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운서 지승현, 이혼 후 다시 돌아온 그녀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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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나운서 지승현, 이혼 후 다시 돌아온 그녀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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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1TV ‘주말 9시 뉴스’ 앵커로, EBS-TV ‘60분 부모’ 진행자로 사랑받았던 아나운서 지승현. 한동안 소식이 뜸해 궁금했던 그녀가 MBN ‘아궁이’의 새 MC로 시청자들을 만난다. 닫았던 마음의 문을 열고 다시 대중 앞에 서기까지 3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방송인 지승현으로, 여전한 두 아이의 엄마로 새롭게 내딛는 그녀의 시작. 그동안 알리지 않았던 이혼을 고백하며 그간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전한다.

[단독] 아나운서 지승현, 이혼 후 다시 돌아온 그녀의 이야기

[단독] 아나운서 지승현, 이혼 후 다시 돌아온 그녀의 이야기

갑작스러운 방송 하차, 말하지 못한 사연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것 같은 날씨였다. 지승현(40) 아나운서가 옷깃을 여미며 스튜디오로 들어섰다. 단정한 단발머리에 동그란 얼굴, “비가 올 것 같아요” 인사 대신 건넨 낯익은 음성까지. 꽤 오랜만인데도 바로 어제 만난 사람처럼 익숙한 그녀다. 방송으로 익히 봐왔던 얼굴이라 그런가 싶었는데, 그보다는 지승현이라는 사람 자체가 워낙에 친근한 온도를 가진 사람이다. 너무 차갑지도, 뜨겁지도 않게 스르르 곁에 스미는 그런 사람. 그런 그녀가 왠지 긴장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아침 일찍 미용실에 다녀왔다며 이렇게 꾸민 것은 오랜만이란다. 그럴 만도 한 것이 지난 2012년 EBS-TV ‘60분 부모’에서 하차한 후 TV에서 좀처럼 얼굴을 보기가 어려워졌다. YTN에서 일주일에 한 번 진행하는 아침 프로그램을 제외하곤 별다른 방송 활동을 하지 않았었다. 어떤 만남, 어떤 장소에서건 금세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그녀이지만 이번 외출에는 적잖은 용기가 필요했다.

지난 2008년 10년 가까이 몸담았던 KBS를 퇴사하고 EBS-TV ‘60분 부모’ 진행자로 시청자들을 만나오던 그녀는 2012년 돌연 방송을 그만뒀다. 그해 한국방송대상 TV 진행자상을 수상한 직후이기도 했고, 무엇보다 프로그램에 많은 애착을 가지고 있었기에 갑작스러운 방송 하차는 많은 아쉬움과 궁금증을 남겼다. 숨을 고른 그녀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벌써 3년이 됐네요. 2012년 말에 남편과 헤어지게 됐어요. 다른 프로그램이면 모를까 좋은 엄마, 좋은 부모가 되는 법을 이야기하는 프로그램을 계속할 수는 없겠더라고요. 이혼을 결정하고 제작진에게 그만두겠다 말씀을 드리니 의아해하죠. 사장실에도 세 번이나 불려갔어요. 무척이나 좋아한 프로그램이었지만 그렇게 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어요.”

‘60분 부모’는 그녀가 KBS 퇴사 후 5년 넘게 진행하던 프로그램이다. 당시 국제학교에 진학한 아이들이 이유가 되긴 했지만 깊은 속사정은 말할 수가 없었다.

“저는 ‘60분 부모’ 주 시청층이 중산층 엄마들, 아이들 학교 보내고 설거지하고 청소하다가 방송을 봤을 때 자신들과 같은 사람이 함께 공감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옷도 평범하게, 머리도 평범하게 하고 진행했어요. 아이를 국제학교에 보낸 엄마가 진행할 자리는 아닌 것 같다고 말씀드리니 ‘정치 할 거냐’ 하시더라고요. 반쪽짜리 얘기밖에 드릴 수 없는 게 죄송했지만 그럴 수밖에 없었어요.”

당시의 일을 떠올리며 옅은 미소를 짓는 그녀의 얼굴에 혼자 감내할 수 밖에 없었던 당시의 시간이 얼핏 스치고 지나갔다. 방송 관계자들뿐만 아니라 주변에도 그녀의 이혼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사실을 밝힐 수 없었던 건 오직 아이들 때문이었다. 엄마, 아빠의 이혼 사실을 받아들이기에 당시 여덟 살, 일곱 살이었던 두 아이는 너무 어렸기 때문이다. 그녀는 아이들에게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 후로 한동안 조용히 살았다. 괜히 여기저기 방송에 얼굴을 내밀게 되면 뭐든 묻는 사람이 많아지게 마련이었다. 그에 대답할 마음의 준비가 아직은 되지 않은 상태였고, 혹시나 알려져 아이들이 밖에서 얘기를 듣게 되진 않을까, 그래서 놀라고 상처받지 않을까 걱정되는 것이 엄마의 마음이었다. 그녀 역시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다.

“저는 솔직해서 그게 좀 탈인 사람이에요. 뭔가를 감추고 방송을 한다는 게 쉽지가 않아요. 중간에 몇 번 제의가 들어온 방송을 하기는 했지만 적극적으로 나서지는 않았어요. 그냥 조용히 시간이 지나길 기다렸던 것 같아요.”

[단독] 아나운서 지승현, 이혼 후 다시 돌아온 그녀의 이야기

[단독] 아나운서 지승현, 이혼 후 다시 돌아온 그녀의 이야기


부부에서 부모로, 달라졌지만 바뀌지 않는 것
오랜 시간 마음속에 담아두었던 말을 꺼내놓은 그녀는 조금은 홀가분해 보였다. 하지만 누구보다 행복한 가정생활을 꾸려오던 그녀였기에 이혼은 뜻밖의 이야기가 아닐 수 없었다. 2004년 건축설계사이자 레스토랑 사업가였던 전남편과 6개월간의 짧은 연애를 마치고 결혼한 그녀는 곧이어 연년생 두 아이의 엄마가 됐다.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키우며 인생에 가장 큰 기쁨과 행복을 맛본 시간이었다. 방송국을 그만둔 뒤에는 남편을 도와 레스토랑 CEO로 새로운 면모를 보여주기도 했다. 그녀가 가족 안에서 충만한 삶을 살아왔다는 건 지승현을 아는 사람이라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저도 다른 사람들이 성격 차이로 이혼했다고 하면 그냥 형식적인 말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정말 그게 이유가 되더라고요. 누가 크게 잘못한 것도 아닌데 어느 순간 더 이상 부부로 함께 가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이 아빠 역시 마찬가지였고요. 두 사람이 같은 생각으로 결정을 내리게 된 거예요.”

물론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관계를 회복해야 하고, 그럴 수 있다고 믿었지만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는 것이 사람의 일이 아니던가. 학창 시절부터 노력이라면 자신 있는 그녀였지만 그것만으로는 안 되는 일이 있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힘든 시간을 지나왔지만 그녀는 전남편을 “여전히 아이들의 좋은 아빠이자 좋은 사람”이라고 했다. 아이들을 위해 끝까지 같이 가는 조력자라는 생각에는 처음부터 이견이 없었다.

“안 좋은 감정으로 헤어진 건 아니에요. 얼굴 붉히면서 싸워본 적도 없고요. 둘 다 많이 희생하고 노력한 걸 알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부부는 남이 될 수도 있지만 부모는 죽을 때까지 부모잖아요.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 친구나 동료가 될 수 있겠더라고요. 물론 내가 이 사람이 미우면 그렇게 못하겠죠. 내 아이들의 아빠고 좋은 사람인 건 변함이 없어요. 다만 부부로서는 앞으로 함께 갈 수 없겠다는 결론이 난 것뿐이에요. 요즘도 주말마다 아이들과 같이 시간을 보내요.”

전날에도 아이들과 만나 넷이 자전거를 타고 놀았단다. 매주 네 식구가 같이 있는 걸 봐온 주변 사람들은 ‘알고 보니 가식이었구나’ 생각할지도 모르겠다며 그녀가 민망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부부에서 부모로 관계가 달라진 것뿐이라고는 하지만 어디 사람의 감정이란 게 모드 전환하듯 그리 간단히 달라질 수 있는 것일까. 하물며 그녀 인생에서 큰 변화였는데 말이다.

“힘들지 않았다면 이상한 거죠. 초반에는 많이 힘들었어요. 더군다나 아이들이 있다 보니 문득문득 생각나고, 어디서부터 잘못됐을까 싶기도 했죠. 저는 미련이 많은 사람이거든요. 그래서 좀 더 오래 걸렸어요. 지금도 아이들을 볼 때 이런저런 생각이 들어요. 한편으론 이제 좀 시간이 지나고 나니 서로를 위해 나쁘지 않은 결정이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이혼 후 그녀는 서울에서, 아이들은 송도에서 아빠와 함께 지내고 있다. 학교 문제도 있고 할머니, 할아버지가 계시는 친가에서 지내는 것이 아이들을 위해 더 나을 거라
는 판단에서 내린 결정이었다.

“처음 서울로 오며 ‘엄마는 일 때문에 서울에 있고 너희는 학교 때문에 아빠와 송도에 있는 거야’라고 설명했어요. 그때는 아이들이 어렸으니까 그렇게 얘기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는데 아이들이 커가며 그런 식으로 말하는 게 미안하더라고요. 아이들에게는 작년에 이야기했어요. 처음엔 많이 슬퍼했지만 잘 받아들여줬어요. 무척 미안하고 고마웠죠. 지금도 아이들에겐 항상 그런 마음이에요.”

다시 인생을 돌아보게 한 두 번째 전환점
8년의 결혼생활 그리고 3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사람마다 느끼는 시간의 무게가 다르듯 상처가 치유되는 시간 또한 각자 다르게 마련이다. 3년이란 시간은 그녀에게 어떻게 흘러갔을까?

“아침저녁으로 아이들과 통화하고 주말마다 만나서 놀다 보니 아직 혼자라는 생각은 못해봤어요. 아무래도 정신없이 식구들 챙기고 그럴 때보다는 생활적인 면에서 노동은 많이 줄었죠. 먹고 싶을 때 먹고 아무것도 안 하고 싶을 때 안 해도 되니까. 그러다 보니 뭘 잘 챙겨 먹지 않게 돼요. 얼마 전에 아이들 보러 송도에 갔는데 구운 김이 너무 맛있는 거예요. ‘오랜만에 집에서 구운 김 먹으니까 정말 맛있다’ 하니까 딸애가 반찬통에 넣어서 보자기로 싸서 주더라고요. 다녀올 때마다 애들이 반찬을 싸줘요. 아이들이 엄마 걱정하지 않도록 정신 차리고 잘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해요.”

지난해부터 대학원에 입학해 공부도 하고 있다. 저널리즘 전공으로 벌써 4학기째다. 뭐든 한번 시작하면 끝을 보는 성격이라 대충하는 법이 없다 보니 공부하다가 병원 신세까지 졌단다. 이날 인터뷰도 그녀가 내건 단 하나의 조건이 “대학원 수업 전에 끝내주셔야 해요”였다.

“첫 번째 중간고사 보고 나서는 담이 오더라고요(웃음). 목이 아파서 한동안 고생했어요. 오랜만에 공부하려니 머리는 아픈데 재미있어요. 놀면 안 되겠더라고요. 너무 생활이 느슨해지면 사는 것도 재미없고요. 엄마가 뭐든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어떤 교육보다 좋은 거라고 생각해요. 나름 학기마다 장학금도 받는 장학생이에요. 제가 공부하는 게 재밌다고 하니 아이가 ‘엄만, 좋겠다. 공부가 재밌어서’ 하더라고요.”

살면서 겪는 경험들은 크고 작은 각도로 생각의 방향을 바꾸고 삶을 대하는 태도를 바꾼다. 이혼이라는 인생의 큰 변화를 통해 그녀는 다시 한번 ‘삶은 계획한 대로 되지 않는다’라는 걸 깨달았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이 순간 최선을 다해 살아야 한다는 것도.

“못 말리는 완벽주의자였어요. 뭐든지 내가 생각해놓은 대로, 계획한 대로 돼야 했죠. 대학 때 이미 인생 계획표가 있었거든요. 지금 그걸 보면 깜짝 놀라요. 1998년 대학교 졸업, 1999년 아나운서 입사, 2001년에 대학원 입학…. 그 뒤로도 저는 항상 그런 계획에 맞춰 사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왔어요. 7년 전 엄마가 돌아가시기 전까지 말이죠.”

2008년 누구보다 가까웠던 친정어머니의 죽음은 그녀에게 큰 충격이자 인생에 중요한 전환점이 된 일이었다. ‘주말 9시 뉴스’ 앵커까지 맡으며 10년 가까이 몸담았던 KBS를 그만둔 이유도 그 때문이었다.

“저희 엄마가 예순도 안 돼 췌장암으로 돌아가셨는데, 그렇게 가실 줄은 상상도 못했어요. 인생무상이라는 말이 실감이 나더라고요. 그때 알았어요. ‘인생은 그때그때 최선을 다하는 거지 내가 계획한 대로 되는 게 아니구나’라는 것을요.”

당시 그녀는 치열한 사내 오디션을 거쳐 ‘9시 주말 뉴스’ 앵커로 발탁되며 아나운서로서 전성기를 보내던 시기였다. 두 아이의 엄마로 9시 뉴스 앵커석에 앉았다는 것만으로도 방송가의 화제였다.

“저희 엄마 평생소원이 제가 9시 뉴스 하는 걸 보시는 거였거든요. 엄마에게 자랑스러운 딸의 모습을 보여드리는 게 행복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마음이 무척 무겁고 아팠어요. 5분 전까지 엄마랑 통화하며 울다가 아무렇지도 않은 척 뉴스를 하는 게 저는 참 힘들더라고요. 이게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이게 정말 사람답게 사는 걸까, 하는 생각도 들고. 그러면서 회의를 많이 느꼈던 것 같아요.”

스무 살 때 혼자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고군분투했고, 아나운서가 되고 나서는 뒤돌아볼 겨를도 없이 정신없이 달렸다. 일하느라 바쁘다는 핑계로 엄마와 여행 한 번 못 가본 게 그렇게 가슴이 아팠다고. 지금도 ‘좀 더 빨리 엄마 곁에서 시간을 보낼걸’ 하는 후회가 남아 있다.

“그때 앞으로 매 순간 최선을 다해 살아야겠다고 다짐했어요. 결정은 신중하게 하되 지금 중요한 걸 미루지는 말자라고요. 엄마를 그렇게 떠나보내고 나니 아이들이 더 소중해지더라고요. 아이들과 더 많은 시간 함께 있어주자는 생각에 회사를 그만두게 된 거에요.”

[단독] 아나운서 지승현, 이혼 후 다시 돌아온 그녀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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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하지 않는 인생의 목표, 아이들에게 자랑스러운 엄마 되기
그렇게 가족 안에서 엄마로, 주부로 살던 그녀는 이제 다시 오롯이 방송인 지승현이 됐다. 지금 그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지 묻자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아이들에게 자랑스러운 엄마 되기”라는 답이 돌아왔다.

“엄마가 되고 나서는 언제나 그게 첫 번째였어요. 지금도 마찬가지고요. 그러기 위해서 공부도 하고 방송도 하면서 열심히 사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해요. 한번은 아이가 엄마는 자기들과 함께 있을 때 빼고 언제 가장 행복하냐고 묻더라고요. 방송하고 있을 때가 가장 행복하다고 하니 ‘엄마가 행복했으면 좋겠어’라고 하는 거예요. 엄마가 옛날처럼 열심히 방송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요. 아이들이 이해해준다면 할 수 있겠다, 하고 싶다, 라는 마음이 들었어요.”

이제 다시 사람들 앞에 나설 마음을 먹게 된 걸 보니 3년이란 시간이 헛되이 흐르지는 않았나 보다. 심란했던 마음이 잦아들고 현장과 카메라에 대한 그리움이 불끈불끈할 때쯤 기회가 찾아왔다. 그녀는 조만간 MBN ‘아궁이’의 새 MC로 시청자를 만날 예정이다. 처음 연락을 받고 딱 10분 좋았단다. 그 이후로 온갖 것이 다 걱정이었다고.

“마음의 준비를 하기는 했지만 정해지고 나서 일주일 동안 잠을 못 잤어요. 어떻게 알려야 할까, 아이들은 괜찮을까, 잘할 수 있을까…. 수도 없이 많은 생각들 때문에 밤을 꼬박 새고도 다음날 잠이 안 오더라고요. 그만큼 고민도 많이 하고 조바심 내며 내린 결정이기 때문에 후회 없이 잘해내고 싶어요.”

방송하는 사람으로서 스스로의 인생을 솔직하게 털어놓을 수 없다면 다른 사람의 이야기도 제대로 들을 수 없다고 생각해온 그녀다. 숨기거나 아닌 척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겠다는 각오로 새 프로그램에 임할 생각이다.

“저는 제가 행복해야 방송도 행복하게 할 수 있어요. 얼굴에 드러나거든요. 그걸 숨기면서 하시는 분들은 정말 훌륭하신 분들이에요. 저는 그렇게 하지 못하기 때문에 시간이 필요했고 이제는 진심으로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지금은 또 다른 입장이 됐잖아요. 저와 같은 경험을 하신 분들께도 좋은 친구로서의 모습도 보여드리고 싶어요. 오랜만에 보는 얼굴이라 낯설지도 모르겠지만 ‘아 그래, 저런 아줌마 있었지?’ 하고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결혼이 늘 핑크빛이 아닌 것처럼 이혼이 항상 불행한 선택만은 아니라는 걸 보여주고 싶다. 물론 그녀 역시 처음 그런 선택을 했을 때 불행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그 안에서 최선을 다해 좋은 선택을 하다 보면 또 다른 행운이 다가올 수도 있다는 걸 알아가고 있는 중이다. 조심스레, 그런 희망을 찾아줄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이런 결정을 한 사람도 열심히 살 수 있고 좋은 모습으로 남을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 현재 그녀의 바람이다.

“마음먹은 대로 흘러가지 않는 것이 인생이지만, 그 안에서 매 순간 좋은 것들을 찾아가는 것 또한 인생인 것 같아요. 저도 이렇게 마음을 먹었지만 1년 후에, 5년 후에 어떤 모습일지 아무도 몰라요. 그때 가서 또 힘든 일이 생기더라도 극복하고 일어서는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시청자분들께, 저를 아는 사람들에게, 또 우리 아이들에게 열심히 사는 모습 보여드리는 게 제가 할 수 있는 일인 것 같아요.”

담담하게 이야기를 이어가던 그녀는 인터뷰 말미 떨리는 목소리로 응원을 부탁했다. 그녀가 스스로를 열고 세상에 다시 나오기까지, 어렵게 찾아온 기회를 잡기까지 얼마나 많은 불면의 밤과 고민의 시간을 지나왔는지 느낄 수 있었다. 인터뷰를 하는 동안 그녀가 가장 많이 꺼낸 단어는 ‘아이들’이었다. 누구보다 아이들을 걱정하고 생각하는 엄마의 마음 역시 전해졌다. 방송인 지승현으로, 그리고 여전한 두 아이의 엄마로 다시 내딛는 그녀의 새로운 시작을 응원하지 않을 수 없다.

■글 / 노정연 기자 ■사진&리터칭 / Blaak, 김도훈(쟈뎅드라망, 02-3445-2927) ■의상&액세서리 협찬 / 도로시 슈마흐 by 피에르테·에스콜피온 by 피에르테(02-549-7710) ■스타일리스트 / 김명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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