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우의 세 가지 인생

김승우의 세 가지 인생

댓글 공유하기
올해 데뷔 26년 차를 맞은 김승우는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영화 ‘잡아야 산다’의 주연배우로, 신인 연출가로 그리고 두 아이의 아빠로 세 가지 인생을 살고 있는 그를 만났다.

김승우의 세 가지 인생

김승우의 세 가지 인생

배우 김승우(48)에게서는 왠지 모르게 ‘맏형’의 느낌이 절로 난다. 단지 그가 지천명을 앞둔 데뷔 26년 차 배우라서가 아니다. 김승우는 항상 맏형의 자리에 있었다. 2000년 중후반부터 촬영장에서 그랬고, 지금 아내 김남주와 함께 있는 소속사에서도 그렇다. 최근 개봉한 영화 ‘잡아야 산다’ 촬영장에서는 물론 그가 앞으로 도전하려 하는 연출자로서의 삶 역시 그럴 것이다. 심지어 예능 프로그램 KBS-2TV ‘해피선데이-1박 2일’에서도 맏형 노릇을 했다. 그렇게 책임과 의무감은 어느 순간부터 김승우라는 이름에 따라붙는 수식어가 됐지만 그는 기꺼이 기대와 부담을 받아들인다. 영화 ‘잡아야 산다’로 오랜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온 그를 만났다. 열두 살 딸 라희, 아홉 살 아들 찬희 두 아이의 아빠, 몇 살 차이가 나든지 아랫사람 앞에서도 탈권위적인 그는 ‘중년’보다 ‘맏형’이라는 호칭이 좋다.

지난해 드라마 ‘심야식당’을 통해 만났지만 영화는 오랜만이죠? 2010년 ‘나는 아빠다’, ‘배꼽’ 이후 햇수로 6년 만이에요. 잠이 원래 없는 편인데 요즘 더 줄었어요. 최근 수면 시간이 한두 시간 정도 되는 것 같아요. 촬영이나 개봉을 앞두고는 원래 잠을 잘 못 자요. 이번에는 소속사가 제작에 참여한 작품이라 아무래도 부담이 돼요.

시사회 때 “영화가 만족스럽지 않다”, “죄인이 된 기분이다” 등의 표현이 논란이 됐어요. “배우마저 포기한 영화를 봐야 하나”, “노이즈 마케팅이 아니냐”라는 지적도 있었고요. 요즘 인터뷰를 하면서 죄송하다고 말씀드리는 중이에요. 사실을 전달해야 한다는 의무감이 있어요. 영화 속 몇 가지 설정이 개인적으로는 오그라든 부분이었는데, 이야기를 해놓고 보니 충분히 오해받을 수 있는 분위기더라고요. 마치 불협화음처럼 비춰지고, 제가 영화에 실망했다는 느낌으로 받아들이셨을 것 같아요. 사실 영화 언론시사 전에 미디어데이에 참석한 기자들에게 감동보다는 재미를 줄 수 있겠다고 호언장담했는데, 그 부분보다는 실망했다는 말이었어요. 이 영화가 잘되길 바라는 사람을 순서대로 매긴다면 제가 분명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요. 오해를 빚은 데 대해서는 죄송하게 생각해요.

오랜만의 작품이라 요즘 연예 매체의 분위기를 몰랐던 것 같기도 해요. 복귀하는 데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린 이유가 있나요?
원래 이렇게 오래 쉴 생각은 없었어요. 1년 정도 아이들과 시간을 보낼 계획이었는데, 아이들과의 시간을 포기하고 고를 만큼 좋은 작품을 못 만났던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어느새 3년이 넘었더라고요. 올해는 아내가 드라마를 할 예정인데 아내가 작품을 하면 또 당분간 집에 있어야 해요(웃음).”

이번 영화 촬영 중 전치 수주에 달하는 큰 부상을 입었다고 들었어요. 오만석씨와 버스에서 액션을 하는 장면이 있어요. 버스가 갑자기 급정거를 하는 바람에 앞으로 2~3m를 날아가며 무릎이 요금통에 세게 부딪쳤어요. 최소 뼈가 부러진 건 아닌가 했는데 다행히 그 정도는 아니었어요. 깁스를 하고 이틀 정도 촬영을 쉬었죠. 선배가 아프다고 하면 현장 분위기가 얼마나 무거워지겠어요. 만석이도 많이 힘들어했고요. 안 아픈 척했죠.

배우 김정태를 비롯해 같은 소속사 후배들과 함께 작업했는데 현장에서 호흡은 어땠어요? 맏형으로서 연기 조언도 해줬을 것 같은데. 소속사에서 제작하는 작품이었기에 더욱 신경이 쓰였던 것은 맞아요. 잘못되면 다 내 잘못이다 싶기도 했고요. 후배들에게 가장 강조했던 건 현장에서의 자세예요. 정태는 오래 봐온 동생이고 사적으로도 친하니 호흡에는 문제없었어요. 특유의 애드리브가 좀 튄다 싶어 걱정했는데, 완성본을 보니 치밀한 계산 아래 한 것이더라고요. 고등학생 역을 한 네 명의 배우들에게는 성인이지만 고등학생처럼 연기하면 좋겠다는 정도의 조언을 했어요. 이미 다 스무 살이 넘었지만 교복을 입는 역이니 담배도 함부로 피우지 말라고요. 사실 학교에서 연기 강의를 해달라고 섭외가 오는데 고사했어요. 아직 제가 연기를 가르칠 만한 이론적인 무장이 안 돼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랬는데 오랜만에 초롱초롱한 눈을 가진 후배들을 가르쳐보니 보람이 있더라고요.

김승우의 세 가지 인생

김승우의 세 가지 인생

시나리오 쓰는 재미에 빠지다
최근에 영화에 출연한 것 외에도 ‘언체인 러브’라는 단편영화 연출에도 도전했어요. 어떤 작품인가요?
여섯 명의 신인 배우들이 출연하는 말랑말랑한 사랑 얘기예요. 10년 전에 썼던 시나리오로 직접 촬영도 했어요. 스태프를 구성하는 데 충무로의 내로라하는 분들이 흔쾌히 도와주셔서 생각보다 어마어마한 제작진이 구성됐어요. 저는 원래 드라마를 중시하는 스타일이에요. 이야기가 좋아야 한다고 보는데 잘 나온 것 같아요. 선댄스 영화제에 출품해볼까, 생각 중이에요(웃음).

연출을 해보니 어때요? 재미있어요. 적성에도 맞는 것 같고요. 보통 시나리오를 쓸 때 중편, 장편 이렇게 분량을 정해놓고 쓰는데 전사(前史)를 써놓으면 이야기가 더 쉽게 풀려요. 실제 인물만 한 소재가 없어요. 그래서 참여하고 있는 야구단 ‘플레이 보이즈’ 친구들을 이용해요(웃음). 이태성, 오만석, 안길강 등 주변 인물이 등장하는 시나리오도 있어요.

연출과 각색을 하는 작업이 연기에도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시나리오를 쓰다 보니 나름 후배들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이 생겨요. 이를테면 “오디션에 붙게 되면 전사는 반드시 만들어놔라. 그 사람이 어제 뭐 했을까. 한달치까지는 아니어도, 보름치까지는 쓰면 좋겠다” 이런 말이요. 저 역시 연기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고요.

최근 배우 조성하를 비롯해 ‘꽃중년’ 배우들의 로맨스가 주목받고 있어요. 젊은 시절 멜로도 많이 찍었는데, 로맨스 영화는 어때요? 제일 예쁜 이야기는 당연히 20대의 사랑 이야기지만 40~50대는 그 나이에 맞는 농익은 멜로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영화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나 ‘벅시’처럼요. ‘꽃중년’ 역할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에요. 로맨스를 하면 당연히 좋겠지만 주름이 많이 늘었죠(웃음). 한때는 로맨스를 찍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지금은 멜로보다 인간미가 있는 역할을 하고 싶어요. 사랑 이야기는 제가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찍으면 돼요.

아빠 김승우가 말하는 육아의 원칙
초등학생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데, 아이들에게 김승우는 어떤 아빠인가요?
아이들도 이제 엄마와 아빠가 배우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다는 걸 알아요. 그런데 엄마는 매번 웃는 역할을 하고, 아빠는 매번 싸운다고 생각해요(웃음). 이번 영화도 보여주려고 했더니 무섭다고 안 보더라고요. ‘심야식당’처럼 조용한 분위기의 드라마는 잘 보고요. 육아는 그동안 아내가 전담하다 보니 미안한 점이 많아요. 그래서 입학식에도 가고 운동회도 쫓아다니면서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육아하는 데 ‘아빠’ 김승우의 원칙이 있다면? 저는 최대한 아이들이 평범하게 자랐으면 해요. 또래 아이들처럼, 그저 크게 뒤처지지만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아빠로서 아이들에게 미안해할 일은 만들지 않으려고 노력하는데, 아이들은 저보다 엄마와 더 친해요. 가끔 아내와 다툴 때 제 편을 안 들어주더라고요(웃음). 갈 길이 멀어요.

아이들이 아빠, 엄마를 따라서 배우의 길을 걷는다고 하면 어떨 것 같아요? 일단 반대할 것 같아요. 배부른 소리라는 전제 아래 이야기를 하자면, 직업 자체가 삶의 많은 부분을 내보이고 살아야 하잖아요. 배우의 자리를 지키는 일도 쉬운 일이 아니고요. 배우로 살아봤기에 누구보다 잘 알죠. 수백만 가지의 좋은 일이 있는데 굳이 아이에게 이런 힘든 일을 시키고 싶지 않은 게 부모로서 솔직한 마음이에요. 하지만 아이가 정말 끼가 많고 이를 주체하지 못할 정도라면 우선 정상적인 학업을 마치고 현실적으로 고민해보라고 할 것 같아요. 그러고 나서 선배의 입장으로 냉철하게 바라봐야겠죠.

배우에서 연출자로 활동 영역을 넓혔어요. 앞으로도 연출자 김승우를 기대해봐도 될까요? 배우라는 직업이 운동선수 은퇴 후에 감독하는 거랑은 또 천양지차예요. 운동선수는 더 이상 체력이 남아 있지 않을 때 지도자의 길을 간다면 배우는 좀 달라요. 저는 제 감성적 체력이 남아 있는 한 꼭 현장에 설 거예요. 제 직업은 배우예요. 하지만 그 과정에서 좀 더 좋은 배우가 될 수 있도록 연출 일을 함께하고 싶어요.

올해로 배우 26년 차예요. 앞으로 하고 싶은 역할이 있을까요? 배우를 20년 넘게 했지만 여전히 하고 싶은 역할이 많아요. 이제는 큰 영화가 아니라 작은 영화를 통해 조금씩 스스로를 실현시키고 싶어요. 개인적으로는 아까 말했듯이 20대의 사랑 이야기를 써보고 싶어요. 아직도 청춘 소설을 보면 설레고, 좋은 작품을 하게 되면 나 아닌 다른 좋은 배우들을 통해 제 감성을 보여주고 싶어요.

그 작품에 아들이나 딸이 출연할 수도 있겠네요. 사실 그렇게 단편을 써본 적이 있어요. 우리 집 꼬맹이가 하루는 제가 쓴 것을 보더니 왜 자기는(출연) 안 시키냐고 따지더라고요. 자기도 잘할 수 있다고 벌써부터 자랑이 한창이에요. 일단 그 부분은 더 지켜보기로 했어요(웃음).

■기획 / 노정연 기자 ■글 / 하경헌(스포츠경향 엔터팀 기자) ■사진 / 경향신문 포토뱅크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Ladies' Exclusive

      Ladies' Exclusive

      오늘의 포토 정보

      TOP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