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창덕궁을 둘러본 게 한두 번은 아니다만, 몇 가지 살펴보아야 할 요소는 꼭 다시 한번씩 짚고 넘어간다. 마치 복습이라도 한다는 듯이 말이다. 볼 때마다 즐겁거든. 앞서 언급했던 '두 번 꺾여 들어가는 어도' 이외에도, 다양한 모습이 곳곳에 숨어 있다. 청색 기와가 대표적이다. 지나치게 비쌌던 청색 기와는 왕실에서도 쉽게 쓸 수 있을 만한 재료가 아니었다. 그러나 창덕궁 내에는 청색 기와를 얹은 건물이 있는데, 바로 선정전이다. 왕의 집무실만큼은 그 어느 곳보다도 더 중요하게 생각했다는 당시 사람들의 의도를 읽을 수 있는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