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년에는 슈퍼스타였다가 지금은 고물 투수가 되어버린 철부지 야구선수의 아내 ‘오유란’ 역할을 맡았어요. 밑바닥까지 떨어진 한 남자를 끝까지 믿어주며 끝내 일어서도록 돕는 여자죠. 철없는 남편 내조하랴, 두 아이 키우랴, 먹고살기 위해 일하랴, 정신없는 엄마 역이에요.”
김선아와 김주혁이 호흡을 맞춘 영화 ‘투혼’은 통산 3년 연속 MVP 타이틀을 거머쥘 정도로 뛰어난 실력의 에이스였지만 각종 사건사고를 일으키다 2군으로 퇴출당하고 집에서도 쫓겨난 뒤 뒤늦게 자신의 삶을 반성하며 재기에 나서는 한 남자의 인생을 그린다. 가족과 사랑, 열정과 도전이 얽힌 이야기에 김선아 특유의 매력과 억지스럽지 않은 따스한 웃음이 더해진 즐겁고 감동적인 휴먼드라마다.
“철부지 남편에 두 아이까지 돌보는 현실적인 엄마 역할이라 연기하면서 그 부분에 대해 생각을 많이 했어요. 우리네 엄마들의 모습을 떠올리면서요. 어떠한 환경에 처하든 가족을 돌봐야 하는 ‘엄마’는 가족의 ‘그림자’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하고 싶은 것도 마음대로 못하고 화가 나도 꾹꾹 눌러 참아야 하고요. 우리 엄마들도 속상하고 힘든 일이 많았겠지만 오랜 세월 동안 억누르며 살아오지 않았을까요.”
하지만 한시도 바람 잘 날 없는 남편의 뒷수습을 하느라 하루하루 지쳐가는 현실 속에서도 극중 ‘오유란’은 밝고 사랑스러움을 잃지 않는다. 귀여운 사투리와 애교 넘치면서도 강단 있는 모습으로 남편이 ‘새 사람’이 되는 과정을 함께하고 이야기에 현실감을 부여하는 것. 김선아는 ‘로맨틱 연기’의 일인자답게 여전히 사랑스러우면서도 보는 이들의 마음을 끌어당긴다.
“영화 촬영을 하는 동안 철부지 남편 내조하느라 고생을 많이 했어요
(웃음). 속이 엄청 탔죠. 개인적으로 얻은 교훈은 실제로 결혼할 때 정말 신중하게 잘 생각하고 해야겠다는 거예요. 그저 이 사람이 좋다고 해서 ‘덥석’ 선택하면 큰일 나겠더라고요. 아마도 많은 여성분이 제 모습을 보면서 공감하실 거예요.”
혹자는 그녀가 단순히 ‘망가지는 연기를 잘할 뿐’이라고 평하기도 하고, 대중은 아직까지도 그녀의 체중 변화 유무를 최우선으로 궁금해하곤 한다. 그러나 그러한 상황 속에서도 김선아는 여전히 망가지며, 여전히 몸매에 관한 질문에 대답하며, 여전히 호탕하게 웃으며, 작품마다 각기 다른 캐릭터를 정교하게 다듬어왔다. 열심히, 그리고 사랑스럽게 말이다. 그런 그녀를 지켜보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된다’는 ‘뻔한’ 말을 다시 한번 되새겨본다.
■글 / 이연우 기자 ■사진 / 원상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