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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르시스트 요리사

지롤(girolle) / 상테렐 (chanterelle) / 꾀꼬리 버섯 (세척법, 요리법)

by jieuness 2021. 10.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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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9월은 길고 여유로웠던 7, 8월의 바캉스를 지나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라 항트레 (la rentrée), 말 그대로 "더 리턴"의 시간이다.

나는 9월의 파리를 참 좋아하는데

화창한 날씨, 학교와 일로 돌아간 사람들로 분주한 거리와 더불어

풍요로운 가을의 수확을 눈으로 혀로 맛 볼 수 있는 특별함이 있다.

 

특히 9월 중순이 넘어가면 시장에 제철 버섯들이 나오기 시작하는데,

평소 양송이 버섯, 기껏해야 느타리, 표고버섯 정도 구경하다가

색도 모양도 향도 다양한 버섯들이 등장하면 진짜 가을이구나, 하게 된다.

 그중 J와 내가 특히 좋아하는 지롤(girolle) 버섯은

부드럽고 쫄깃한 식감에 깊은 과일향이 난다.

영어로는 chanterelles로 더 많이 불리고,

지금 찾아보니 한글로는 꾀고리버섯이란다. 이름까지 예쁘다니! 

시장에서 보통 지롤 버섯과 회색 지롤 버섯을 사왔다.

보통 지롤 버섯이라고 하면 이렇게 황금빛이 돌면서 대가 단단하다.

회색 지롤 버섯은 상테렐 앙 튜브 (chanterelles en tube)라고도 하는데,

노란색 대가 튜브처럼 안이 비어있다.

 

지롤 버섯을 세척하는 법을 찾아보면 버섯용 브러쉬로 살살 흙을 털어내고

젖은 키친타올로 이물질을 살살 닦아내라고 하는데,

그렇게 해서 버섯 주름 사이사이에 낀 흙인지 뭔지 모를 가루들을 털어내자면

저녁 식사 준비는 커녕 밤을 새야 한다.

그래서 나는 보통 큰 볼에 찬물을 가득 담고 버섯을 넣어 살살 흔든다.

그러면 자잘한 가루며 이물질이 물 위로 뜨는데 그걸 따라 버리고

또 깨끗한 물로 갈아 두어번 반복한다.

 

수년 간 시장에서 버섯만 파시는 전문가들과 주변 프랑스 친구들의 의견을 물어본 결과,

지롤 버섯은 최대한 간단하게 조리해 버섯의 향과 맛을 최대한 느끼는 것이 대세인듯 하다.

(그런데 J는 의외로 자기가 먹은 중 가장 맛있는 지롤 버섯 요리는

우리 엄마가 몇 년 전 파리에 오셨을 때 돼지고기와 버섯을 고추장 양념에 버무렸다가

끓였던 버섯찌개라고 한다. 이 호사스러운 버섯찌개 레시피도 나중에 올려야지)

J가 엄지척한 지롤 버섯 요리.

팬을 약중불에 올리고, 대충 썬 마늘과 샬롯을 올리브유 넉넉히 둘러 살살 볶는다.

거기에 씻어서 물기 빼 둔 버섯을 다 넣고, 소금간 하고, 버터를 한 숟갈 넣어

가볍게 볶는다.

너무 치대거나 오래 볶으면 버섯이 물러지고 향도 날아가 버린다.

버섯 식감이 살아 있을 때 팬을 불에서 내리고,

생파슬리를 넉넉히 뿌려주면 완성.

 

이 요리는 빵에 얹어 먹어도 좋고,

생파스타랑 먹으면 한 끼 식사로 든든하다.

이번에 고른 건 이탈리아식 작은 만두같은 파스타인데

왼쪽에는 스펙 햄이, 오른쪽에는 고기가 들어가 있어

버섯과 잘 어울리겠다 싶었다. 

생파스타는 조리시간도 짧아, 4-5분 삶아 건져서 그릇에 놓고 울리브유 뿌려 놓으면 끝. 

파스타에, 버섯 볶음 올리고, 파르마지아노 치즈를 넉넉히 갈아 올린다.

거기에 버섯 볶음에서 나온 국물도 떠서 얹어주면 촉촉하고 따뜻하다.

 

반갑고도 짧은 버섯철, 얼른 지나가버리기 전에 또 사다가 해먹어야지.

 

*추가: 이 꾀꼬리버섯으로 만든 인생요리 버섯찌개는 여기에!

2021.10.19 - [나르시스트 요리사] - 지금 아니면 일 년을 기다려야 하는 인생요리 제철 버섯찌개 (꾀꼬리버섯, 고슴도치버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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