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의 판테온 누구를 위한 건축인가(aka 판테온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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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4. 19.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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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에서 로마로

베네치아 광장에서 보이는 포로로마노와 콜로세움.

고대 그리스는 현재 국가들과는 다른, 작은 타운과 같은 도시 국가 단위였다.

그리스 도시국가의 인구가 증가함에 따라 이들은 점차 지중해로 진출하게 된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현재 이탈리아 남부에도 세력을 뻐쳤는데 이탈리아 로마에는 로마인들이 살고 있었다.

로마인들은 머지 않아 그리스와 그리스 식민지 아래 있던 모든 영토로 거대한 로마 제국을 건설했다.

오늘 소개할 곳은 고대 로마제국의 영광을 간직한 유일신의 신전이 된 범신전 판테온이다.

루벤스, <로물루스와 레무스>, 로마 카피톨리니 소장. 양치기 파우스툴루스가 로마건국전설의 두 늑대의 젖을 먹고 자랐다는 쌍둥이 로물루스와 레무스를 발견하는 장면, 여성은 이들의 어머니 레아 실비아를, 노인은 티베르 강을 상징한다.


고대로마 건축의 집약체: 판테온

모든 신들을 위한 신전

판테온을 그대로 풀이하자면 'Pan(모든)', 'theo(신)', 'on(위치, 장소를 나타내는 희랍어 접미사)'이다.

즉 '모든 신들을 위한 신전' 으로 해석할 수 있다.

판테온 건물에는 소리나는 데로 읽을 수 있는 한 문장이 보인다.

대문자로 작성되어 있는 알파벳이 약간 어색할 수 있지만 잘 보면 무리없이 읽을 수 있다. 판테온을 그대로 풀이하자면 'Pan(모든)', 'theo(신)', 'on(위치, 장소를 나타내는 희랍어 접미사)'이다.

"M. AGRIPPA.L.COS.TERTIUM FECIT" 는 판테온 입구 상부에 판테온을 세운 사람의 이름이 청동으로 세겨져 있다.

세번째(TERTIUM) 집정관인(COS.)

루키루스의 아들(L.)

마르쿠스(M.) 아그리파(AGRIPPA)가 지었다.

문장속 아그리파는 아우구스투스의 오른팔로 알려진 집정관이다. 그가 집정관을 지낼 때에니 판테온 건축의 역사는 기원전 2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린텔구조의 단점을 보완한 건축

서양의 철학과 종교, 정치와 사상, 문화와 예술, 수학과 과학의 뿌리를 찾고 싶다면, 우리는 고대 그리스와 로마를 떠올리게 될 것이다.

또한 로마인들은 미적 감각이 뛰어났을 뿐 아니라 건축을 논할 때에도 빠지지 않는데, 그들이 진화시킨 핵심 건축 양식은 아치다.

고대 그리스와 이집트에서는 양쪽 기둥을 쌓고 두 기둥 위에 거대한 돌을 얹는 린텔 구조를 주로 사용했다. 린텔 구조는 입구가 커지면 커진만큼 길어진 거대한 돌을 올려야 했기 때문에 시원하게 입구가 뚫린 넓은 건물을 쉽게 만들 수 없었다.

판테온은 원형 건물이며 청동 글씨가 세겨진 안쪽으로는 린텔 구조로 만들어진 입구가 보인다.

판테온의 건축: 아치와 로만콘크리트

고대로마인들이 처음 시작한 아치형태의 건축은 린틸 구조의 단점을 충분히 보완할 수 있었다.

쌓는 석재 하나하나가 작아 작업에도 시간과 비용이 절감되었다.

로마인들은 이러한 아치 구조가 크게 발전했을 무렵, 로마식 콘크리트를 화산성 흙과 석회, 돌과 벽돌 파편등을 물에 섞어 만드는 로만 콘크리트를 구현한다. 로만 콘크리트는 벽돌로 형틀을 쌓아 그 안에 물에 섞은 콘크리트를 부어 만드는 형식이다.

판테온은 아치와 콘크리트를 이용한 최초의 건축물이다.

지름 43미터짜리 구체가 들어가는 이 초대형 돔은 브루넬리스키가 1436년 피렌체 대성당의 등장 전까지 1000년의 시간동안 전세계의 유일무이한 규모였다.

로만콘트리트로 완성한 판테온은 건물의 최 하단 벽 두께는 6미터에 달한다. 아치로 건물을 완성했기 때문에 오더는 건축적으로 필요하지 않지만 로마인들은 오더를 판테온을 장식하는 하나의 요소로 사용했다.

마치 건물을 받치고 있는 듯한 판테온 내부 오더. 실제로는 장식적 요소다.


신을 위한, 아우구스투스 황제를 위한 건축물

지중해 패권을 거머쥔 로마는 자국의 위용과 건재함을 과시하기 위해 로마제국의 렌드마크 판테온을 건축했다.

아그리파는 유피테르 신에게 바치기 위해 이 건축을 완성했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아우구스투스 황제를 위한 건축물이기도 하다.

하지만 판테온은 여러번의 화제로 전소된 이후 118년과 125년 사이 지금 우리가 로마에서 만나는 판테온의 면모로 탈바꿈 한다. 판테온의 입구도 지금과는 달리 남쪽으로 나 있었고 건문을 원통이 아닌 육면체 지어졌다.

통일된 이탈리아 초대 왕이었던 빗토리오 엠마누엘레 2세의 묘소(중) 르네상스의 거장 라파엘로의 묘소(우). 라파엘로 석상과 함께 찍어야 하는데 당췌 알아볼 수 없는 이 사진 촬영은 무엇인가.

빗토리오 엠마누엘레2세의 아들이며 이탈리아의 왕이었던 움베르토 1세의 묘소. 판테온 내부에는 이탈리아의 역사적인 인물들이 잠들어 있다.


판테온의 눈

패키지 여행이 아니라면 다양한 시간대, 다양한 날씨에 판테온 방문을 추천하고 싶다.

시간대별로 날씨에 따라 묘하게 달라지는 이 범신전은 묘한 매력을 간직하고 있다.

태양을 상징하며 눈이라는 뜻을 가진 지름 약 9미터의 오쿨루스 Oculus에서 떨어지는 빗줄기를 만나거나 판테온 내부를 환하게 밝히는 빛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구멍은 자연광을 이용해 내부를 밝히는 용도이기도 하였으며 번제(가축이나 새를 불에 태워 드리는 제사)를 드릴 때 자연스레 연기 배출을 위한 굴뚝이기도 하다.

태양을 상징하며 눈이라는 뜻을 가진 지름 약 9미터의 판테온 오쿨루스 Oculus.

나는 오쿨루스의 용도를 듣고 처음에는 무척이나 지혜롭고 영리한 발상이라고 여겼지만 훗날 알고보니 당시 건축적인 한계로 인해 중심부를 메울 수 없었다고 한다.


유일신을 위한 공간으로

본래 그리스 로마의 제사에서는 사제만 신전 안으로 들어 갈 수 있었다.

판테온을 들어가보면 내부가 꽤 넓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이는 판테온의 넓은 내부 공간이 신을 모시는 공간이면서 당시 누구나 제사에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고 한다.

크리스마스 시즌에 방문한 로마판테온 내부. 수태고지를 그려넣은 판테온 벽화와 크리스마스 장식. 성모마리아와 마굿간에 사람들이 모여 있다. 크리스마스 당일 전까지 유럽 모든 성당의 말구유가 비었다가 크리스마스 당일 말구유에 누운 예수님을 만날 수 있다.

모든 신을 위한, 모두에 의한 이 신전은 하드리아누스 황제 시절, 로마의 원로원과 시민들에게 새로운 법을 공표하는 장소로도 활용되었다.

예수의 탄생과 죽음 약 300년 뒤, 유대인들의 구원에 국한되었던 유일신의 종교, 기독교는 콘스탄티누스 황제에 의해 313년 로마의 공식 종교가 된다.

역사와 함께 모든 신을 위한 이 건축물도 유일신을 위한 공간이 되었다.

크리스마스 이브 미사가 한참 준비중이었다. 23시쯤이 되니 콰르텟 현악 연주자들이 조율을 시작했고, 모두가 아는 크리스마스 성가들이 판테온 내부에 울려퍼진다. 공간이 주는 울림이 너무 감동적이라 눈물이 찔끔. 미사는 전혀 알아듣기 어려웠는데 감동도 잠시. 오쿨루스에서 바람이 들자 판테온 내부는 어마어마하게 추워졌다. 결국, 미사를 다 마치지 못하고 꾸벅꾸벅 졸다가 1시쯤 되어 판테온을 나섰다.


판테온에 관한 루머

로마를 여행하기 전, 나는 기이한 글을 읽게 되었는데, 출처와 내용이 불분명했지만, 나의 이목을 끓기에 충분했다.오쿨루스 Oculus에서는 비가 와도 물이 세지 않는 다는 것이다.

이게 가능해?

결론부터 말하면, 가능하지 않다. 비가 오면 비가 센다.

스스로 생각해도 어이 없지만 꽤 최근부터 사용되었을 법한 콘크리트를 기원전부터 사용하여 지은 건물이라고 하니 왠지 모를 막연한 기대감과 조금은 부끄러운 나의 순진함에서 비롯된 에피소드 정도로 정리해본다.

*여행과 독서를 바탕으로 글과 사진 모두 직접 작성했습니다.

*사진은 모두 SonyA7 2.

*참고한 책:

신의 역사1, 카렌 암스트롱 /

매력과 마력의 도시 로마산책, 정태남 /

세상엔 알고 싶은 건축물이 너무도 많아, 스키모토 다쓰히고 외 5명 /

세상에서 가장 짧은 세계사, 존 허스트

봉봉
봉봉 미술·디자인

그림을 좋아하는 비전공자의 여행기. 직접 본 그림에 관한 기록과 책으로 엮이기 바라는 기억. 샌프란시스코에서 청소년기를 보냈고 서유럽을 마음의 고향으로 여기며 현재 자발적인 유람 중. 영어가 모국어인 사람들과 일합니다. 블로그 내 모든 사진 및 글 도용 금합니다. 마지막 여행은 벨기에, 독일, 네덜란드. Panasonic LX100 M2, iPhone14Pr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