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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초(약초) 이야기/백출, 창출, 백복령, 적복령, 저령, 택사

저령(猪苓), 효능, 성미, 귀경, 약품화의(藥品化義)을 중심으로.

저령 4조각.

저령에 대해 계속 공부하는 시간을 갖고 있다. 저령 하나를 가지고 이런 저런 논의를 여러 의서에서 많이 하고 있다. 수많은 의서를 다 읽으면 저령에 대해 엄청나게 박학다식해질 것 같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대부분 의서에서 비슷한 이야기를 하고 있고 논란거리가 있는 부분에 대해서 조금씩 의견이 다를 뿐이다. 저령에 대한 일반적인 효능과 주치 작용 기전에 대해 정확히 알고 있고 논란 거리가 되는 부분이 어떤 것인지 알고 있으면 된다.

저령을 정확히 쓰기 위해서는 논란거리가 되는 부분에 대해 정확히 아는 것과 별개로 어떤 부분 때문에 논란이 일어났는지 알아야 한다. 예를 들어 당귀의 경우 한국산 참당귀는 보혈작용도 있지만 활혈 작용이 좀 더 강하고 중국산 당귀는 보혈작용이 활혈작용보다 훨씬 강하다는 말이 있다. 중국에서는 이것 때문에 아예 당귀 쓰는건 보혈하려는게 목적이니까 아예 중국 당귀 쓰는게 맞고 한국 당귀는 다른 품종으로 분류하는게 맞다고 정해버렸다. 우리나라에서는 그래도 한국산 당귀를 버릴 수는 없으니까 한국 당귀, 일당귀만을 정품으로 인정해놨고 중국 당귀는 아예 제외해버렸다.

당귀의 보혈과 활혈의 논란거리가 있는 것을 알고 현재 논란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걸 인지하고 있으면 된다. 그러면 한국당귀 일본당귀를 어떤 때에 써야할지 진단의 기준을 설 것이다.

 

1. 원문.

豬苓味淡, 淡主於滲, 入脾以通水道, 用治水瀉濕瀉, 通淋除濕, 消水腫, 療黃疸, 獨此爲, 最捷, 故云與琥珀同功. 但不能爲主劑, 助補藥以實脾, 領泄藥以理脾, 佐溫藥以暖脾, 同凉藥以淸脾, 凡脾虛甚者, 恐泄元氣, 愼之.

 

2. 원문 - 해석 - 해설.

 

豬苓味淡, 淡主於滲, 入脾以通水道, 用治水瀉濕瀉, 通淋除濕, 消水腫, 療黃疸, 獨此爲, 最捷, 故云與琥珀同功.

저령의 맛은 담담하다. 담담한 맛은 물을 잘 빨아들이는 것을 주관하며 비장으로 들어가 물길이 통하도록 한다. 저령으로 물설사, 습이 많은 설사를 치료함으로써 임증(淋證)을 통하게 하고 습을 없애며, 수종을 작아지게 만들고 황달을 치료하는데는 오로지 이것(저령)이 있는 것이 최고로 빠르다. 그러므로 호박과 더불어 저령은 같은 효력이 있다.

 

->저령은 맛은 정확히 말하면 쓰고 담담하고 달다. 여기서 말하는 맛은 우리의 미각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효력의 일정한 분류를 나타낸다. 쓴 것은 진액을 하강시키는 작용, 담담한 맛은 습을 빨아들이는 작용, 단 것은 보하는 작용을 나타낸다. 말 길게하기 싫으니까 그냥 담담한 맛에 저령을 배속시켜 놓고 '저령은 담담한 맛이다~'하면 '아~ 저령은 습을 빨아들이는 쪽이구나!'하고 알아들으면 된다.

비장으로 들어가 물길이 통하도록 한다는 것은 비장 주위의 저류된 습을 빨아들여 비장 기능을 정상화시키는 것이다. 물설사, 습이 많은 설사도 비장 기능이 정상화되면 자연스럽게 낫는다. 임증은 오줌이 찔끔찔끔 나오는 병이다. 주로 비장 기능이 안 좋아서 대장으로 습이 다 흘러가 방광 쪽으로 습이 안 가면 임증이 생긴다. 이 증상도 비장 기능이 정상화되면 좋아진다.

황달은 한습황달, 습열황달이 있다. 주로 습열황달이 대부분인데 이 때 습을 저령이 제거해준다. 열을 제거하는 것은 다른 약재로 해야 한다. 여기서 황달 치료하는데 저령 썼다고 해서 저령만으로 된다는 것은 아니다.

但不能爲主劑, 助補藥以實脾, 領泄藥以理脾, 佐溫藥以暖脾, 同凉藥以淸脾, 凡脾虛甚者, 恐泄元氣, 愼之.

다만, 저령은 군약이 될 수는 없고 보조약으로써 비장을 실하게 할 수 있다. 저령이 다른 습을 나가게 하는 약과 함께 작용함으로써 비장이 조절되게 하고 따뜻한 약을 도와줌으로써 비장을 따뜻하게 하고 찬 약과 함께 쓰임으로써 비장이 맑게 되게 한다. 대개 비장이 허한 것이 심한 자는 원기를 내보내는 것을 두려워해야하고 저령을 신중하게 써야 한다.

 

-> 저령을 군약, 즉 처방의 주요한 약으로 쓸 수 없다는 얘기다. 다른 약과 함께 보조를 맞추는 약으로만 저령은 기능한다. 저령은 물길을 통하게 하고 습을 흡수하므로 백복령, 적복령, 택사 등과 같이 쓰여 비장, 신장 근처의 물을 내보낸다. 따뜻한 약을 돕는다는 뜻은 갑자기 저령이 따뜻해져서 비장을 보한다는 얘기가 아니다. 비장을 따뜻하게 하는 약은 보통 기름기가 있어 비장이 약할 때 비장을 보하지 않고 비장에 더욱 무리를 준다.

예를 들어 당귀 같은 경우 비장을 보하려는 목적으로 썼는데 비장 기능이 저하되어 있어 진액을 운화하지 못 해 비장 근처에 진액, 담이 잔뜩 쌓여 있는 경우라면 당귀를 줘봐야 비장에 더욱 부담만 된다. 비장 기능이 더 떨어져 습이 더 많아져서 설사를 더 많이 한다. 이 때 저령을 조금 넣어주면 비장 근처의 습을 싹 말린 상태에서 당귀가 제대로 흡수될 수 있다.

찬 약과 함께 쓰이는 것도 이와 비슷하다. 비장 근처의 담이 제거되지 않은 상태로 찬 약을 쓰면 담과 찬 약이 결합하여 한담이 된다. 기침, 가래, 설사, 두통, 사지궐냉이 동반될 수 있다.

저령은 복령, 택사보다 훨씬 강한 약이다. 신장의 원기를 빼앗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