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남성작가

테즈카 오사무의 작품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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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5. 4.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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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즈카 오사무(手塚治虫, 192811 3일 오오사카 출생 - 19892 9일 사망)는 오오사카 제국대학 부속 의학 전문부를 졸업한 의학박사 출신의 만화가, 애니메이터, 애니메이션 감독으로 전후 일본 스토리 만화의 선두 주자로 만화의 선구적 존재로 활약했다.

 

 

오오사카 제국대학 부속 의학 전문부 재학중인 1946 4컷 만화 <마아짱의 일기장(マアチャンの日記帳)> <소국민 신문>에서 연재되며 만화가로 데뷔했으며, 1947년 사카이 시치마 원작의 신작 단행본 <신 보물섬>이 베스트셀러가 되며 만화가로서 첫 명성을 안겨주었다. 이후 1950년부터 만화잡지에 등장 <철완 아톰>, <정글 대제>, <리본의 기사> 등 히트작을 연이어 만들어 냈다.

명문가의 집안에 태어나 어린 시절부터 디즈니 애니메이션과 채플린의 희극 영화를 보고 자랐으며, 집 근처에 있던 다카라즈카 가극단과의 인연 등이 그의 작품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곤충과 과학, 천문학에 많은 관심을 가진 탓에 자신의 필명에도 곤충()을 넣어 테즈카 오사무로 사용하게 되었다고 한다.

 

 

1953년 토시마구의 토키와장에 입주하면서 시작된 만화작업은 이후 수많은 만화작가들을 운집시키며 일본 현대만화의 메카가 되었다. 토키와장의 멤버로 출발해 일본을 대표하는 작가가 된 후지코 후지오, 이시노모리 쇼타로 외에도 요코야마 미츠테루, 마츠모토 레이지, 나가이 고, 아카츠카 후지오, 미즈노 히데코, 오토모 카츠히로 등이 모두 테즈카 오사무의 작품을 보고 만화가가 될 결심을 하게 된 작가들이다. 테즈카 오사무는 이들에게 훌륭한 만화가가 되기 위한 조건으로 좋은 영화와 음악, 소설 등을 보고 들을 것을 강조했다고 한다.

이들 외에도 하기오 모토나 사토나카 마치코 와 같은 여성 작가들에게도 큰 영향을 끼쳤으며, 60-70년대 발표된 일본 소녀만화의 캐릭터들 상당수가 테즈카 오사무 캐릭터의 영향하에 그려지기도 했다.

 

프리 드로잉으로 흔들리는 택시나 비행기 안에서도 정확한 원과 직선을 그릴 수 있을 만큼 대단한 뎃생력을 갖추고 있었으며, 500페이지 분량의 책을 20분 내에 독파할 만큼 속독도 뛰어났다고 한다.

의학박사학위를 소지한 전문의답게 프로 만화가 데뷔 이후에도 정규 의사면허는 계속 유지했으며, 이런 특별한 재능과 경험은 <키리히토 찬가><블랙잭>을 비롯한 많은 작품들에 반영되어 걸작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작품으로부터 청소년, 성인 대상의 작품까지 전 분야의 전 연령대를 대상으로 한 작품의 일관된 주제는 생명의 존엄과 인간 내면에 존재하는 선악의 양면성에 대한 꾸준한 성찰을 들 수 있다. 이민족간 문화적 갈등과 경쟁을 통한 대립의 주제 역시 종종 다루어지곤 하는데, 이를 통해 편견 없는 문화의 다양성을 강조하기도 한다. 하지만 초기 작품들에선 테즈카 자신 조차 아프리카나 동남아 국가 인종들에 대한 희화화를 보여주고 있으며, 이후 출간된 모든 작품의 후기에 이런 미숙함에 대한 반성을 토로하고 있다.

청소년기에 겪은 2차 대전의 후유증은 자신의 자전적 단편들에 여러 형태로 실려 있으며, 전쟁의 체험을 통한 이런 반전사상과 휴머니즘을 전면에 내세운 주제는 순정물로부터 SF에 이르기까지 700여 편의 만화 작품과 60여 편의 애니메이션 작업을 통해 일관되게 반영되어 표현되고 있다.

 

죽기 직전까지 손에서 연필을 놓지 않았던 작가는 1989 2월 위암이 악화되어 도쿄 자택에서 향년 61세의 나이로 타개했다. 평생의 업적을 인정받아 1990년 제19회 일본 만화가 협회상 문부장관상을 수상했으며, 1994년 일본 효고현 다카라즈카 시에 테즈카 오사무 기념관이 개관되었다.

 

 

1958 <만화생물학>,<びいこちゃん> 3회 소학관 만화상 수상

1970 <불새> 1회 강담사 출판 문화상 아동만화 부문 수상

1975 <붓다> 21회 문예춘추 만화상 수상

1975 <블랙잭> 4회 일본 만화가 협회상 특별 우수상 수상

1977 <블랙잭><がとおる> 1회 강담상 만화상 소년 부분 수상

1983<양지의 나무> 29회 소학관 만화상 청년 일반 부문 수상

1986 <아돌프에게 고한다> 10회 강담사 만화상 일반부문 수상

 

1984년 실험 애니메이션 <점프> 자그레브 국제 애니베이션 영화제 그랑프리 및 유네스코 상 수상

1985년 실험 애니메이션 <낡은 필름> 1회 국제 애니메이션 영화제 히로시마 대상 그랑프리 수상

1988년 실험 애니메이션 <숲의 전설> 마이니치 영화 콩쿠르 오후지 수상, 자구레후 국제 애니메이션 영화제 청소년 영화상 수상.

 

 

 <2008AK 커뮤니케이션즈 초기걸작선 - 로스트 월드 / 메트로폴리스 / 넥스트월드 / 신보물섬’>

 

데뷔 초기의 테즈카 오사무 단편집이다.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영향으로 영화적 연출 기법이 반영되어 있으며, 뽀빠이나 미키 마우스와 같은 디즈니 캐릭터들이 깜짝 등장하기도 한다.

인간의 탐욕으로 빚어지는 비극적 미래상을 그린 세 편의 초기 SF작품들은 현재적 관점에서 보면 연출과 뎃생에서 미숙함이 엿보이지만, 이후 작가의 작품세계의 기반이 되는 작품들이란 점에 의미가 있다.

 

<신보물섬>은 선배 작가인 사카이 시치마의 스토리를 받아 그린 작품으로 테즈카에게 작가로서의 명성을 안겨 준 최초의 성공작이었다. 보물섬 지도 한 장을 들고 드넓은 바다로 떠나는 소년의 모험과 때묻지 않은 작가적 순수함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작가의 첫 번째 성공작이기도 한 이 작품은 <보물섬>,<로빈슨 크루소>,<타잔>, <피터팬> 등 다양한 서양 작품들이 믹스되어 있다.

 

<로스트 월드>는 마만고라는 신비한 별이 지구에 접근해오며 벌어지는 사건을 다루고 있다. 천재 과학소년 시키시마 박사 일행은 에너지석을 찾아 마만고로 날아가지만, 로켓에 몰래 탑승한 악당들로 인해 혼란에 빠진다. 우여곡절 끝에 악당들은 제거되지만 소동속에 수염탐정만 지구로 귀환한다. 마만고별에 남게 된 시키시마 박사와 식물인간 여성 아야메는 마만고에서 새로운 아담과 이브가 된다.

 

<메트로폴리스>는 이상 발현한 태양의 흑점에서 나오는 방사선의 영향으로 벌어지는 이상현상들에 대해 그리고 있다. 티마 역시 이런 태양의 흑점으로 만들어진 인조세포로 탄생한 인조인간이다. 처음엔 인간과 평화롭게 어울리던 이 천사 로봇은 자신이 로봇인줄 몰랐다가 로봇들이 인간의 노예로 함부로 다뤄지는 모습을 보며 반란의 선봉에 선다.

폭주하던 티마는 인위적으로 만들어졌던 태양의 흑점이 사라짐과 동시에 흑점의 방사선이 사라지며 인조세포의 사멸로 죽게 된다. 티마의 죽음을 통해 인간들 역시 자신들의 과오를 돌아보며 반성하는 계기가 된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티마는 이후 아톰사파이어 왕자의 원형 캐릭터로 의미를 갖는다.

 

<넥스트 월드>는 미국과 소련에 빗댄 스타국과 우란국의 대립과 핵실험으로 새로운 종족 후우문이 출연한 가상의 미래를 그리고 있다. 미지의 암흑성운이 출연해 지구 멸망의 순간이 다가오고, 후우문은 신 노아의 방주를 만들어 우주 대피 계획을 세우는 동안 인간들은 서로 싸우고 반목하는 모습만을 보인다.

위기의 순간 암흑성운이 내뿜던 가스가 태양계에 다가오며 태양의 빛으로 변질돼 산소로 바뀌며 지구멸망의 위기를 벗어난다. 위기는 사라졌지만 무기력한 인간존재에 대한 반성과 성찰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1989년 만화왕국 은하연맹에서 온 W3’>

 

지구의 도처에서 크고 작은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자 은하계의 뛰어난 생물집단인 은하연맹은 지구의 존속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3인의 우주순찰대 ‘W-3’를 지구로 파견한다. 이들 3인조는 지구 관찰을 위해 토끼와 오리, 말로 변신해 활동을 시작하고, 의협심 강한 소년 현수를 만나 지구인들에 대한 선입견을 버리고 현수를 도와주게 된다.

한편, 현수의 형 현욱은 첩보기관 피닉스의 요원으로 세계정복을 꿈꾸는 A국의 음모에 맞서 싸우다 붙들려 죽을 위기에서 가까스로 탈출한다. 이에 탈출한 현욱과 형의 정체를 알게 된 현수 그리고 우주 순찰대 3인조의 활약이 예고되는 가운데 국내 출간이 중단되었다.

 

<2001년 학산문화사 리본의 기사’ / 소녀편>

 

천사의 장난으로 남자와 여자의 마음을 동시에 갖고 태어난 실버랜드의 왕녀 사파이어는 여자임이 탄로나 왕위에서 쫓겨난 뒤 리본의 기사로 변장해 복수에 나선다. 이웃나라의 왕자와 사랑에 빠지기도 하지만 마녀 헬부인과 질투가 많은 여신 비너스의 방해로 곤경에 처하게 된다. 하지만 숱한 역경을 딛고 왕위를 되찾고 골드랜드의 왕자 프란츠와도 사랑의 결실을 맺는다.

천사 큐핏은 자신이 저지른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인간세계로 내려와 사파이어의 행적을 뒤쫓고, 사파이어는 여자는 왕이 될 수 없다는 실버랜드의 법체계를 바꾸며 여권신장을 이루는 계기가 된다.

 

다카라즈카 극단 무대에서 영향을 받아 만들어진 이 작품은 신데렐라백조의 호수이야기를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남장소녀를 주인공으로 한 소녀만화의 원형이 되는 작품이다. 신들과 악마의 마법사가 등장하는 등 다양한 판타지 요소들이 믹스된 채 소녀의 꿈과 로망을 담아내고 있다. 출생의 비밀과 사랑하는 마음을 감춘 채 남자로 살아야 하는 왕녀의 애틋한 사랑과 모험은 이후 많은 소녀만화에서 다양한 형태로 변주되었다.

이 작품은 1953년부터 14년에 걸쳐 그려진 네 가지 버전 가운데, 1963 <나카요시>에 연재된 세 번째 버전의 작품이다.

 

소녀편’ <리본의 기사> 1952년 가을, <소녀클럽>에 연재된 최초의 <리본의 기사> 버전으로 당시엔 존재하지 않았던 소녀만화의 스토리물이었다고 한다. 연재 당시 남장소녀 사파이어의 인기가 높아 이를 동경하는 소녀들의 반향이 대단했다고 한다.

나카요시판과 달리 소녀편에서는 사파이어가 다시 실버랜드로 돌아와 여왕에 즉위하는 장면들이 그려지고, 왕비를 인질로 한 나일론에 의해 성이 함락되기도 한다. 심지어 바다에 빠진 왕비를 구하기 위해 인어의 나라 여왕과 내기를 하거나, 결혼을 반대하는 프란츠 왕자의 숙부를 설득하기 위해 사파이어가 시집살이를 하는 장면이 나오기도 한다. 결국 두 사람이 결혼하며 실버랜드와 골드랜드가 하나의 국가로 통합되는 해피엔딩으로 마무리 된다.

무엇보다 나카요시판에서 마법사로 등장하는 헬부인이 이 원본에서는 남자인 메피스토 박사로 등장한다는 점이 이채롭다. 말괄량이 딸 헤케트를 위해 사파이어의 마음을 훔치려는 이 어리숙한 캐릭터는 이후 말괄량이 딸 때문에 곤경에 처하는 <돈 드라큐라>의 모델이 된다.

 

<2001년 학산문화사 밀림의 왕자 레오 (정글대제)’>

 

인간의 말과 문화를 배운 흰사자 레오가 약육강식의 정글세계를 법과 질서가 있는 평화의 세계로 만들어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

아프리카의 대자연을 배경으로 이에 도전하는 인간의 무모함과 그런 인간과 자연의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하다 희생되는 흰사자 레오의 파란만장한 일대기를 그리고 있다. 인간은 대체에너지원인 월광석을 찾아 아프리카로 오고, 그런 인간을 도와 자신을 희생하는 레오의 숭고한 희생정신이 빛을 발한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라이온 킹>의 원형이 되는 작품이다.

 

<2002년 학산문화사 넘버 7’>

 

100년간의 인공동면에서 깨어난 시치로는 핵전쟁으로 황폐해진 지구와 이를 노리는 외계인들의 침공에 맞닥뜨린다. 이에 지구 방위대의 특별 공격대원, 넘버7이 되어 온갖 변종괴물들과 외계의 침략세력으로부터 지구를 지키기 위한 맹활약을 펼친다.

대규모 카페라 성인의 공격과 오염된 지구를 버리고 다른 별로 이주하려는 검은 모자당의 공격, 인류를 지배하고 새로운 지구의 주인이 되려는 진화한 고양이족들을 차례로 물리치며 지구를 이전의 평화로운 세계로 되돌리는 시치로와 지구 방위대의 활약을 그린 SF만화이다.

 

<2002년 학산문화사 노만’>

 

지구의 곳곳에 음산한 푸른 달이 뜨고, 일본인 소년 타쿠는 도산한 부모님과 함께 낯선 이도의 공간으로 초대받는다. 그곳엔 지구의 곳곳에서 모인 특별한 능력을 가진 이들이 모여있었고, 이들은 모두 5억년 전 달세계로 타임슬립한다.

지구는 아직 태고의 원시상태이지만 달은 우주 최고의 문명이 발달한 모코 제국이 번성하고 있었다. 모코 제국의 왕자 노만은 달을 노리는 우주의 침입자들에 맞서 우주 곳곳에서 초능력자들을 모아 노만 레인저를 만들고 있었다. 염동력을 가진 타쿠 역시 노만 레인저 일원이 되어 달을 침략하는 게르단인에 맞서 싸우게 된다.

하지만 압도적인 물량과 힘으로 달을 공격해오는 게르단인에 의해 달은 위기에 처하고, 살아남은 월인을 이끌고 타쿠와 일행은 원시의 지구로 피난한다. 그들이 피난한 뒤 바라본 달은 게르단인의 실수로 거대한 원폭이 연쇄적으로 일어나고 삽시간에 폐허로 변모한다. 지구에 정착한 월인의 후손은 이후 달을 바라보며 자신들이 떠나온 고향을 그리워한다.

 

달과 지구를 소재로 한 많은 SF 작품들 가운데 효시라 할만한 작품으로, 지구에 앞서 번성했던 달의 몰락과 현재의 지구인들을 월인의 후예로 가정한 상상력이 참신한 작품이다. 1968년도 작품임에도 조금도 촌스럽거나 진부하게 느껴지지 않는 탁월한 연출 역시 빼놓을 수 없다.

 

<2002년 학산문화사 미크로이드 S’>

 

고도의 문명세계를 이룬 곤충진화체인 기드론이 자연파괴를 일삼는 인간세계를 멸망시키려는 음모를 꾸민다. 이에 기드론의 노예이자 인간축소형 인간 미크로이드 3인이 인간세계에 이 사실을 알리고자 지상으로 나온다. 이들을 제거하기 위한 기드론의 추격이 시작되고, 얀마를 비롯한 미크로이드 3인은 인간소년 마나부를 만나 도움을 청한다.

마나부는 생물학 박사인 아버지를 통해 곤충의 위협을 세상에 알리고 대비책을 세운다. 그러나 상황은 악화일로, 최후의 순간 얀마를 추격하던 그의 형 지가가 동생에 대한 오해를 풀고 벌레를 조종할 수 있는 헬멧을 넘겨주며 사태는 일단락 된다.

 

인간들의 자연 파괴에 대한 곤충의 도전과 복수를 그린 작품이다. 곤충의 습격에 맞선 인간의 초라한 모습과 인류보다 오랫동안 지구에 살아 온 곤충의 생명력과 존재감을 피력하고 있다.

 

<2002년 학산문화사 마그마 대사>

 

30억년 전부터 살아 온 아스라는 인물이 지구를 지키기 위해 만든 로켓 인간 마그마 가족과 소년 마모르가 지구정복을 꾀하는 괴인 고아에 맞서 싸우는 SF만화이다. 단순한 플롯과 명쾌한 마무리로 연재 당시 큰 인기를 얻었던 작품이다.

무엇보다 괴인 고아가 어린아이들을 너무 좋아해서 자신이 침략한 별에서 납치한 아이들을 데리고 다니는 설정이 이채롭다. 1부의 마지막에 마그마에게 패한 고아가 자신이 납치해 온 외계아이들을 남겨두고 떠난 뒤 아이들이 모두 꽃으로 피어나 별 아이들의 화원으로 변모한 장면은 참신한 감동을 준다.

 

<2001년 학산문화사 키리히토 찬가’>

 

인간이 개의 형상으로 변모하는 몬모우병의 원인으로 풍토병설을 주장하던 키리히토는 전염병설을 주장하는 타츠가우라 교수로부터 추방된 뒤 자신도 몬모우병에 감염되어 고초를 겪는다. 심지어 변태적 연회를 즐기는 대만갑부의 서커스용 개인간으로 팔려갔다가 도망쳐 팔레스타인 황야를 헤매게 된다. 하지만 그곳에서 진정한 의사로서의 소명의식에 눈뜨고 비로소 자신을 내친 타츠가우라 교수의 음모를 알게 된다.

가까스로 일본 의사회 회장 선거 당일 일본에 도착한 키리히토는 타츠가우라 교수의 만행을 폭로하지만, 근소한 차이로 타츠가우라는 염원하던 회장직에 당선된다. 그러나 타츠가우라는 두통제로 복용하던 약의 성분이 몬모우병을 발병시키며 의사회 회장직에서 밀려나고 죽음에 이른다. 키리히토는 모든 걸 버리고 자신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팔레스타인 황야로 떠난다.

 

이 작품은 몬모우병이라는 희귀질병을 소재로 권위와 명예의 상징인 의국의 실체를 파헤치고 있다. 야마자키 도요코의 ‘하얀거탑’과 유사한 소재와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하얀거탑이 한 남자의 야망과 좌절을 통한 의국 내 파벌과 권력싸움을 그렸다면, 이 작품은 의사의 소명의식과 본질에 관한 좀더 포괄적인 휴머니즘을 다루고 있다.

절망적인 상황속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끝내 자신이 나아갈 길을 찾아가는 키리히토의 행보가 감동적으로 그려진다.

 

<2002년 학산문화사 뱀파이어’>

 

이 작품은 1부에 해당하는 1-3권은 어떤 계기를 통해 늑대로 변신하는 인간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고, 2부에 해당하는 4권에서는 인간으로 변신이 가능한 고양이족 전설을 모티프로 권선징악과 삶의 본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서로 상반되는 캐릭터인 늑대소년 토페이와 교활한 악당 록은 선과 악을 상징하며 이야기를 끌어가는 중요한 축으로 설정되어 있다.

토페이는 자유롭고 싶어 인간세계로 오지만 인간들 역시 규율과 제도 속에 묶여 자유롭지 못하고, 인간으로 변신한 페코 소년 하야토 역시 인간의 규율 속에 자유로울 수 없다. 테즈카 오사무는 도덕과 규칙 속에 얽매인 인간의 삶과 자연속에 본능적으로 살아가는 동물의 삶을 비교하며 어떤 삶이 행복한 삶인지 화두를 던지고 있다. 동물로 변신이 가능한 인간(뱀파이어)과 인간으로 변신이 가능한 동물(페코)의 교차 설정은 이런 이분법적 비교를 위해 만들어진 독특한 캐럭터들이다.

 

<2003년 학산문화사 돈 드라큐라’>

 

마늘, , 십자가, 태양빛, 몸에 말뚝 박는 것에 치명적인 드라큐라 백작. 일본에 건너온 흡혈백작 드라큐라는 마츠타니 중학 2년생인 말썽꾸러기 딸 쵸코라가 있다. SF연구회에 가입한 뒤 1년 선배인 노부히코를 좋아하게 되면서 아빠는 안중에도 없지만 드라큐라는 이 딸을 위해 모든 걸 희생하며 헌신한다. 미녀의 피만을 원하지만 상황에 따라선 얼굴과 나이를 따지지 않고 피를 빨거나, 마음이 약해서 모질게 피를 빨지도 못한다. 어리숙하고 순진무구한 드라큐라의 일상은 그래서 대부분 남에게 휘둘리기 일쑤이다.

 

어리숙하고 착해빠진 드라큐라와 그의 사춘기 딸이 펼치는 착한 흡혈 부녀의 코믹한 일상을 다룬 작품이다. 이 캐릭터의 원형은 <리본의 기사> 소녀편에 등장하는 마법사 메피스토와 헤케트 부녀에서 파생되었다.

 

<2002년 학산문화사 아폴로의 노래’>

 

사랑을 믿지 않는 소년 쇼고가 여신의 저주로 비극적 사랑을 되풀이하는 운명의 저주에 걸리고, 거듭되는 사랑의 파국을 통해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깨달아 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월계수로 변해버린 다프네를 앞에 두고 절망하는 아폴로처럼 다가가면 사라지는 사랑의 실체 앞에 쇼고는 절망하지만, 그런 끝없는 절망의 되풀이 과정이야말로 인류의 역사이기도 하다는 것을 역설하고 있다.

패전 이후 일본의 혼란한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과격한 청춘들에게 전하는 테즈카 오사무의 사랑과 종의 역사에 관한 메시지가 담겨 있다.

 

<2003년 학산문화사 아야코’>

 

이 작품은 2차 대전 후, 추악한 봉건적 지주가문 텐게가의 몰락과 차남 지로가 미점령군 사령부의 스파이 노릇을 하다 평생을 쫓기다 죽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오빠의 살해사건 가담 증거를 본 탓에 집안의 비밀을 지키기 위해 토굴에 갇힌 채 22년을 살아야 하는 아야코라는 여성의 눈에 비친 세상은 그야말로 미친 세계였으며, 그런 그녀를 받아들이는 세상 사람들의 태도 역시 광기 어린 짐승의 세계에 다름 아니었다.

살아남기 위한 생존의 싸움에서 인간군상들은 처참한 본성을 드러내고, 일본 경제성장의 이면엔 한국전쟁 특수와 근친상간과 혈족간 살해라는 비극적 요소들이 감춰져 있었다.

테즈카 오사무는 시아버지와 며느리의 상간으로 태어난 아야코라는 여성을 통해 이런 태생적 비극을 안고 출발한 일본 근대사의 어두운 이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작가는 후기를 통해 이 작품이 어떤 대작의 서막에 해당한다는 고백과 함께, 부득이한 사정으로 연재가 중단된 것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다. 이 작품을 통해 그려지는 것은 비극적인 태생을 극복한 채 살아남은 아야코의 유, 소녀기인 1949년부터 1973년까지를 그리고 있다. 봉건적인 색채가 강한 텐게 가에 전후 사상이 난입하고, 그 혼란과 갈등 속에 빚어지는 인간군상의 갈등과 추악한 본성들이 여과없이 그려지고 있다.

연재가 계속되었다면 28살의 아야코가 일본 고도성장기인 70-80년대를 살아가는 모습들이 그려졌을 것이다.

 

<2008년 학산문화사 도로로’>

 

천하제패를 위해 48마리의 요괴들에게 자식을 제물로 바친 비정한 아비 덕에 태어날 때부터 아무것도 없는 몸뚱이로 태어난 햐키마루. 광주리에 버려진 그는 한 의원에 의해 자식으로 길러져 성장한 뒤 요괴들에게 빼앗긴 48군데의 사지를 되찾기 위한 요괴퇴치 여행을 떠난다. 그런 햐키마루를 꼬마 도둑 도로로가 뒤쫓으며 무사 계급에 착취당하는 농민들의 반란과 비참한 현실을 함께 그리고 있다.

 

이 작품은 일본 전국시대를 배경으로 요괴들에게 빼앗긴 사지를 되찾기 위해 방랑하는 소년과 피착취계급의 애환을 그린 시대물이다. 작가는 햐키마루가 요괴들에게 빼앗겼던 신체를 찾아가는 과정을 통해 점차 완전한 인간으로 완성되어가는 인생의 여정을 상징적으로 담아내고 있다.

미즈키 시게루의 요괴만화 인기에 편승해 만들어진 작품으로, 여러 사정에 의해 48마리의 요괴 에피소드가 모두 그려지지 못한 채 졸속 마무리되었다.

 

<2009AK 커뮤니케이션즈 ‘MW ’>

 

오키나와 인근 어느 섬에서 베트남전 말기에 개발된 살인가스 MW 유출사고가 벌어진다. 일본 정부는 해당국과의 이해관계 속에 사건을 철저히 비밀에 부치고 덮어버린다. 하지만 우연히 섬에 놀러 갔던 어린 소년 유키와 불량배 가라이는 가스 유출사고 당시 기적적으로 살아남는다. 가라이는 과거를 청산하고 신부가 되었지만, 가스 사고의 후유증으로 시한부 삶을 살게 된 유키는 은행원이 된 뒤 사건 관계자들에 대한 복수와 전 인류에 대한 몰살을 계획한다.

가라이는 유키의 범죄를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지만 오히려 농락당하며 고뇌하고, 유키는 자신의 목적을 위해 온갖 범죄를 저지르며 살아간다. 마침내 자신의 죽음과 함께 악덕과 허영에 찌든 인류의 역사를 끝장내려는 유키의 마지막 범행이 시작된다.

 

이 작품은 폭력과 배신, 강간, 성범죄 등 각종 사회악과 공권력 개입으로 벌어지는 정치범죄에 대해 그린 사회고발 성격의 작품이다. 작가는 자신을 죽음으로 몰아가게 만든 정치권력과 관계자들을 향한 유키의 분노와 광기 어린 복수행각들을 통해 인간 선, 악의 근간을 재조명하고 있다. 복수의 수단으로 등장하는 잔혹한 살인과 동성애 장면 등은 이전까지 보여준 작가의 작품들과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로 충격을 안겨준다. 섬뜩한 반전과 함께 인간 내면에 감춰진 악의 본질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케 한다.

 

<2011년 학산문화사 더 크레이터’>

 

격주간 만화잡지 <소년챔피언>에 수록되었던 단편들을 수록한 단편집이다. 표제는 각 단편들과는 아무런 연관 없이 붙여졌으며, 인간 내면의 복잡한 심리와 양심의 실체에 대해 다룬 작품들이 많다.

 

원죄와도 같은 양심의 가책에 시달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종이 울렸다>

2차 대전 중 군의 스파이학교에서 비밀 약품을 만들다 죽은 유령과 만나는 연구원의 비극을 그린 <녹아버린 남자>

마음의 원념이 지닌 무서운 힘과 광기를 애조사슴의 복수를 통해 그린 <설야랑>

오쿠친의 신비한 체험을 그린 세 편의 연작 <오쿠친의 기괴한 체험 / 운이 좋은 계절 / 오쿠친과 위대한 괴도>

아름다움의 본질에 대해 과거와 미래의 뒤바뀐 기준을 통해 우화한 <토모에의 가면>

지구를 침략한 3명의 우주인과 형무소를 탈출한 3명의 죄수의 뒤바뀐 운명을 우화한 <3명의 침략자>

운명의 갈림길에 방황하는 인간의 심리를 그린 <팔각형의 저택>

가공된 영웅이 되기 위해 진짜 목숨을 버려야 하는 파일럿의 운명을 그린 <추락기>

달의 분화구에서 추락사한 뒤, 생명의 가스를 통해 130년간 살아나 지구의 최후를 지켜보는 남자의 고백을 그린 <크레이터의 남자> 등이 수록되어 있다.

<2017 AK comics ‘루드비히 B.>


이 작품은 루드비히 판 베토벤의 유년기부터 청년기를 다룬 작품으로 작가의 별세로 인해 중단된 미완의 대작이다. 큰 줄기는 베토벤의 일대기를 다룬 전기 형식을 띄고 있지만, 다른 한 축은 자신을 낳다 죽은 엄마에 대한 상처를 지닌 프란츠라는 가상의 인물의 트라우마 극복을 다루고 있다.

 

연재 중단으로 이후의 이야기는 상상력을 통해 유추할 수 밖에 없다. 점점 청력을 잃어가는 베토벤과 그런 베토벤의 음악을 통해 자신의 트라우마를 치유해가는 프란츠의 대조적인 삶이 아마도 후반을 이어갈 듯 하다. 서로 다른 상처를 공유하게 되는 두 사람이 서로를 통해 상처를 극복해가는 인간승리의 드라마가 이 작품의 주제가 아니었을까 싶다.

 

매 작품마다 인간 심리의 심층을 다루는데 정평이 나 있는 작가인 만큼, 이 작품에서 역시 인간에 대한 심오한 통찰이 돋보인다. 자신에 대한 믿음과 음악에 대한 열정으로 고난을 극복해가는 베토벤과 아버지에 대한 증오와 인간불신으로 가득찬 프란츠의 인생은 대조적이며 상호보완적인 형태로 그려진다. 이들의 상반된 삶은 결국 음악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서로를 연결하며 삶을 변화시키게 될 것이다.

완결을 볼 수 없음은 안타깝지만 천재 음악가의 일상적인 전기에 새로운 해석을 가한 테즈카 오사무의 또 다른 역작을 볼 수 있게 된 점은 감사할 일이다.



​<2002년 추전서점 'ガムガムパンチ'>




테즈카 오사무의 작품들 2 – http://blog.naver.com/ipari67/220381331626

 

 

이파리
이파리 만화·애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