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확실한 팬층이 있다고 생각하는 많지 않은 배우들 중 분명한 배우인 건 확실한 것 같아요, 윤진서가. 윤진서처럼 관객이나 팬을 확고하게 아우르고 있는 그런 배우? 스타? 또 누가 있을까요?
A 음… 소수지만 깊은? (응!) 누가 있죠? (왜 나한테 되물어?)
Q 유지태? (생각 난 김에 일단 ‘유지태’ 투척.)
A 유지태 선배는, 네, 그렇죠. 유지태 선배님은, 근데 저보다 훨씬 스타 아닌가요? (으응? 으흐흐!) 네, 유지태 선배는 당연하고, 어… 배두나 선배. (아, 배두나!) 저랑 친한 감독님들이 배두나 선배랑 또 친하더라고요. (아, 그래요?) 그 다음에… 음… 누가 있을까? (없네! 딱 그 세 명으로 하죠!) 으하하하! 약간, 약간… 음, 주류의 범위에 있는 것 같지 않으면서 자기 색깔이 굉장히 강한 그런 배우들이, 많은 것 같은데도 별로 없네요?
Q 그럼, 친한 배우는?
A 친한 배우요? 전도연 선배, 박해일 선배…랑 제일 친해요.
Q 그럼 <경주> 는 박해일 씨 때문에 찍은 거예요, 아니면 장률 감독님 때문에?
A 제가 제일 먼저 시나리오를 봤고요, (아 그래요?) 제가 해일 선배를 데려왔죠. “이건 박해일 선배가 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아, 아, 아….) 제가 감독님한테 먼저 추천을 했고, 감독님도 좋아하셨고, 해일 선배한테 언뜻 얘길 했고, (일사천리였군.) 해일 선배가 먼저 찍기로 했던 영화가 있었어요. 지금 찍고 있는 영화. 그때만 해도 그 배역이 최민식 선배였는데 최민식 선배가 프랑스 가서 영화를 찍게 되면서, (이해를 돕기 위한 참견: 최민식이 찍고 있다는 프랑스 영화는 스칼렛 요한슨도 함께 출연하고, 뤽 베송 감독이 연출을 맡은 <루시> 다.) 너무 딜레이되고 그러면서 최민식 선배님이 손을 떼고, 설경구 선배님이 들어오셨고, 그 사이에 <경주> 찍을 스케줄이 된 다는 사실을 확보한 채 (용의주도 미스 윤?!) 해일 선배님한테 술 한 잔 하자고 해서 장률 감독님을 부르고…. (아, 진짜 먼저 꼬드긴 거네?) 네네….
Q 장률 감독 같은 그런 연출가가 윤진서와 맞다, 그런 게 좀 있으세요?
A 저는, 영화를 보는 눈이 두 개가 있다면, 하나는, 제가 작년에 본 영화들 중에 너무 좋았던 <시스터> 같은 작품…. (이해를 돕기 위한 참견: <시스터> (L'enfant d'en haut)는 2012년 프랑스 위르실라 메이에 감독 작품으로, 레아 세이두, 케이시 모텟 클레인, 질리언 앤더슨 등이 출연했다…지만, 본 사람은 아마 별로 없을 걸로 생각된다.) 그런 영화가 너무 좋을 때도 있는데, 한편으로는 영화라는 것이 문학으로 인정을 받으려면 장률 같은 사람들이 시대 반영적인 영화들을 계속 만들어서 그게 한 20년 후든 30년 후든, 그 시대를 들여다볼 수 있는 것이 영상물로 남겨져야 한다는 데에 영화인들한테 어느 정도 의무가 있다고 생각해요. 장률 감독님하고 작업을 하면서 그런 점에 대해서 고민을 좀 해본 적이 있었고, <이리> 를 작업하면서. 음, 그런 면으로 보면 다르덴 영화라든지, (그 형제 감독?) 네, 그런 영화들이 저는 좋아요. 많은 생각을 하게 되고.
Q 그럼 아주 매우 상업적인 영화들 중에, “나는 이런 영화도 좋아해”라고 말할 수 있는 게 있다면, 윤진서의 영화적 취향도 알 수 있을 것 같은데?
A 아주 상업적인 영화 중에? 음… <타짜> 좋아하고요, (그건 최동훈 스타일 때문인가요, 아니면 영화 자체가 흥미로워서?) 모든 게 완벽했던 것 같아요. 딱 ‘웰 메이드’였던 것 같아요. 연기력, 김혜수 선배랑 그 캐릭터, 조승우와 그 캐릭터, 최동훈과 그 배우들의 어떤, 궁합~! (그렇지, 그렇지!) ‘아다리’가 따다닥 딱딱 맞아떨어지는 게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올드보이> ~! <올드보이> 개봉 10주년으로 얼마 전에 재개봉했었잖아요. (2013년 11월 21일, 개봉 10주년 딱 그날 재개봉했지.) 그때 리마스터링으로 다시 봤는데, 막, 허~?! 너무 잘 만든 거예요~!!! (흡~!) 그 ‘아다리!’ 막… (막 벅차올라 주체하기 힘든 상태네. 그렇다면 다시 본 본인의 연기는?) 아우, 저는 뭐, 그냥, 스무 살 때의 저를 보니까 되게 반갑더라고요.
Q 아, 그래요? 약간 쑥스럽거나, 그런 것도 있었을 듯한데?
A 아뇨, 그런 건 없었어요.
Q 아니면, ‘아, 나도 이젠 늙었네’ 이런 건?
A 그런 건 있었죠. (피식!) 너무 늙었어~! 아하하하! 그런, <올드보이> <타짜> 그런 영화 좋아하고…. 또 되게 흥행한 영화 중에 또 뭐 좋아하지? <타이타닉> 좋아하고요, 그 다음에, 프랑스 그, 그 영화 뭐지? (되게 낯선 영화를 댈 줄 알고 긴장했으나….) 아빠가 딸 찾는 거? (아, <테이큰> ? <테이큰> 이라니, 의외로 쉬운 답!) <테이큰> ! <테이큰> 좋아하고, 음… 음… 옛날 어렸을 땐 홍콩 영화 <도성> 시리즈 같은 거 되게 좋아했어요. 또… 외국 영화 중에… <그래비티> 되게 좋게 봤고. (아, 그래요?) 네, 재밌었어요.
Q 그건 평이 극과 극으로 엇갈리던데?
A 저는… 그럴 때, 제가 비평가는 아니니까, ‘이런 생각하는 사람도 있구나, 저런 생각하는 사람도 있구나’ 양쪽을 다 읽어보는 편인데, 저는 개인적으로 만들어질 가치가 있었던 영화인 것 같아요. 근데 그거 보셨어요, 혹시? 그 알폰소 쿠아론 감독이 <그래비티> 를 만들면서 단편 영화를 하나 제작을 한 거예요. 그 아들이 연출을 하고. 뭐냐면, 한 남자가 그린란드에서 무전으로 어떤 여자한테서 무전이 온 거죠. “거기 누가 있어?” 그게 <그래비티> 여주인공이, 거기서 어떤 남자가 마이크로 통신하잖아요, 그때 무전할 때 개소리도 들리고 아이 소리도 들리고 그 남자 소리도 들리고, “한 번만 더 들려줘, 거기가 지구였니?” 그러면서 막 얘기하잖아요? 그 장면 기억나시죠?
Q 아니, 못 봤어요! @,.@
A 그런 설정이 있는 거예요. 무전을 했는데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고, 진공 상태 같은 데서 무전을 계속하다 안 되서 죽을 결심을 하면서 마지막으로 무전을 쳤는데, 어떤 남자 소리가 들리면서 좀 있다가 강아지 짖는 소리가 들리고 아이 울음소리가 들리는 거예요. 그래서 이 여자가 막 울어요. 지구 소리가, 사람 소리가 너무나 그 여자한테, 심장 박동이 막, 파워풀한 거죠. 근데 단편 영화로 그걸 만든 거예요. 알폰소 쿠아론이 제작을 해주고, 그린란드에 직접 가서. 되게 그냥 일상, 그 남자한테 일상인 거예요. 그냥 일을 하고, 강아지들이 썰매를 끌고, 와이프가 아이를 잠깐 데리고 왔다가 무슨 얘길 하고 가고, 그러다 마이크로 뭐라고 하는데, 그 여자랑 무슨 얘기를 하는데 못 알아듣겠고, 그러다가 무전을 끄는…. 그 남자의 한 일상, 딱 7~8분 되나? 그걸 보는데, (벅차오르는 윤진서.) <그래비티> 를 만들면서 그런 단편까지 만들다니, 그건 정말, 뭐라 그러지? 되게 인간에 대한 사랑이 넘치는 사람이구나!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Q 그런 영화는 어떻게 다 챙겨 봐요?
A 단편이요? 구글에 <그래비티> 치고, 어떻게 만들었는지 좀 읽고, 그러다 보면 다 떠요, 유튜브에. 재밌어요. 그런 거 찾아보는 거 좋아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