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을 수 있는 검정 곰팡이, 옥수수 깜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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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4. 22.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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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부기는 옥수수 뿐만이 아니라 보리, 밀, 귀리, 조와 같은 벼과의 작물에서 자라는 곰팡이예요.

미국에서도 깜부기병에 걸린 옥수수에게 '악마의 옥수수(devil's corn)'라는 별명을 지어줄 정도로 깜부기병이 돌면 재앙으로 간주했었다고 해요.

깜부기볶음을 호박꽃 위에 올려놓은 모습이예요. 사진 상단에 보이는 반쯤 녹은 치즈가 올려진 또띠야에 싸서 먹으면 멕시코 음식인 퀘사딜라가 되는 거래요. (이미지 출처 : https://i.pinimg.com/originals/15/e3/b6/15e3b6dec32892dcd3dabf73921a1264.jpg)

옥수수에 생기는 재앙인 이 깜부기가 멕시코 요리에서는 고급 식자재에 속한다고 해요.

맛은 일반 버섯 맛과 비슷한데 약간 탄내 같기도 한, 그리고 나무냄새 같기도 한 특이취가 포함되어 있나봐요. 달지만 살짝 쓴 맛도 있대요. 멕시코인들에게는 그 맛이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진미라고 하네요. 버섯 중에서도 최고의 맛으로 치는 송로버섯(트러플 truffle)에 비유를 할 정도이니까요.

우리에게는 식물병으로 더 잘알려져있는 깜부기의 모습입니다. (이미지 출처 : https://images.app.goo.gl/kkudde93nGiHus2VA)

옥수수 깜부기가 식용으로 가능하다는 글은 2009년도에 국내에 소개된 기록이 있어요.

벌써 10년이 지난 일인데도 인터넷에서 옥수수 깜부기에 대해 검색을 해보니 재배농가의 글들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어요.

그건 아마도 옥수수 깜부기가 병이라는 인식과 깜부기의 생김새가 우리가 늘 먹어왔던 것과는 달라서 시장진출을 하는데 성공하지 못했던 게 아닌가 추측해봐요.

일본어로 된 사이트에서 빌려온 깜부기 사진이예요. 다른 야채들과 함께 바구니에 담겨 있는 것으로 보아 식자재 중의 하나로 찍은 사진인듯 해요. (이미지 출처 : https://images.app.goo.gl/fojNQMh1QiSrQWEx9)

깜부기의 생김새는 사진과 같이 간간히 흰색이 보이는 청회색을 띠고 있으며 대부분의 버섯과 같은 부드러운 질감을 가지고 있다고해요.

옥수수 알갱이 위에서 자라는 것이 많은데, 충분히 성장을 하면 옥수수 껍질 밖으로 그 모습을 살펴볼 수 있다고해요.

옥수수 깜부기는 특이하게도 버섯종류들 중에서는 가장 많은 단백질을 함유하고있대요. 깜부기에 포함된 단백질의 양은 옥수수보다도 훨씬 더 많을 뿐만이 아니라 옥수수에는 전혀없는 리신(lysine)이라는 아미노산까지 가지고 있다고하네요.그 때문에 깜부기를 옥수수와 함께 요리했을때 영양학적으로도 상승효과가 크다고 해요.

깜부기를 이용한 스프요리예요. (이미지 출처 : https://i.pinimg.com/236x/6a/34/04/6a3404de8401d089208f814b9ae69da5--san-miguel-dinner-club.jpg)

요리한 깜부기는 검정색을 띤대요.

외국에서 구입할 수 있는 깜부기 통조림 속의 내용물들이 검정색인 것은 바로 깜부기를 바로 먹을 수 있는 상태로 조리를 해놓은 상태여서 일 거라고 생각해요.

생깜부기는 칼로 긁어내거나, 옥수수알 떼내듯이 하나하나 뜯어내서 채취하시면 된다고 해요.

표면은 부드러운 식감이 있고, 포자가 있는 곳은 약간 쓴맛이 나는데 포자가 덜 영글은 것이 먹기 편하다고 합니다. 국내 조리예로는 돼지고기 양파 볶음이나 감자 양파볶음에 넣어드시는 예를 볼 수 있었어요. 은근히 땡기는 맛이라고 합니다.

매대에서 판매 중인 깜부기 사진이예요. 깜부기는 특히나 신선도가 중요하다고해요. 쉽게 말라버리고 포자를 만들어낸다고해요. (이미지 출처 : https://images.app.goo.gl/ai2yYTSRXc1vPXj86)

같은 깜부기를 병으로 보는 이름인 smut로 구글 검색을 하시면 방제법을 접하실 수 있지만, 깜부기를 식용으로 부르는

위틀라코체 (huitlacoche), 쿠이틀라코체(cuitlacoche), 옥수수 버섯 (corn mushroom) 혹은 멕시코 트러플 (Maxican truffle) 등의 이름으로 검색하시면 다양한 요리법을 만나실 수 있어요.

일반 버섯을 사용하듯 버섯을 사용하는 요리에 거의 다 응용할 수 있는 것처럼 보여요.

올리브유를 약한 불에 올려서 마늘을 우려낸 후 볶아서 드시는 것부터 국(스프나 스튜), 멕시코 요리 중의 하나인 퀘사딜라나 타코에 넣은 것까지 다양한 요리로 만들어 놓은 것들을 볼 수 있었어요.

깜부기는 아직 단단한 상태일때 따는 것이 좋다고해요. 보통 감염된 이후 2~3주 후에 수확하는 것이 적당하다고 해요. 수확 시기가 너무 일러도 맛이 없지만 수확시기가 늦어지면 맛도 떨어질 뿐만이 아니라 깜부기 포자가 온사방에 날려서 다른 작물에게 피해가 갈 수도 있대요.

깜부기가 멕시코에서 먹는 것이다 보니 깜부기 요리법 중에서 퀘사딜라의 레시피를 가장 많이 찾아볼 수 있었어요. (이미지 출처 : https://i1.wp.com/mexicanmademeatless.com/wp-content/uploads/2017/06/Quesadillas_Huitlacoche01.jpg)

어때요?

요리로 만들어진 사진들을 보니까 호기심이 좀 생기시나요?

저는 올해 옥수수를 조금 파종하려해요.

아직 파종도 안한 옥수수에,

생길지 안 생길지 모르는 깜부기를 미리 요리할 생각이라고 하면 웃으시겠죠? *^^*

깜부기가 멋진 곰팡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검은색은 나쁜 곰팡이라는 편견에서도 벗어날 수 있게 했고, 또 조금만 생각을 달리하면 귀하게 쓸 수 있다는 점이 새로웠어요.

그래서 준비를 잘 해두었다가 깜부기를 만나면 꼭 한 번은 먹어보려고 해요.

제가 만든 깜부기 요리를 앞에 놓고 멕시코에 있는 고급 레스토랑에서 먹는 것처럼 기분 한 번 내보려구요. ^^*

멕시코인들이 깜부기을 요리할 때 항상 넣어준다는 향신료 에빠소테(epazote 에파조테)입니다. 우리는 구하기힘드니까 우리가 좋아하는 파, 마늘, 양파 등을 이용하시면 될듯해요. 향이 많이 강해서 요즘은 고수로 대체하여 사용을 많이 한다고합니다. 실제로 국내 맥시컨 레스토랑에서는 고수를 많이 사용해요.

마지막으로 멕시코 음식인 퀘사딜라의 속재료로 깜부기를 이용하는 조리법이 담긴 동영상을 참고로 올려 놓습니다.

⚀ 버터 한 수저를 후라이팬에 녹인 후

마늘, 고추, epazote (에빠소테, 멕시코 향신료, 고수로 대체 가능해요.) 등의 향신료를 먼저 약한 불에 우려내세요.

⚁ 향신료가 우러난 버터에 양파(scallion), 토마토, 옥수수, 고추 등의 야채를 집어 넣어 3분간 볶으세요. (동영상에서는 기름에 우려내는 고추와 볶을때 넣는고추의 종류가 달라요. 우리는 우리가 구할 수 있는 고추와 야채로 하면 될듯해요. 매운 맛을 좋아하시면 기름에 우리는 고추로 청양고추를 사용하세요. 건고추도 좋습니다.)

⚂ 캔깜부기 반통(7oz, 200ml 정도)을 넣고 소금으로 간해서 익힌 후 한켠에 두세요.

⚃ 낮은 불에 또띠야를 30초간 뎁힌 후 모짜렐라 치즈를 올리고 볶아 놓은 깜부기 속재료를 얹어주세요.

⚅ 깜부기 볶음을 감싸듯이 또띠야를 반으로 접고 치즈가 어느 정도 녹을 때까지 굽습니다. 이때 온도가 너무 높으면 치즈가 녹기 전에 또띠야가 탈 수 있으니 온도를 잘 살피세요.

2021년 7월 11일 현재,

포스팅 2년만에 깜부기볶음을 해보았어요.

늘 깜부기가 생길 즈음엔 장마 전후라 텃밭이 더 바빠지는 때라서... 깜부기가 터지고 나서야 그때까지 결국 음식을 해보지 못했다는 생각을 하고는 깜부기 옥수수를 제거하곤 했거든요.

또띠아를 얹기 전단계까지 만들어 맛을 보았는데, 조리과정에 세척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어요. 깜부기의 맛은 버섯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해보았구요, 마늘과 양파를 많이 넣어서인지 고기를 뺀 피자 토핑 비슷한 맛이 라고 느껴졌어요. 깜부기 특유의 풍미는 음식이 뜨거울때보다 식었을때 더 많이 나는 거 같아요. 조금 더 맛있게 먹으려면 고기를 조금 넣어 함께 볶아 먹는게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

2022년 8월 2일 현재,

이때만 먹을 수 있는 식재료이여서 올해는 닭고기를 조금 넣어 깜부기를 볶아 보았어요.

작년보다 훨씬 더 맛있게 먹었습니다. ^^

버터에 먼저 마늘과 고추 다진 것을 넣어 향을 우려낸 후, 토마토와 삶은 옥수수알, 고춧잎, 그리고 닭고기 조금을 함께 넣어 볶고 소금으로 간을 했어요. 토마토 때문에 국물이 조금 생긴 상태여서 저는 국물과 함께 죽처럼 떠먹었습니다. 음식은 먹을 수록 맛이 든다는 것을 이 낯설은 식재료인 깜부기로 경험하네요.

이글을 작성하며 도움을 얻은 분들의 글입니다.

○ Huitlacoche or Corn Mushroom - https://www.thespruceeats.com/what-is-huitlacoche-or-cuitlacoche-2342705

○ Scourge No More: Chefs Invite Corn Fungus To The Plate : The Salt : NPR - https://www.npr.org/sections/thesalt/2015/08/24/433232707/scourge-no-more-chefs-invite-corn-fungus-to-the-plate

○ 에파조테는 고수로 대체 가능 : 에파조테, 마야인에게 중요한 허브가 현대인에게 잊혀진 이유는? http://m.sommeliertimes.com/news/articleView.html?idxno=11577#_enliple

○ 옥수수 깜부기맛은 부드럽고 쌉싸름하다. :

https://m.blog.naver.com/zmen1000/221321061945

빈하늘
빈하늘 원예·재배

생산자이기보다는 소비자의 삶을 살아왔습니다. 아직은 소비자에 가깝지만, 매일 마주 대하는 작은 텃밭을 통해 전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많은 것들을 새로 배우고, 또 새롭게 보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