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연두의 새로운 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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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캔디’ 같은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인터뷰 말미에 이연두가 말했다. 뻔하다고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이제껏 보아왔던 캐릭터 중 가장 씩씩한 캔디가 될 테니까.

이연두의 새로운 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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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최근 인터넷을 떠들썩하게 한 뉴스의 주인공이다. 브라질에서 현지 체험 프로그램을 촬영하고 돌아오는 길에 ‘문제’가 생겼고 먼 이국땅에서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1주일 남짓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일을 겪은 덕분에 요즘 데뷔 이후 가장 많은 안부 인사를 받고 있다. 기온이 영하 10℃로 뚝 떨어진 어느 오후, 스튜디오로 들어선 그녀는 건강한 모습이었다. 옷으로 가려지지 않은 몸 곳곳엔 아마존의 흔적이 남아 있었지만 동그란 얼굴에선 시종일관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짧지 않았던 8년간의 연예계 생활을 떠올리며 힘들었던 일들을 이야기할 때는 콧잔등을 찡긋하며 웃었고 점심을 걸렀다며 배고프다 말할 때는 눈꼬리를 늘어뜨리며 웃었다. 보는 사람의 입꼬리마저 끌어 올리는 기분 좋은 웃음 속엔 ‘리틀 손예진’과 ‘날아라 슛돌이’를 거쳐온 이연두의 무르지 않은 시간들이 쌓여 있다. 어쨌건 모든 소동은 끝났고 이연두는 무대 위에 있다. 이제 서른을 맞은 이 여배우는 자신이 가야 할 길을 침착하게 걸어가고 있는 중이다. 흔들림 없이, 더욱 단단해진 채로.

“작은 일 하나하나에 감사하게 됐어요”
오늘 컨디션은 어때요? 요즘 연극 ‘쩨쩨한 로맨스’ 공연이 한창이죠?
좋아요. 원래 추위를 많이 타는 편인데 오늘은 거뜬하네요. 연극은 이제 막바지로 접어들었어요. 1월 5일이 마지막 공연이라 그때까지 공연 스케줄이 꽉 차 있어요. 무대에서 새해를 맞이할듯 해요.

브라질에서 귀국해 며칠 지나지 않아 바로 무대에 올랐어요. 쉴 시간이 필요했을 텐데 힘들지 않았나요?
처음에는 좀 힘들었어요. 시차 적응도 안 된 상태였고 정신적으로도 피로했거든요. 그런데 또 공연 덕분에 회복할 수 있었어요. 사람들과 관객들 통해서 에너지도 얻고요. 극중 연기하는 ‘다림’이가 밝은 캐릭터거든요. 안 좋은 기억들을 털어버리는 데 도움이 많이 됐어요.

브라질에서 현지 경찰에게 체포됐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걱정하는 분들이 많았어요. 어떤 상황이 벌어졌던 건가요?
브라질 아마존 지역에서 KBS-1TV ‘리얼 체험 세상을 품다’ 촬영을 마치고 나오는 길이었어요. 경비행장에 도착해 화장실에 있는데 누군가 나오라고 문을 두드리더라고요. 나가보니 스태프들이 머리 위로 손을 들고 있었고요. 현지 코디네이터 말이 잠깐 조사만 받으면 된다고 해서 5시간 동안 차를 타고 경찰서로 갔어요. 경찰서에서 지문 채취하고 사진을 찍으면서도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몰랐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원주민이 코디네이터에게 선물로 준 약초가 문제였더라고요. 사실 처음에는 크게 걱정하지 않았어요. 잘못한 게 없으니까 금방 오해가 풀리겠지 했는데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고 조사기간이 점점 길어지더라고요. 여권도 뺏긴 상태에서 하염없이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제일 힘들었어요. 결국 무혐의 판정을 받고 5일 만에 귀국할 수 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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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잘 통하지 않는 외국에서 당한 일이라 더 무서웠겠어요.
원래 겁이 별로 없는 성격이에요. 그런데 경찰들이 총을 겨누고 몸수색할 때는 겁이 좀 나더라고요. 게다가 매니저도 없이 혼자 갔던 터라 더 막막했죠. 한국에 연락하기도 쉽지 않았고요.

후유증은 없나요?
다행히 사건에 대한 후유증은 크게 없는 상태예요. 아마존에서 2주 동안 생활하며 벌레에 잔뜩 물렸는데 상처가 없어지려면 꽤 시간이 걸린대요. 팔이랑 다리가 엉망이에요(웃음). 아, 얼마 전에 영화 ‘집으로 가는 길’을 봤어요. 마지막 장면에 전도연씨가 혐의를 벗고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이제 곧 인천공항입니다”라는 멘트가 나오는데 그걸 보고 엄청 울었어요. 그때의 상황이 오버랩되더라고요.

보통 사람들은 쉽게 경험할 수 없는 일인데, 이번 일을 겪고 스스로 달라진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변한 게 많아요. 작은 일 하나하나에 감사하고 감동에 젖어 있는 상태예요. 운전하기 시작하면서 눈 내리는 걸 참 싫어했거든요. 며칠 전엔 눈 오는 게 하도 예뻐서 한참을 넋놓고 바라봤어요. 주위 사람들도 더 많이 생각하게 됐고요. 스스로 강하고 씩씩한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힘든 일을 겪고 나니 더 강해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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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준비된 사람이 돼야죠”
‘리틀 손예진’이라는 별명부터 시작해 어린이 축구단 보조 코치로 활약했던 ‘날아라 슛돌이’ 시절에도 워낙 귀엽고 사랑스러운 모습을 많이 봐서 그런지 여성스러울 거라고 생각했어요. 만나보니 왠지 소년 같은 느낌이 있어요.
실제 성격은 굉장히 털털해요. 제가 외동인데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께 아들 노릇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강했어요. 여우 같다거나 새침데기와는 거리가 있죠. ‘리틀 손예진’이라는 별명은 지금도 되게 민망해요. 욕먹겠다 싶고(웃음).

원래 배우가 꿈이었나요? 맨 처음 방송을 시작한 계기는 뭐예요?
고등학교 때가 한창 로드 캐스팅이 많았던 시절인데 밖에 나가면 스카우트 제의를 많이 받았어요. 처음에는 관심이 없다가 점점 호기심이 생겼어요. 엄마는 반대하셨고 아빠가 몰래 지원을 해주셨죠. 잡지 촬영부터 시작해 스무 살에는 케이블 방송과 여러 프로그램 리포터로 활동했어요. 재미있더라고요. 그러다 연기가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 거예요. 연기로는 2007년에 ‘연인이여’로 첫 신고식을 치렀으니 그리 빨랐던 건 아니죠.

아직도 ‘이연두’ 하면 ‘날아라 슛돌이’를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아요.
그때는 정말 아이들이랑 노는 게 좋았어요. 아이들과 정신없이 뛰어놀다 보면 어느새 촬영이 끝났을 정도로 시간 가는 줄 몰랐죠. 한동안은 ‘이제 슛돌이에서 벗어나야 하는데‘라고 생각한 적도 있는데 지금은 이렇게 많은 시간이 흘렀는데도 기억해주신다는 게 참 감사해요

사실 배우로 얼굴을 알리기까지 시간이 걸렸어요. 그동안의 연예 생활을 돌아본다면 어떤가요?
아쉬운 점이 많아요. 마음고생도 많이 했고요. ‘날아라 슛돌이’ 이후 소속사 문제로 1년 반 정도 활동을 못했어요. 어린 나이에 경찰서와 법원을 오가는 일이 감당하기 쉽지 않았죠. 근데 그런 경험들이 저를 더 단단하게 만들었어요. 처음부터 차근차근 올라왔다고 생각해요. 앞으로 더 좋은 날을 위해서 이제는 준비된 사람이 되고 싶어요, 연극도 더 배워야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한 거예요. 꾸준히, 나이가 많이 든 후에도 연기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무슨 배역이 됐건 상관없이.

가장 해보고 싶은 배역은 뭐예요?
아직 제가 많은 역을 해보진 않았지만 언젠가 꼭 한 번 ‘캔디’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아주 씩씩한 캔디, 자신 있어요!

힘든 일이 있을 땐 어떻게 극복하나요?
어렸을 땐 친구들과 만나서 수다를 떨었는데 나이 먹으면서 점점 혼자 풀게 돼요. 혼자 울거나, 혼자 우울한 노래를 듣거나, 혼자 목욕탕에 가거나. 아, 혼자 여행도 잘 가요. 어느 순간부터 혼자 있는 걸 즐기는 법을 알게 됐어요.

혼자 여행 갈 땐 주로 어디로 가요?
부산에 자주 가요. 제가 바다를 좋아하거든요. 요즘엔 공연 때문에 멀리는 못 가고 얼마 전에 스타일리스트와 을왕리에 가서 바다 보고 조개구이 먹고 왔어요.

웨이크보드랑 수영도 잘한다고 들었어요.
워낙 물을 좋아해서 물에서 하는 건 다 잘해요. 추위를 많이 타는 편이라 원래 겨울에는 꼼짝을 안 했는데 이제는 밖으로 나가 좀 즐겨보려고요. 도전하는 데는 겁을 안 내는 스타일이에요. ‘일단 해보자, 안 되면 말지’ 하는 스타일.

3시간 가까운 촬영 동안 한 번도 찡그리거나 하는 걸 못 봤어요. 어쩜 그렇게 잘 웃어요?
항상 웃는 게 좋아요. 원래 잘 웃기도 하고요. 보는 사람도 따라 웃게 만드는 마력이 있답니다(웃음). 대신 우는 건 몰래 울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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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엔 ‘진짜’ 배우가 되고 싶어요”
얼마 전 인터뷰를 보니 이진욱, 이종석씨와 화보를 찍고 싶다고 했더라고요. 이상형은 어떤 스타일이에요?
대화가 잘 통하는 사람… 이라고 하면 식상한가요(웃음)? 눈빛이 섹시한 남자!

최근엔 팬클럽 회원들과 함께한 자원봉사로 표창도 받았어요. 2005년부터 해왔다고 들었어요.
데뷔 초에 팬클럽 친구들과 모여 지체장애인 놀이봉사를 갔던 적이 있는데 그게 이어져서 지금까지 하게 됐어요. 같이하니 참 좋더라고요. 지금은 모두 식구 같아요. 함께 봉사를 하면서 복지사를 꿈꾸는 친구들도 있고, 여러모로 서로에게 좋은 인연이 됐어요. 더 훌륭한 분들이 많으신데 이렇게 상을 받게 되니 몸 둘 바를 모르겠어요.

좋은 일과 나쁜 일이 함께 찾아왔던 한 해였네요. 새해에 서른을 맞는 기분은 어때요? 앞으로 이루고픈 소망이 있다면?
20대를 돌아보면 파란만장한 시간이었어요. 굳이 경험하지 않아도 될 일들도 겪었고요. 그 덕분에 단단해졌으니 이제 30대에는 연기자로서 자리를 잡고 싶어요. 아직 이연두의 정체성이 애매하거든요. 부족한 것이 많지만 열심히 해서 언젠가 사람들에게 신뢰를 주는 배우가 되고 싶은 것이 제 꿈이자 목표예요.

마지막 질문, 만약 또 한 번 오지에 가자는 제안을 받는다면 갈 건가요?
지금은 안 간다고 하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추억이 될 테니, 그때 가면 또 가고 싶은 마음이 들 것 같아요. 한 번 겪어봤으니 다음에는 준비를 더 잘해서 가야죠. 하지만 당분간은 한국에 있을래요(웃음).

■글 / 노정연 기자 ■사진 / 원상희 ■제품 협찬 / 러블리 슈즈, 슈즈원, 스테파넬, 스파이시칼라, 젤라시, TBJ ■장소 협찬 / 타임투 스튜디오(02-547-5405) ■헤어&메이크업 / 구미정, 전성희(제니하우스, 02-514-7243) ■스타일리스트 / 박미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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