닷지 스트라투스 쿠페 & 크라이슬러 세브링 쿠페 제 2세대 - 변화에 휩쓸린 두 쿠페 이야기

프로필

2020. 8. 3. 22:28

이웃추가

안녕하세요.

Dennis K입니다.

출근길마다 물폭탄입니다;;

지난번의 크라이슬러 임페리얼 람보르기니 에디션에 이어서 크라이슬러 이야기입니다. 다만, 이번에는 다임러크라이슬러 때의 이야기입니다. 천상의 조합인줄 알았더니 크라이슬러를 상대로 한 다임러의 무한갑질, 그리고 이로 인한 미국 자동차업계 최악의 재앙 중 하나가 된 시절 말입니다.

이번에 다룰 차는, 크라이슬러에서 다임러크라이슬러로 넘어가던 시기에 걸쳐 개발된 차들 중 하나입니다. 오래 전에 다뤘던 크라이슬러 PT 크루저와 개발기간이 겹친다고 보시면 될 겁니다. 그리고 오늘 소재는 2000년대를 산 분들이라면 많이 익숙해할지도 모를 이름, 바로 세브링과 스트라투스입니다.

특히 그 중에서도 잘 알려지지 않은 버전을 한번 소개드리고자 합니다. 국내에 들어온 세브링은 세단, 컨버터블이었죠? 이번에는 세브링 쿠페를 소개드리고자 합니다. 금방 본론으로 들어가도록 하겠습니다 ;)


2000년 4월 18일,

뉴욕 모터쇼로 가 봅시다.

이 날은 크라이슬러의 중형 라인업, 세브링Sebring의 신모델 2종이 공개된 날입니다. 본래 세브링은 크라이슬러 JA 플랫폼 기반의 컨버터블, 그리고 미쓰비시 이클립스 기반의 쿠페로 구성되어 있었으나, 전까지만 해도 시러스Cirrus로 불리던 세단이 이때부터 세브링으로 통합되었습니다.

1세대 크라이슬러 세브링 쿠페. 당시 TV 광고에서는 스포티함과 안락함을 겸비한 "스포츠 럭셔리 쿠페"같은 개념으로 홍보했습니다.

오늘 우리가 주목할 것은 세브링 쿠페입니다. 이번 세브링 쿠페도 미쓰비시 이클립스를 토대로 만들었고, 둘 다 스타일링상으로는 우아하고 여유로운 퍼스널 럭셔리 쿠페 느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공식 홍보상 "스포티함"을 가미했다는 점도 비슷하고요. 1세대 세브링 쿠페도 그런 스타일링이었으며, 이번 세브링 쿠페도 이거를 발전시킨 스타일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한편, 1990년대를 거쳐 2000년대를 맞이하는 순간, 미국의 쿠페형 승용차 시장은 많은 변화를 거쳤습니다. SUV와 미니밴의 흥행으로 쿠페가 외면받기 시작했고, 이미 1980년대부터 쇠퇴하던 퍼스널 럭셔리 쿠페, 중형 세단 기반의 쿠페는 더 빨리 몰락했습니다. 그럼에도 크라이슬러에서는 세브링 쿠페의 후속모델을 만드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으며, 다임러크라이슬러로 통합된 후에도 계획이 지워지지 않고 이어져서 빛을 볼 수가 있었습니다.

2001년식 크라이슬러 세브링 쿠페 LXi. 유려하고 길게 뻗으면서도 엣지가 조금씩 들어간 외관 디자인은 동 시기 크라이슬러의 대형 라인업인 콩코드, LHS와도 접점이 어느 정도 있습니다.

이번 세브링 쿠페는 동 시기 세브링의 디자인 언어를 적극 반영했으며, 세브링 라인업 공통으로 들어가는 커다란 범퍼 그릴와 세브링 세단의 날카로운 후미부, 그리고 크라이슬러 JA 플랫폼 공통으로 적용되던 유선형의 "캡 포워드" 테마를 공용했습니다. 다만 플랫폼을 따로 쓰는만큼, 같은 시기에 판매하던 세브링 세단 및 컨버터블과 실제로 공용하는 부속은 없다시피했습니다.

당시 크라이슬러의 디자인 팀에서는 스포츠 쿠페 시장을 겨냥하되 남들과 구분되는 스타일에 크라이슬러 브랜드와의 연결고리를 강하게 넣고자 했다고합니다. Automotive News에 나온 기사에 따르면은 당시 크라이슬러의 스포츠 세단 300M의 스타일링과 유사하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요. 어떻게 보면은 보급형 재규어 XKR 느낌도 나는 그런 유려한 스타일링입니다.

인테리어의 경우, 동 시기 미쓰비시 이클립스의 것을 그대로 가져왔습니다. 같은 시기 이클립스에서 쓰던 대시보드, 도어 패널에 시트까지. 이 모든 게 3세대 이클립스에서 보던 인테리어 그대로였습니다. 자칭 "스포츠 럭셔리 쿠페"인 만큼 모조 우드그레인을 센터 콘솔에 추가하긴 했지만, 당시 미쓰비시의 저렴한 인테리어 소재와 다소 깨는 디자인 테마를 바꾸진 못했습니다.

사실 이전 세대 세브링 쿠페도 이클립스의 인테리어를 그대로 가져다 사용했기에 그 연장선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만은, 그나마 디자인 테마가 점잖았기에 퍼스널 럭셔리카 느낌이 남아있던 세브링 쿠페의 스타일과도 무난하게 섞여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게다가 2000년대의 미쓰비시는 안팎으로 내우외환이었기에 신차에 제대로 투자하기 힘든 사정이었던 것은 덤.

2001년식 크라이슬러 세브링 LX 쿠페. 사진 속 차량은 V6엔진과 16인치 알로이휠 옵션을 적용한 차량입니다. 사진이 있는 LX 쿠페 개체들 대부분이 알로이휠이 적용되어 있었습니다.

세브링 쿠페의 라인업은 LX와 LXi의 2개 트림으로 구성되어있었으며, LX는 오버드라이브가 들어간 4단 자동변속기에 수동 에어컨, 16인치 스틸휠, 크루즈 컨트롤, 파워 백미러, 파워 윈도우, 자동으로 잠기는 파워 도어락, 리모컨식 키레스 엔트리, 카세트테이프 플레이어가 들어가는 AM/FM 스테레오 오디오와 6스피커가 들어갔습니다. 기본 엔진은 147마력을 내는 2.4L 4기통 엔진.

LXi는 4단 자동변속기 이외에도 오버드라이브가 들어가는 5단 수동변속기를 선택할 수 있었으며, 17인치 알로이휠과 1CD 플레이어, 인피니티Infinity제 7스피커 시스템이 추가되었습니다. 기본 엔진도 200마력을 내는 3.0L V6엔진을 적용해 이전의 2.5L 엔진보다 37마력을 더 확보했습니다. 이들은 한국에서도 익숙한 코드명인 4G64시리우스6G72사이클론 들어갑니다.

기술적으로는 앞바퀴에 스트럿, 뒷바퀴에 멀티링크를 적용하였고 앞바퀴 통풍식 디스크브레이크, 퍼포먼스 타이어, 전후륜 안티롤바가 모든 사양에 들어갔습니다. 상급 트림인 LXi는 4륜 ABS가 적용되었습니다.


2001년식 닷지 스트라투스 R/T 쿠페. 후미등 주변에 들어간 각종 빨간색 반사판도 같은 시기 출시된 스트라투스 세단이나 인트레피드에 들어가던 기믹입니다.

한편, 세브링 쿠페는 닷지 명의로도 형제차가 나왔습니다. 이미 1세대 세브링 쿠페도 어벤저Avanger라는 형제차가 나왔던 참이고, 어벤저 후속격이 되는 이번 중형 쿠페는 중형 세단인 스트라투스로 모델명이 통합되었습니다. 디자인 테마는 퍼포먼스 브랜드를 추구하던 닷지에 걸맞게 스포티한 그래픽을 곳곳에 입혔고, 인테리어도 우드그레인 대신 모조 알루미늄으로 마감했습니다.

지난 닷지 어벤저처럼 세브링 쿠페에 닷지 테마의 그릴과 범퍼, 휠 등을 적용한 사실상의 뱃지 엔지니어링 모델인 만큼 기본적인 조형 테마는 동일합니다. 다만 전반적인 그래픽이 스포티함에 포커스를 두고 있고 크롬장식같은 것도 최대한 배제하고 있어 이쪽은 희미하게 나스카 느낌도 납니다.

2001년식 닷지 스트라투스 SE 쿠페. 스트라투스 쿠페는 그나마 순정 스틸휠+휠커버가 부착된 개체의 사진이 조금씩 나오는 편입니다.

스트라투스 쿠페는 SE와 R/T의 2개 트림체계로 구성했으며, 각 트림의 내용물은 세브링 LX와 LXi의 그것과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 몇 안되는 차이라면은 스트라투스 SE 쿠페에는 5단 수동변속기가 기본사양이라는 점, 그리고 선택옵션에서 각 모델별로 조금씩 차이가 있다는 점 정도랄까요.

그리고 플랫폼 자체가 미쓰비시 이클립스라고 했죠? 덕분에 이 차들은 생산지까지도 세브링/스트라투스 세단이 만들어지는 미시건 주 스털링 하이츠가 아니라, 일리노이 주의 MMMA다이아몬드 스타 모터스 공장이었습니다.


그리고 잠깐, 평가는 어떻냐고요?

당시 리뷰들도 잠시 들여다보겠습니다.

1. 모터 트렌드

2000년. 날짜 미상

닷지 스트라투스 쿠페가 출시된 당시, 모터트렌드의 기자 잭 키블러Jack Keebler가 쉐보레 몬테카를로 SS와 비교시승한 시승기입니다. "럭셔리 스포츠 쿠페"라는 표현으로 시승기를 시작했고, 2000년에도 쿠페의 시장점유율이 12%로 아직 양호하며 갓 은퇴하기 시작한 베이비부머 세대 중장년층들이 승용 쿠페를 찾을 것이라는 다임러크라이슬러의 공식발언을 인용했습니다.

시승기에서는 고전적인 3.8L OHV V6엔진에 4단 자동변속기가 들어간 몬테카를로는 토크가 넘치고 엔진도 부드럽게 돌아간다면, 미쓰비시제 SOHC V6에 5단 수동이 들어간 스트라투스는 수동변속기를 조작하는 맛까지 들어가 있다고 평했습니다. 여기서 시승한 스트라투스 R/T에 들어가는 수동변속기는 클러치가 가볍고 조작감도 좋아 운전하기에 매우 즐겁다는 평.

두 차 모두 핸들링이 매우 뛰어나지는 않으나 트랙에서 좁은 차폭에 몸놀림이 예리한 스트라투스가 좀 더 우위에 있고, 다만 몬테카를로도 거친 노면에서 서스펜션의 충격흡수가 부드럽지 못하고 극한조건에서 오버스티어가 심해지는 걸 빼면 나쁠 것이 없다고 평했습니다. 오히려 넓은 차폭에 승차감도 조용하다는 게 몬테카를로만의 특징이자 장점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나아가 스트라투스와 몬테카를로 모두 핸들링이 정교하고 차량을 제어하기 쉬우며, 160km 정도 비교시승을 하는 동안 대체로 편안한 차였다고 평가했습니다. 96km/h에서 정차까지 걸리는 제동거리는 보다 큰 디스크를 장착한 스트라투스가 더 길었고, 몬테카를로가 오히려 같은 스트라투스의 형제차 이클립스의 그것과 더 가까운 점수를 기록했다는 것이 이외였다는군요.

스타일 면에서는 1970년대의 동명 차종이 연상되는 몬테카를로에 비해 스트라투스는 닷지 인트레피드같이 깔끔하게 떨어지는 후미부에 넓은 스탠스, 원톤 그릴같이 동시대 닷지 차들의 스타일들을 잘 합친 눈요기Eye candy 면에서 최고의 스타일링이라고 평했습니다. 인테리어도 외관을 따라 스타일에서는 호불호가 있겠지만 사용하기 편하면서 진짜배기 5인승의 넓고 편한 몬테카를로, 좁디좁은 뒷좌석 중앙을 빼면 편안하면서 버킷시트가 제 기능을 하는 스트라투스로 나누었습니다. 싸구려 인테리어 소재는 여기서도 비판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이 비교시승기는 은연중에 닷지 스트라투스 R/T의 편을 들어주며 마무리됩니다. 둘 다 비슷하게 장단이 다 있고 몬테카를로도 몬테카를로만의 장점이 있지만 유려한 스타일에 부드러운 엔진 질감, 정교한 스티어링, 5단 수동 옵션이 들어간 스트라투스가 보기에도, 운전하기에 즐겁다고 말입니다.


2. 카앤드라이버

2002년 9월 1일

덧붙이자면 쉐보레 카마로, 폰티악 파이어어드는 단종되었고, 폰티악 그랑프리 쿠페도 GTO 수입 전까지는 공석, 그리고 스트라투스의 쌍둥이인 크라이슬러 세브링 쿠페도 제외했다고 밝혔습니다.

토니 스완Tony Swan이 작성한 포드 머스탱 GT, 쉐보레 몬테카를로 SS와의 3종 비교시승입니다. 미국 빅3의 2만 5천달러 이하 쿠페 3종을 주제로 셋 다 자동변속기로 시승했습니다. 가장 스포츠 성향이 두드러지는 포드 머스탱도 GT, SVT를 뺀 6기통 모델들의 67%가 자동변속기로 팔리며 스트라투스 쿠페도 R/T나 일반형이나 판매량의 77% 이상이 자동변속기였다고 말입니다.

2000년에서 2002년으로 넘어가는 만큼, 미국에서 쿠페 시장 자체가 죽어가고 있다는 것을 드러내는 내용들이 보다 뚜렷한 논조로 나와 있습니다. 이미 포드 에스코트 ZX2와 머큐리 쿠거가 2002년식을 끝으로 사라졌고, 이로 하여금 미국산 저가형 스포츠 쿠페는 10년차가 다 된 카발리에와 선버드, 그리고 당시 신차였던 새턴 아이온 정도만 남았다는 식으로요.

먼저 쉐보레 몬테카를로 SS에 대해서는 "이중인격"이라는 표현과 나스카NASCAR 경기에서의 활약상을 써가며 스포티한 맛이 있음을 보이려하지만 크고, 넓고, 편안함으로는 셋 중 최강이긴 해도 스포티함과는 담 쌓은 차라고 평했습니다. 묵직한 안티롤바에 타이어도 큰 걸 신겨줘도 언더스티어 성향이 강하고 주행감보다는 승차감 중심의 세팅이라는 게 훤히 보인다는 평가.

포드 머스탱 GT는 1994년에 나온 차를 잘 다듬었지만 10년이 다 된 차라는 흔적이 조금씩 보이고, 짧은 휠베이스와 활축Live axle 서스펜션으로 하여금 실내공간이 좁으며 인체공학적으로도 어색하다고 평했습니다. 대신 주행감 면에서 혼란스러운 4단 자동변속기를 빼면 최고의 제동성능과 빠르고 감이 잡히는 핸들링, 가장 덜 해매는 코너링 성능같은 장점이 있다고 평했습니다.

여기서 닷지 스트라투스 R/T는 200마력으로 가장 힘 없는 차지만 가격대비 사양이 많으며, 머스탱과 몬테카를로 사이의 가속성능이지만 차대를 잘 컨트롤하는 차량 세팅에 코너링 성능도 좋고, 핸들링 역시 정교하다고 평가했습니다. 외양상으로는 닷지 인트레피드를 축소한 듯한 매력적인 스타일링에 몬테카를로, 머스탱의 연식이 더 두드러지게 만든다고 평했습니다. 4단 자동임에도 수동변속기 기능을 지원하는 점도 특징으로 집어 냈고요.

전반적인 논조가 모터 트렌드보다 강한 편이며, 몬테카를로와 머스탱 대비 스트라투스를 높게 평가하고 있습니다. 덧붙이자면 이 리뷰를 본 머스탱 팬 클럽 멤버들의 반응은 "스트라투스를 띄워? 쟤들 미쳤구나 ㅉㅉ" 정도.


3. 드라이빙Driving.ca

2000년, 날짜 미상

세브링 세단이 처음 출시되었을 당시 닐 던롭Neil Dunlop이 작성한 시승기입니다. 세브링 세단과 쿠페를 같이 다루었고, 당시 35~55세 정도인 베이비부머 세대들이 트럭이나 SUV에서 벗어나 크라이슬러, 뷰익같은 준고급 포지션 브랜드의 승용차들을 찾을 것이라고 예상한 다임러크라이슬러의 공식발표를 인용했습니다. 세단 버전을 개발하는 데 9억 8500만 달러가 들었다는군요.

여기서는 세브링 쿠페 시승기만 이야기하겠습니다. 세단과 비슷하지만 훨씬 공격적이며 일본차같은 스타일이라고 평했습니다. 날카로운 전면부에서 시작하여 크라이슬러 300M을 연상시키는 후미부로 끝나고, 세단이 "매끈하고 속도감 있는" 스타일이라면 쿠페는 "섹시하고 빠른" 스타일이라고 코멘트했습니다. 인테리어는 우아함을 빼고 스포티함을 강조했다는 평가.

주행감에서 세브링 쿠페는 V6엔진 사양이 세단과 가속력은 대동소이하나 기본형의 16인치 타이어도 코너링에서의 그립감이 세단보다 한 수 위이며, 차체의 휨, 뒤틀림 강성도 각각 90%와 9% 개선을 공언한 만큼 어떤 도로에서도 주행감이 즐겁다고 평했습니다. 수동 모드를 지원하는 4단 오토스틱AutoStick 자동변속기는 좌우 대신 일자로 조작하는 방식이되 주행감이 공격적이고, 어코드, 솔라라, 머스탱보다 세브링의 성능이 낫다고 평가했습니다.

여기에 넓은 트렁크 공간, 그리고 기나긴 기본사양 목록까지 칭찬하는 걸로 결론을 지었습니다. 정리하고보니까 얘도 좀 많이 호의적인 논조로군요.


4. 모터위크

2000년, 날짜 미상

TV방영 자동차 리뷰인 모터위크의 2008화에서는 크라이슬러 세브링 쿠페를 시승했습니다. 그 중에서 3.0L 엔진에 일반 4단 자동변속기가 들어간 차량을 시승했는데, 기자가 기대했던 건 5단 수동변속기 사양이라서 아쉬워하는 모습이었습니다. 미쓰비시 이클립스 기반으로 누가 봐도 크라이슬러다운 스타일을 잘 뽑아냈다고 평했고, 300M과 캡포워드 스타일도 직접 인용했습니다.

시승차의 경우 0-96km/h까지 8.5초가 걸렸으며, 중~고속주행 시에 힘이 잘 받혀주고 부드러운 변속감에 반응이 좋다고 호평했습니다. 이전에 있던 엔진 소음도 없다고 말이지요. 리뷰 논조를 보면 LXi 사양을 탄 모양인데, 4륜 디스크브레이크와 ABS 옵션이 언급되었습니다. 모터트렌드의 스트라투스 시승기와 정반대로, 제동거리가 형제차 이클립스보다 10% 짧다고 밝혔습니다.

세팅 면에서는 전반적으로 좋은 핸들링에 언더스티어도 극한까지 몰기 전까지는 거의 나지 않고, 오버스티어로 빠르게 넘어가지만 빠르게 바로잡을 수 있는 세팅이었다고 합니다. 이클립스나 세브링 쿠페나 부드러운 스프링을 썼으나 파워스티어링이 핸들 꺾는 속도를 못 따라잡는 걸 빼면 하체 세팅의 밸런스가 잘 잡혔고 탄탄하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경험담을 정리했습니다.

인테리어는 딱 이클립스에서 쓰던 그대로이며 여기에 크라이슬러 전용의 오디오, 스피커가 들어가는 정도. 뒷좌석은 동승자가 타고 내리기 좋다는 논조고 다리 공간도 적절하지만 키 180cm 이상 되는 사람에게는 머리공간이 없다고 평가했습니다. 트렁크는 60:40 분할식 등받이에 용량도 커서 실용적이라는 평가. 이클립스의 젋고 혈기왕성한 스타일을 빼고 스포티한 2도어 스포츠 쿠페를 타고 싶다면 충분히 고려해볼만하다고 결론지었습니다.


지금까지 찾은 나름 메이저한 현지 매체들의 평가는 대체로 호의적이었습니다. 오히려 같은 시기 판매하던 머스탱보다 낫다는 말도 있어서 좀 놀랐어요. "럭셔리"는 죽어도 못해도 "스포츠"는 어느 정도 한 느낌이랄까요.

당시 시승기에도 언급된 혼다 어코드 쿠페, 토요타 캠리 솔라라는 독립된 통계가 따로 없어서 제대로 비교하지 못했습니다. 실질적인 경쟁차로서 언급되던지라 그게 미련에 남습니다.

그러면 이게 판매량으로 이어졌냐면은, 그건 좀 별개의 이야기입니다. 세브링 쿠페를 기준으로 생산기간 동안 매년 약 1만 5천대 정도가 만들어지는 정도였고, 같은 시기 세브링 판매량 전체의 10%를 넘어보지 못했다고 합니다. 나아가 지난 세대 세브링 쿠페와 비교해도 절반 이하의 실적이었습니다.

그나마 판매량 자료가 있는 차들, 그 중에서도 그나마 쿠페 라인으로서 명확하게 자료가 분리된 차들끼리 비교해보겠습니다. 2001년과 2002년을 기준으로 포드 머스탱은 169,198대와 138,356대를 팔았고, 쉐보레 몬테카를로는 72,596대와 64,771대를 판매하여 세브링 쿠페의 완벽한 참패. 스트라투스 쿠페는 자료가 없다보니까 사정이 나았을지는 모르겠습니다.


2003년식은 페이스리프트가 있었습니다.

그것도 세브링, 스트라투스 모두 다.

2004년식 크라이슬러 세브링 쿠페 리미티드. 이 페리스리프트가 "스포츠 럭셔리 쿠페"라는 자칭에 얼마나 어울리는지는 각자의 판단에 맡기겠습니다. 재규어 느낌은 좀 빠진 듯합니다.

먼저 세브링부터 말씀드리자면, 원래는 곡선과 곡면 중심으로 이루어진 디자인에 직선과 엣지가 조금씩 가미되었습니다. 보다 각지고 큰 그릴에 앞범퍼 양면에 엣지를 추가했고, 커진 그릴 덕분에 차가 낮게 깔리는 느낌까지 듭니다. 안개등도 그릴 밖으로 나와 커다란 유닛을 설치했습니다. 크라이슬러 300M같은 눈물형 헤드램프도 이번 페이스리프트에서 눈여겨볼 점입니다.

그리고 인테리어도 업데이트가 있어서, "스포츠 럭셔리 쿠페"라는 자칭에 좀 더 걸맞는 인테리어가 적용되었습니다. 대시보드와 도어 패널을 좀 더 간결하게 정리하면서 모조 알루미늄 장식을 추가하는 등, 이전보다 품질감이 느껴지는 레이아웃으로 다듬었습니다. 여기서 좋게 평가하고 싶은 건 에어컨 벤트를 최대한 깔끔하게 정리한 점, 그리고 첫인상을 확 바꿔준 센터 콘솔.

2003년식 닷지 스트라투스 R/T 쿠페. R/T에 직물시트가 들어간 개체가 간혹 나옵니다.

스트라투스 쿠페는 동 시기의 네온, 캐러밴과 같은 패밀리룩을 적용했습니다. 그릴을 상단으로 끌어올려 보다 통상적인 스타일링을 꾀했고, 그릴에도 크롬 장식을 추가했습니다. 후미등도 반사판을 제하고 눈물형으로 다듬는 등으로 원형 테마를 강조했습니다. 당시 닷지의 부사장이었던 Jim Julow에 따르면 옛날 머슬카 디자인 큐에서 영감을 얻은 페이스리프트였다고 합니다.

실내외 컬러 라인업도 변경되고, 세브링과 같은 인테리어 레이아웃에 흰색 계기판과 탄소섬유 느낌의 마감재까지 추가하여 좀 더 있어보이는 구성이 되었습니다. 사양상으로는 기본형 라인에 좀 더 스포티한 기믹을 추가한 중간급 트림인 SXT가 라인업에 추가되었습니다. 세브링 쿠페 역시 트림별 라인업 수를 늘리면서 최상급 트림인 리미티드를 도입했고말입니다.


예, 우리가 잘 아는 머스탱 중 하나입니다. 모두가 좋게 기억하고 있는 아이콘을 성공적으로 되살렸고, 시장의 판도도 제대로 바꾸었습니다.

하지만 이 페이스리프트도 세브링 쿠페, 스트라투스 쿠페를 구하기에는 부족했습니다. 포드에서는 2004년에 초대 머스탱을 재해석한 최신형 머스탱을 출시했고, GM에서도 홀덴 모나로를 폰티악 GTO로 들여오는가하면 카마로 후속차도 얼마 지나지 않아 가닥을 잡기 시작했습니다. 게다가 스트라투스 쿠페와 비교되던 몬테카를로 역시 판매량이 수직하락하고 있었고요.

그나마 있던 미국의 쿠페 시장이 확실한 스포츠 성향으로 돌아서고, 대중형의 2도어 전륜구동 쿠페 시장도 사장되기 시작하며, 여기에 다임러크라이슬러 때 쌓여가던 세브링/스트라투스의 "싸구려 저질" 이미지까지 발목을 잡기 시작한 관계로, 크라이슬러의 이 중형 쿠페 듀오는 2005년식을 마지막으로 단종되고 맙니다. 세브링/스트라투스 세단보다 1년 더 일찍 단종된 샘입니다.

이후 크라이슬러에서는 차세대 세브링 컨버터블에 하드탑을 추가하고, 크라이슬러 LX 플랫폼 기반 신차로 머스탱과 카마로를 잡는 방향으로 2도어 승용차 전략을 수정했습니다. 그리고 이 차들이 나온 2007~2008년 즈음 될때면 몬테카를로도, 캠리 솔라라도 모두 고인이 된 시점이었고요. 그리고 LX 기반의 쿠페인 챌린저는 지금까지도 인기가 있는 그런 차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대중형 2도어 차량의 시장은 더더욱 급변하여 2도어 쿠페는 머슬카만 명맥을 유지하고 있으며, 2도어 컨버터블은 대중차 시장에서 영원하 사라지다시피 했습니다. 크라이슬러도 자사의 중형차 라인업을 정리하면서 컨버터블을 정리했고, 프리미엄 브랜드들조차도 정리하기 시작했으니까요.


에필로그.

나무위키의 "닷지 스트라투스" 문서에, 어떤 분이 취소선으로 스트라투스 쿠페 사진 밑에 별칭을 붙여주었습니다: 바로 "유사 바이퍼."

다시 자동차 소개글로 찾아뵈었습니다. 한때 이들을 소재로 고민하다가 드디어 건드려 보았습니다. 한 몇년 전쯤에도 2000년대의 스트라투스 쿠페와 세브링 쿠페를 다뤄볼까 생각을 해봤는데, 나오는 자료가 잘 없고 세단 얘기가 더 많아서 흥미까지 떨어졌던 기억이 납니다. 이 글을 정리할 때도 플리머스 레이저와 글 소재로서 경쟁하다가, 결국에는 이거를 뽑게 되었습니다.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개인적으로는 은근히 마음에 드는 차였습니다. 리뷰를 읽어보고 이거 생각보다 괜찮구나, 이런 생각이 좀 들었습니다. 다만, 당시 이클립스에서 가져온 뭔가 조잡한 대시보드는 마음에 안 들더군요. 닷지 스트라투스에만 들어가면은 그나마 납득이 되는데, 자칭 "준 프리미엄"인 크라이슬러에 그 인테리어가 들어가니 납득이 안 갔습니다.

다른 테마, 같은 베이스, 같은 인테리어. 자칭 "준 럭셔리"에서 이 인테리어를 가져다 쓰는 게 합당하다고 생각한 게 누구일까요. 이클립스를 비하하려는 건 아니니 오해 없으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왜 이 둘이서 인기가 없었던 걸까를 생각해보니까, 이해가 가는 곳이 있었습니다. 단순히 "보기 좋고, 운전하기 즐겁고"만으로는 승부가 안 되는 시장이 되었던 것 같았거든요. 이미 쿠페 시장이 죽어가는 상황에서 그나마 살아남은 차들은 정말정말 스포티하고 인식되는 이미지가 강한 차들이었는데, 포드 머스탱이나 이런 차들에 비하면 뭔가 약했으니까요.

게다가 크라이슬러와 베이스를 같이 쓰는 사정상, 진짜배기 스포츠 쿠페보다는 약간 "퍼스널 럭셔리"의 흔적이 남아있던 것도 한 몫하지 않았을까합니다. 그리고 진짜 스포티를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머스탱이라는 선택지가 있고, 여기에 자주 비교대상으로 올랐던 토요타 솔라라나 혼다 어코드는 "품질"이라는 강력한 무기가 있었죠. 그 둘조차도 결국에는 사라졌지만 말입니다.

생각해보니까, 크라이슬러에서 네온 후속을 준비할 때 네온 쿠페 후속을 취소한 게 선견지명이었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어짜피 둘밖에 못할 거, 차라리 남은 하나로 좀 더 창의적인 걸 할 수 없었을까?"라고 만든 것이 PT 크루저였고, 내수와 수출 모두에서 엄청나게 많이 팔 수 있었으니까요. 그리고 네온이 있었던 준중형급 쿠페는 2010년대 들어서 완전히 멸종했고말입니다.

그런 선견지명이 왜 중형급 라인업에서 나오지 못했을까요? 만약 다임러크라이슬러 이전부터 이 쿠페 라인들의 준비가 되었다면, 중형차 시장이 상대적으로 보수적이기 때문에 신중해야된다는 판단을 했던 게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남들이 다 하는 전륜구동 중형 쿠페를 만드는 대신, 최소한 그 체급 내에서는 솔라라, 어코드보다 눈에 띄고 명확한 캐릭터를 가져가자 정도로요.

그렇게 해서 나온 결과물은 나름대로 평판도 괜찮고, 좋게 기억하는 사람들도 은근히 있지만, 결국은 조용히 잊혀져 버린 지 오래가 되어버렸습니다. 대신에 크라이슬러에서는 좀 더 아이코닉하고 누구나 기억하기 좋아하던 닷지 챌린저를 되살렸고, 지금까지도 꾸준히 자기 영역을 구축하여 숨쉬며 살아있습니다. 어쩌면 챌린저를 위한 임시발판으로 내놓았던 건지도 모르지요.

여러분의 생각도 기다려 보겠습니다.

건강한 한 주 되시길! ;)

- The End -


- 같이 읽어보기 -

1990년대의 크라이슬러가 빚어낸 두 차입니다. 개발기간 거의 끄트머리에 다임러크라이슬러의 손이 닿기는 했지만, 그나마 개발이 많이 진전된 덕분에 독립법인 크라이슬러의 비중이 큰 차들입니다. 특히 마지막에 언급드린 PT 크루저는 미국 소형차 시장을 바꾸는 데 기여했다고 소개드리고 싶습니다.


- 참고한 자료들 -

Dennis K
Dennis K 자동차

영원한 중증 마이너 차덕후, 마이너 차쟁이의 자동차 블로그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자주 오지는 못하더라도 매사 정성을 다하고 있습니다. 언제든지 들여서 편하게 즐기고 가세요 :D - 전 car0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