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 중단 2년만에 안방극장으로 돌아온 김지호

활동 중단 2년만에 안방극장으로 돌아온 김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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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쾌한 웃음이 반갑다. 특유의 씩씩한 기세도 여전하다. 2년 만에 컴백한 배우 김지호의 모습이다. MBC-TV 아침드라마 ‘그래도 좋아’에서 주인공으로 열연을 펼치고 있는 그를 만나 드라마와 연기 인생, 딸과 남편에 대한 속내를 들었다.


활동 중단 2년만에 안방극장으로 돌아온 김지호

활동 중단 2년만에 안방극장으로 돌아온 김지호

지상파 3사의 아침드라마 시청률은 늘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 그중에서 MBC-TV의 ‘그래도 좋아’가 방송 초반부터 지금까지 줄곧 선두자리를 지켜오고 있다. 사람들은 ‘그래도 좋아’가 이토록 선전하는 이유는 여주인공 김지호(33)의 공이 크다고 말한다. 그 역시 “시청률이 잘 나와서 기분이 좋아요. 여기저기서 ‘그래도 좋아’ 인기 좋다는 말을 하는데, 사실 크게 실감하진 못해요. 그냥 그런가 보다 하죠”라며 시청률에 대한 이야기부터 꺼낸다.


지루한 일상에 마침표를 찍다
김지호는 지난해 연극 ‘클로저’에 출연한 뒤 별다른 활동을 하지 않았다. 드라마 ‘그래도 좋아’는 그의 2년 만의 복귀작. 드라마 출연 계기가 궁금해졌다.

“마냥 평범하고 편안한 일상이 지루해 뭔가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하루하루 해결해야 할 숙제 같은 게 있어서 거기에 열정을 쏟았으면 하고 바랐죠. 드라마를 하든 뭘 배우든 말이에요. 그즈음 오빠(남편 김지호)가 드라마 ‘신현모양처’에 출연하고 있었는데, 즐겁게 일하는 모습이 부럽더라고요.”

드라마에 출연한 지 이제 두 달 조금 더 지났다. 그새 드라마는 그의 일상이 돼버렸다. 일주일에 5일을 촬영장에서 보내니 그럴 수밖에. 김지호는 “어쩌다 쉬게 되면 그게 오히려 어색하다”며 웃는다.

오랜만의 촬영이다 보니 처음에는 다소 긴장도 됐다. 하지만 그 긴장이 부담스럽기보다는 오히려 ‘약’처럼 느껴졌다. 드라마 촬영하는 게 그렇게 즐거울 수가 없다고.

“드라마에 출연하기 전부터 헬스클럽에 다니면서 운동을 좀 했어요. 보약도 한 재 먹었죠. 촬영 시작하고 한 달은 그럭저럭 잘 버텼는데, 이제는 체력이 바닥난 것 같아요.”

건강도 그렇지만 네 살배기 딸, 효우를 떼놓고 나와야 하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다.
“아침에 자고 있으면 아이가 ‘엄마’를 부르면서 와요. ‘엄마 더 자면 안 돼?’라고 물으면 아이가 ‘안 돼! 일어나. 나하고 놀아야 돼!’라고 하죠. 그런 말을 들으면 마음이 아파요. 아이와 더 많이 놀아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뿐이죠.”

촬영장에서도 항상 딸이 눈에 밟힌다는 김지호. 그럴 때면 드라마 스태프 중에 아이를 둔 엄마들이 더러 있어 그들과 아이 얘기를 나눈다. 그러다 보면 아이가 더 보고 싶어져 효우에게 전화를 건다.

드라마 촬영 때문에 바쁜 엄마를 대신해 요즘 남편 김호진(37)이 아이를 많이 돌보는 편이다. 하지만 아이에게 엄마와 아빠의 몫은 엄연히 다르지 않던가. 김지호 역시 그 점을 무척 안타까워한다.


드라마속 주인공으로 함께 출연하고 있는 이창훈은 김지호에게 연기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고 한다.

드라마속 주인공으로 함께 출연하고 있는 이창훈은 김지호에게 연기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고 한다.

연기하는 것 자체가 중요해
김지호가 드라마 복귀작으로 아침드라마를 선택한 것을 두고 의외라는 반응도 있었다. 미니시리즈 같은 트렌디 드라마에 출연하던 그로서는 주부를 대상으로 한 아침드라마에 출연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듯. 사실, 그도 얼마 전까지는 아침드라마에 출연할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소속사에서도 아침드라마 대본은 김지호에게 건네지 않았을 정도다.

“어느 날, 아이를 데리고 놀러 간 수영장에서 연기자 선배를 만났어요. 그 선배가 ‘왜 요즘 일을 안 하느냐’며 ‘배우가 작품 까다롭게 고르면 점점 할 수 있는 작품이 없어진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하고 싶은 역할은 내 나이나 상황에 잘 안 맞는다’며 ‘그렇다고 아침드라마를 할 수는 없잖아요?’라고 했어요. 그 순간 선배가 ‘왜?’라고 묻더군요.”

‘왜?’란 그 한마디가 김지호를 크게 흔들었다. 그는 그동안 고정관념에 쌓여 있던 자신을 발견하게 됐다고 했다.
“드라마에서 연기를 한다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어요. 미니시리즈, 주말 연속극, 아침드라마의 구분이 무슨 소용일까 하는 생각을 했죠. 즐겁게 연기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한 거잖아요.”

그후 그의 출연을 기다리던 아침드라마의 대본을 모두 훑어본 김지호는 ‘그래도 좋아’를 선택했다. 내용도 재미있고 캐릭터도 매력적이었기 때문이다.

“전문직을 가진 미혼 여성 역할이었어요. ‘내가 적은 나이도 아닌데 주인공을 하면 몇 년을 더 할 수 있을까, 앞으로 몇 번이나 이런 역할을 맡을 수 있을까’ 고민해보니 답이 나오더라고요. ‘그래도 좋아’를 선택한 것에 대한 후회는 없어요.”

김지호는 이번 드라마에서 패션 슈즈 디자이너 이효은 역을 맡았다. 아버지의 사업 실패 후 남의 집에 더부살이하며 엄마의 불륜, 연인의 배신 등 온갖 어려움을 겪는 여인이다. 이효은은 여러 가지 갈등을 이겨내고 행복을 만들어내는 캐릭터다.


이번 작품은 연기 인생의 터닝 포인트
김지호는 지난 1994년 청춘드라마 ‘사랑의 인사’로 연예계에 데뷔했다. 그후 13년 동안 연기자로 살아온 셈이다. 그런데 13년 동안 출연한 작품이라고는 드라마 6편, 영화 2편이 전부다. 양으로 따지기는 뭣하지만 좀 적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많이 적죠. 간혹 좀 더 많은 작품을 했으면 지금과는 또 다른 모습의 배우가 돼 있지 않을까 하는 후회를 해요. 그래서 후배들에게는 쉬지 말라고 말하죠. 예쁘고 에너지 넘치고 감수성 풍부할 때 더 많은 작품을 하라고요.”

얼마 전, 배우 김현주가 ‘나의 우상은 김지호’라고 한 얘기를 들려주었더니 그는 큰 소리로 웃었다. 김현주는 한 드라마의 제작발표회 현장에서 “데뷔 전부터 김지호가 우상이었다”며 “공백기 동안 어려움도 털어놓고 조언을 들었다”며 김지호에 대한 각별한 고마움을 내비쳤던 것.

활동 중단 2년만에 안방극장으로 돌아온 김지호

활동 중단 2년만에 안방극장으로 돌아온 김지호

“(김)현주는 드문드문 연락해도 항상 반가운 사람이에요. 사람들이 어느 누구를 좋아할 때는 자신에게 없는 면에 끌리잖아요. 제게 현주가 그래요. 예전에 드라마 ‘유리공주’에 출연할 때 연기에 대한 중압감 때문에 한참 힘들었는데, 그때 같이 출연한 현주가 많이 도와줬어요. 나이는 어리지만 배울 게 많은 친구예요. 가끔 둘이서 그때 얘기를 하곤 하죠.”

6개월가량 방송되는 아침드라마는 장기전이다. 주로 미니시리즈에 출연해온 김지호에겐 익숙하지 않다. 시작한 지 두 달이 지난 요즘 그는 슬슬 ‘지겹다’는 생각이 든다고 털어놓았다.

“`만날 똑같은 연기만 반복하는 내 자신이 답답해요. 오빠에게 그런 소리를 했다가 한 소리 들었죠. 오빠는 ‘네가 몸이 힘드니까 깊이 생각 안 하고 연기하는 거다. 똑같은 연기가 어디 있느냐? 조금씩 변하는 감정을 연구해서 다양하게 표현하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맞는 말이죠. 오빠 얘기를 듣고 있으면 ‘아, 내가 그랬구나’ ‘그런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남편이기에 앞서 연기자 선배인 김호진은 김지호의 훌륭한 조언자다. 극중에서 김지호와 러브 라인을 형성하게 될 배우 이창훈도 그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이창훈 선배는 어린애가 아니니까 일차원적으로 연기하는 것에서 벗어나 보다 세련되고 깊이 있는 연기를 해야 한다’고 말씀하세요. 오빠나 이창훈 선배의 말을 머리로는 알아듣지만 연기로 표현하는 게 아직 서툴러요. 그게 숙제인 거죠.”

지난해 연극 ‘클로저`’를 공연하면서 일차원적인 것에서 벗어나는 연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는 김지호. 그는 ‘그래도 좋아’를 시작하면서 캐릭터의 미묘하고 섬세한 감정 표현을 다양하게 보여주리라 마음먹었다. 하지만 그 연기가 생각만큼 이루어지지 않았다. ‘몸이 힘들다’는 핑계로 게을리 하기도 했다.

활동 중단 2년만에 안방극장으로 돌아온 김지호

활동 중단 2년만에 안방극장으로 돌아온 김지호

“이번 드라마는 제 연기 인생의 터닝 포인트나 마찬가지예요. 6개월 동안 연기하면서 미흡한 부분이 있으면 고쳐나갈 수 있으니까요. 연기에 대해 공부할 수 있어서 좋아요.”

남편이랑 함께 요리·여행 책 낼 예정
지난 2001년 결혼한 김호진·김지호 커플은 벌써 6년 차 부부다. 결혼 뒤 늘 ‘잉꼬부부’라는 말을 들어온 그는 최근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부부의 경우를 보면 ‘잉꼬부부’라는 명칭은 대중들이 만들어낸 것 같다. 그저 다른 부부들이 살아가는 것과 똑같이 가끔 말다툼도 하고 살고 있다”고 밝혀 ‘잉꼬부부’라는 말에 대한 부담을 표현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중이 보기에 그들은 ‘잉꼬부부’임에 분명하다. 조만간 부부가 함께 요리·여행 책까지 펴낼 예정이라니 그저 부러울 뿐이다.

김호진·김지호 부부는 태국 등 아시아 각국의 소문난 요리와 여행 정보를 전하는 케이블 채널 올리브의 ‘지호·호진의 방콕 쿡앤룩’에 출연한 것을 계기로 책을 내게 됐다. 방콕, 싱가포르, 홍콩 등 세계 유명 관광지의 요리와 볼거리를 소개하는 에세이 형식의 책으로 시리즈로 출간될 예정이다. 요리에 일가견이 있는 김호진이 요리 문화를, 여행을 좋아하는 김지호가 관광지 소개를 맡는다.

“우선 첫 번째는 방콕이 될 거예요. 여유 있게 여행을 다닌 뒤 책을 내야 하는데, 시간이 촉박해서 그러지 못해 아쉬운 점도 있어요.”

김호진의 요리 실력은 수준급인 것으로 소문났다. 요리 자격증을 다섯 개나 갖고 있는 김호진은 취득하기 어렵다는 복요리 자격증까지 갖고 있다. 그는 케이블 채널 MBC 애브리원의 요리 토크쇼 ‘김호진의 쿡앤쿡’도 진행하고 있다.
둘 중 누가 요리를 더 잘하느냐고 묻자 김지호는 망설임 없이 “오빠”라고 한다. 이어 그는 “특별하게 준비한 요리보다 평상시에 자주 해주는 파스타 같은 이탈리아 요리가 참 맛있다”고 덧붙인다.

인터뷰 말미, 김지호는 어떤 인물을 연기하더라도 자연스럽고 맛깔 나게 표현해내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그렇게 되면 시청자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 것이라는 말과 함께. “예순 살쯤 되면 그런 배우가 될 수 있으려나…”라며 말끝을 흐리는 그에게서 맛깔스러운 배우가 될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글 / 김민정 기자 사진 / MBC, 경향신문 포토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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