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는 러시아를 대표하는 위대한 작곡가 차이코프스키에 대해 집중 소개해 드립니다. 당대의 가장 뛰어났던 작곡가의 삶과 음악을 만나보세요! (편집자 주)
서구파와 차이코프스키
글린카와 '러시아 5인조' 작곡가들이 러시아 음악에서 큰 역할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당시 러시아 음악계를 양분하고 있던 반대쪽 축의 존재도 절대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른바 '서구파'라 불린 이 진영은 음악원을 중심으로 하는 정규 음악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주된 구성원이었고, 그 정규 음악교육이란 것은 사실 독일을 비롯한 서유럽에서 확립된 체제를 그대로 들여온 것이었다.
그러나 '서구파'란 명칭 자체는 '5인조' 등 민족주의 진영에서 비하하는 뜻으로 붙여주기 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이 명칭이 전적으로 부당한 것은 아니라 해도, 그들로서는 배운 대로 작곡했을 뿐이니 좀 억울할 수도 있겠다.
'아카데미파'라고 하면 좀더 적절하겠지만, 여기서도 편의상 '서구파'라고 부를 것이다.
이 서구파에서 차이코프스키는 최대 거물이면서 동시에 약간 비켜나 있던 인물이었다.
차이코프스키보다 뛰어난 작곡가가 없었으니 최대 거물인 것은 당연한데, 비켜나 있었다는 것은 무슨 얘기일까?
차이코프스키는 (우크라이나 등도 포함하는) 범러시아권의 민요 등 전통 음악 언어를 자신의 작품에 상당 부분 반영했기 때문에 '서구파'의 다른 동료들보다 민족주의 색채가 강했다.
다시 말하면 다소 절충적인 성향이었다. 물론 그렇다 해서 반대 진영에서 그를 썩 곱게 본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어쨌든 이 차이코프스키와 상트페테르부르크 음악원의 설립자 안톤(Anton Grigoevich Rubinstein, 1829~1894) 및 그의 동생이자 뛰어난 피아니스트로 모스크바 음악원을 설립한 니콜라이 루빈스타인(Nikolai Grigoevich Rubinstein, 1835~1881) 형제 정도가 말하자면 서구파의 '원년 멤버'가 된다.
차이코프스키의 삶과 음악
표트르 일리치 차이코프스키(Pyotr Ilych Tchaikovsky, 1840~1893)는 법학을 전공하고 공무원이 되었지만 결국 음악의 부름에 이끌렸다.
상트페테르부르크 음악원에서 안톤 루빈스타인 등에게서 배운 뒤 1864년에 니콜라이와 함께 모스크바 음악원의 설립 멤버이자 교수가 되어 이후 왕성한 활동을 펼쳤다.
오늘날 그의 대표작으로 알려진 곡들은 주로 1875년 이후에 탄생한 것들인데, 한창 성공가도를 달리던 1877년에 두 여성이 그의 앞에 나타났다.
한 사람은 대부호의 미망인인 나데즈다 폰 메크라는 여인으로, 차이코프스키와 절대 개인적으로 만나지 않는다는 특이한 조건으로 해마다 거액을 후원하게 된다(1879년에는 딸의 피아노 교사로 드뷔시를 고용하기도 했다).
또 한 사람은 안토니나 밀류코바로, 차이코프스키는 이 여자의 열렬한 구애에 못 이겨 결혼했지만 이 혼인관계는 사실상 한 달도 되지 않아 파탄 나고 만다.
성격도 맞지 않았고, 무엇보다 차이코프스키는 동성애자였던 것이다.
그리고 이 점은 결국 그의 생명까지도 앗아가게 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의 사인은 콜레라로 알려져 있었지만, 최근에는 어느 귀족의 아들과의 동성애가 문제가 되어 법률학교 동창들로 이루어진 비밀법정에서 음독 자살하라는 권고를 받고 그대로 행한 것이라는 주장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이게 사실이라면 너무나 개탄스러운 일이지만, 어쨌든 차이코프스키는 53년이라는 길지 않은 삶을 살면서 숱한 걸작을 남겼으며 거의 혼자만의 힘으로 러시아를 유럽 무대에서 주목받는 음악 강국으로 만들었다.
'비창'이라는 별명을 지닌 '교향곡 6번'을 비롯한 일곱 개의 교향곡(그다지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지만 '만프레드'라는 제목을 지닌 번호 없는 교향곡이 있다)과 세 개의 피아노 협주곡('1번'이 가장 유명하다), '바이올린 협주곡', 이른바 '3대 발레'로 불리는 '백조의 호수', '잠자는 숲 속의 공주', '호두까기 인형', '1812년 서곡', '로미오와 줄리엣 서곡', '현을 위한 세레나데' 등의 관현악곡, '현악 사중주 1번' 등의 실내악, 피아노곡 '사계', '예프게니 오네긴' 및 '스페이드의 여왕'을 비롯한 여러 오페라 등이 모두 그가 남긴 작품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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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틀곡]Mayerl: Marigold (메이얼: 메리골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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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파의 작곡가들
차이코프스키 외에도 주목할 만한 '서구파' 작곡가들은 많다.
모스크바 음악원에서 차이코프스키의 제자였다가 후에 동료 교수가 된 타네예프(Sergey Ivanovich Taneyev, 1856~1915)는 러시아적 대위법을 확립하는 데 힘썼으며, 아렌스키(Anton Stepanovich Arensky, 1861~1906)은 림스키-코르사코프의 제자였지만 역시 모스크바 음악원의 교수가 되었다.
두 사람 모두 실내악에서 특히 좋은 작품을 많이 남겼고 차이코프스키와 라흐마니노프의 가교 역할을 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라흐마니노프 이야기를 하기에 앞서, 림스키-코르사코프의 다른 제자 이야기를 먼저 하고 넘어가겠다.
글라주노프(Alexander Konstantinovich Glazunov, 1865~1936)이 바로 그 인물이다.
글라주노프는 림스키-코르사코프가 '전향'한 이후에 길러낸 제자 중 가장 뛰어난 인물이지만 연주회장에서 그의 작품을 듣기란 쉽지 않다.
듣기에는 좋지만 귀를 확 잡아 끌지는 않는 작품 스타일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그는 진정한 프로 작곡가로, 어느 곡에서나 능숙한 필치를 선보였다(그의 실력은 차이코프스키가 경계할 정도였다). 상트페테르부르크 음악원의 교수였다가 러시아 혁명 이후로 원장이 되었지만 공산화된 러시아에 적응하지 못한 그는 알콜 중독에 빠져들었다.
그러나 그는 죽을 때까지 작곡을 멈추지 않았고, '5인조'의 유산과 서구파의 아카데미즘을 함께 물려받아 진정한 통합을 이뤄냈다.
오페라는 작곡하지 않았지만 교향곡과 협주곡, 발레곡, 실내악 분야에서는 많은 걸작을 남겼다.
라흐마니노프(Sergey Vasiliyevich Rachmaninov, 1873~1943)는 이러한 '통합' 이후의 인물이라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러시아 음악에서 서구파와 민족주의 악파 사이의 대립이 끝난 이후에 등장한 인물이다.
모스크바 음악원에서 아렌스키와 타네예프 아래서 배운 뒤 피아니스트의 길을 걷게 되었다.
한 시대를 주름잡는 위대한 비르투오소의 탄생이었다. 작곡도 꾸준히 해서 차이코프스키의 격려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교향곡 1번'이 실패하자 우울증과 무기력증이 그를 덮쳤고, 정신 치료를 받고 '피아노 협주곡 2번'으로 화려하게 재기한 것은 거의 3년 뒤의 일이었다.
이후 그는 1917년에 서방에 망명했으며, 향수에 시달리기는 했지만 사망할 때까지 세 개의 교향곡과 네 개의 피아노 협주곡, 교향시 '죽음의 섬'을 비롯한 많은 관현악곡, 여러 실내악곡과 오페라 등 클래식의 전 장르에 걸쳐 많은 작품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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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틀곡]Symphony No. 2 in E Minor, Op. 27: II. Allegro mol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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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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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틀곡]림스키 코르사코프: 왕벌의 비행 (Rimsky-Korsakov: "Flight Of The Bumble-Bee" From The Tale Of Tsar Salt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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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악파 계열이라고 하기는 어렵지만 스크랴빈(Alexander Nikolayevich Scriabin, 1871~1915)도 이 기회에 언급해야 할 것 같다.
모스크바 음악원에서 (라흐마노니노프와 마찬가지로) 아렌스키와 타네예프를 사사한 그는 음악원을 졸업하기 전부터 전문 피아니스트로서 명성을 얻었다.
나중에는 신비주의에 빠졌는데 작품에도 그런 경향이 짙게 드러난다.
그는 궁극적으로 음악이 오감 전체를 동원해 접하는 체험이 되기를 바랐는데, 이 목표는 오늘날에도 완전히 실현하기 어렵기에 당시 림스키-코르사코프가 그의 작품을 듣고 '미친놈 아냐?'라는 반응을 보인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러나 그는 피아노에 전에 없던 새로운 색채를 부여했으며, 오늘날에는 그의 비전이 얼마나 미래지향적인 것이었는지가 올바로 평가되고 있다.
이 글에 소개된 곡들
클래식음악 전문지 <음악동아>, <객석>, <그라모폰 코리아>, <피아노 음악>과 여러 오디오 잡지에 리뷰와 평론을 써 온 음악 칼럼니스트. 현재 서울문화재단 평가위원으로 활동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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