cm_2004



작업중인 서도호



도어매트는 개인과 개인, 개인과 집단, 개인적 공간과 사회적 공간 등 다양한 관계성을 수많은 사람모양의 플라스틱 조각 군집을 통해 보여준다. 외부 공간에서의 공적인 관계가 도어매트를 밟고 실내로 들어오는 순간 사적인 관계로 변하는 점에 착안해, 도어매트를 내부와 외부의 물리적인 공간의 경계와 사적인 관계와 공적인 관계를 이어주는 매개체로 해석하였다. 도어매트 「Welcome Back」, 「I Missed You」 등 환영의 문구와 「Don’t Look Back」, 「Leave Me Alone」에서 보이는 부정적인 문구가 관계성에 미치는 영향 역시 주목해 볼만하다. 조각 설치 작품 「유니폼 UNI-FORM: Self Portrait My 39 Years」은 유치원부터 민방위까지 한국 남자가 제복을 입어야 하는 기간을 일련의 제복을 통해 한국의 제도화된 사회 구조 속 개인의 정체성을 보여준다. 서도호에게 있어 옷은 집과 마찬가지로 개인의 기억과 역사를 담고 있는 가장 작은 공간이며 일종의 구조물이다. 또한 작품 제작 사이의 생각들을 표현한 「빅뱅 Big Bang」, 「카르마, Karma」 등의 드로잉이 선보인다. 서도호는 Rohde Island School of Design에서 회화와 예일대학에서 조각을 전공하였으며, 미국 휘트니 미술관, 런던 Serpentine Gallery, 시애틀 미술관, 49회 베니스 비엔날레 등을 통해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또한 구겐하임 미술관, 로스앤젤레스 MoMA, 뉴욕 MoMA, 휘트니 미술관 등에 작품이 소장되었고, 2002년 런던 Serpentine Gallery의 개인전은 그 해 베스트 전시 5 중 하나로 선정되었다. ■ 이대형

Vol.061105a | 제19회 선미술상 수상작가 서도호 초대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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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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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파랑새 작성시간 07.10.28 "서 도호" . 동양적인 분위기가 물씬나는 독특한 이름... 쥐죽은듯님 덕분에 이렇게 앉아서 좋은 작품들을 봅니당~
  • 작성자김진숙 작성시간 07.12.14 저도 서도호님 참으로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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