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타리버섯의 곤충 사냥법, 해충 방제 새길 열까

향수에 쓰이는 3-옥타논이 농작물 해치는 선충에겐 치명적 물질

느타리버섯은 선충이 버섯 곁을 지나갈 때 균사라고 하는 뿌리 모양의 덩굴손으로 벌레를 움켜쥐고 독소를 분출해 마비시킨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부드러운 식감을 자랑하는 느타리버섯은 사실 육식을 한다. 느타리버섯은 통나무에서 영양소를 얻는데 부족한 질소를 채우기 위해 작은 선충(매밋과의 곤충)을 마비시켜 죽인 뒤 잡아먹는다. 이때 선충을 마비시키는 독소성분이 밝혀졌다. 18일(현지시간)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발표된 대만 연구진의 논문을 토대로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한 내용이다.

식충식물로는 파리지옥과 사라세이나가 널리 알려져 있지만 느타리버섯이 육식을 한다는 것은 비교적 덜 알려져 있다. 식용버섯 중에는 느타리버섯이 유일하다. 비식용 버섯 중에서 벌레를 잡아먹는 경우가 여럿 있다.

먹이를 잡기 위해 유혹적인 향기가 섞인 끈적한 그물을 만드는 버섯도 있고 벌레가 몸부림칠 때 수축하는 목줄을 만들거나, 버섯의 균사체가 벌레의 몸에 침투할 때 벌레를 움직이지 못하게 하는 버섯도 있다. 어떤 버섯은 심지어 선충이 삼키면 대혼란을 일으키는 작은 낫 모양의 포자를 방출하기도 한다.

느타리버섯의 무기는 독소다. 선충이 버섯 곁을 지나갈 때 균사라고 하는 뿌리 모양의 덩굴손으로 벌레를 움켜쥐고 독소를 분출해 마비시킨다. 그러나 이 독소의 정체는 미스테리였다. 대만 중앙연구원 분자생물학연구소의 쉬에옌핑(薛雁冰) 연구원은 “독소의 정체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그 효과에 대해선 잘 알고 있었다”면서 “1분 안에 벌레를 마비시킨다”고 말했다. 독소가 벌레의 신경세포와 근육세포에 도달하면 세포막을 가로지르는 이온의 정상적인 흐름을 불안정하게 만들어 치명적인 장애를 일으킨다.

연구진은 느타리버섯에 돌연변이를 일으키도록 자외선과 화학물질을 사용해 벌레를 죽이지 않게 만들었다. 연구진은 이 돌연변이 버섯에서 균사에 열매처럼 매달려 있는 톡소시스트라고 하는 작은 구체가 없다는 것을 발견했다. 연구진이 ‘막대사탕’에 비유한 이 구체가 독소의 저장소였던 것.

정상적인 느타리버섯에서 톡소시스트를 채취해 독소의 정체를 확인하려는 시도는 실패했다. 연구진은 톡소시스트를 물리적으로 교란시켜 벌레에게 무해하게 만든 뒤 에야 그 이유를 알게 됐다. 독소는 방출되자마자 공기 중에 떠다니는 휘발성을 지니고 있었던 것이다.

교란된 톡소시스트 상공의 공기를 기계로 분석한 결과 그 독소의 정체가 3-옥타논으로 밝혀졌다. 이는 놀라운 발견이었는데 3-옥타논은 식물과 균류에 의해 만들어지는 비교적 흔한 물질이기 때문이다. 향수와 향신료의 성분으로도 쓰이는 이 물질을 벌레에 적용하면 치명적 결과를 가져온다는 사실이 새롭게 밝혀진 것이다

선충은 농작물의 뿌리를 파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3-옥타논이 천연살충제로 사용될 수 있지 않을까? 휘발성을 지니고 있어서 어렵다. 게다가 느타리버섯은 질소가 부족한 환경에 있을 때만 톡소시스트를 만든다. 따라서 느타리버섯은 질소가 풍부한 비료를 뿌린 농작물과 함께 천연 살충제 역할을 하기 힘들다.

하지만 느타리버섯이 어떻게 3-옥타논을 독소로 사용하게 됐는지 그리고 톡소시스트의 생성을 유발하는 것이 무엇인지 이해하는 것이 새로운 해충 방제의 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쉬에 연구원은 밝혔다. 만약 느타리버섯이 비옥한 밭에서도 3-옥타논으로 무장이 가능해진다면 요리사뿐만 아니라 농부의 사랑도 담뿍 받게 될 날이 올 수도 있을 것이다.

해당 논문은 다음 링크(https://www.science.org/doi/10.1126/sciadv.ade4809)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건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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