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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초(약초) 이야기/백출, 창출, 백복령, 적복령, 저령, 택사

저령(猪苓), 효능, 성미, 귀경, 본초휘언(本草彙言)을 중심으로.

저령 2조각.

저령이라는 약이 그 유래가 참 오래되었다. 저번에는 본초구진에서 저령이 어떻게 서술되어 있었는지 공부했다. 이번에는 본초휘언을 중심으로 공부하겠다. 저령이 의외로 감기 증상에도 많이 쓰이는데 어떤 기전을 토대로 저령이 감기에 쓰이는지 알아야 한다.

 

1. 원문.

 

豬苓, 滲濕氣, 利水道, 分解陰陽之的藥也. 此藥味甘淡微苦, 苦雖下降, 而甘淡又能滲利走散, 升而能降而能升, 故善開腠理, 分理表陽裏陰之氣而利小便, 故前古主痎瘧. 甄氏方主傷寒溫疫大熱, 能發汗逐邪, 此分利表陽之氣於外也. 張氏方主腹滿腫
脹急痛心中懊憹, 痛痢瘴瀉, 此分利裏陰之氣於內也. 張仲景治太陽病脈浮, 發熱, 消渴而小便不利者, 用五苓散, 以止其吐. 冬時寒嗽, 兼寒熱如瘧狀者, 名爲痰風, 用五苓散以定其嗽. 此三法俱重在猪, 開達腠理, 分利陰陽之妙用也.

 

2. 원문 - 해석 - 해설.

 

豬苓, 滲濕氣, 利水道, 分解陰陽之的藥也.

저령은 습기를 빨아들이고 물길을 터주며 음양을 분해하는 약이다.

 

-> 저령은 습을 제거하는 약이다. 그렇다고 복령처럼 담담하게 습을 빨아들이는 것은 아니다. 복령이나 택사보다는 저령이 좀 더 맹렬하다. 음양을 분해한다는 것은 심신상교를 떠올리면 된다. 저령이 신장에 작용하여 신장에 머무른 습기를 제거하면 신장 기능이 정상화된다. 그러면 신장에서 심장으로 물이 제대로 올라갈 수 있고 이 물이 심장의 화기를 식혀준다. 그러면 심장의 화기가 머리로 떠올라 머리가 아프고 얼굴이 화끈거리는 것이 사라진다. 즉, 신장(음)과 심장(양)의 조화가 이뤄진다. 심신상교가 이뤄질 수 있도록 저령이 돕는다는 뜻으로 이해하면 될 듯하다.

 

此藥味甘淡微苦, 苦雖下降, 而甘淡又能滲利走散, 升而能降而能升, 故善開腠理, 分理表陽裏陰之氣而利小便, 故前古主痎瘧.

이 약은 맛은 달고 담담하고 살짝 쓰다. 쓴 맛은 하강하는 것으로 작용하지만 달고 담담한 것은 또한 습을 빨아들이고 물길을 열게 하여 달려가 흩어지도록 한다. 그리고 올라가고 능히 내려간다.

올라가는 작용이 있으므로 주리를 잘 열고 표의 양과 리의 음에 해당하는 기를 잘 분별하여 통하도록 하여 소변이 통하도록함으로써 옛날 사람들은 저령으로 학질을 고쳤다.

 

-> 저령의 맛을 이야기하고 있다.

달고 담담하고 쓰다. (甘淡微苦)
달고 담담한 맛 습을 빨아들이고 물길을 연다.
쓴 맛 하강.

저령을 설명하는 구절 중에 '올라가고 능히 내려간다.' 라는 말이 나온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목적어 생략한 말이다. 이 말의 뜻은 복령을 공부할 때도 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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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서 내경에 나온 구절을 중심으로 올라가는 것은 비장의 진액 작용이 활발해져 진액이 폐로 올라가는 것이고 폐에 있는 진액이 상초를 통해 방광으로 내려가는 것이 '내려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몇 천년동안 목적어 생략하고 말하는 걸 누구도 지적을 안 했다는게 더 이상하다. 이 관행을 안 고치면 앞으로 본초학이 발전해나갈 떄 두고두고 걸림돌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

 

올라가는 작용은 진액이 위로부터 폐로 잘 올라가는 것을 말한다. 그럼으로 전신에 진액이 잘 수포됨으로써 표의 양(위기)가 원활해지고 리의 음(전신에 수포되는 진액)이 원활해진다. 표양과 리음이 잘 분별된다는 것은 이렇게 이해하면 쉬울 듯하다.

甄氏方主傷寒溫疫大熱, 能發汗逐邪, 此分利表陽之氣於外也.

甄氏의 처방에는 상한 온역의 큰 열이 날 때 저령이 능히 땀을 내어 사기를 내 쫓는다. 이는 밖에 있는 표의 양기를 분별하여 잘 흐르도록 한 것이다.

 

-> 저령이 땀을 내게 했다고 해서 저령은 마황이나 계지같은 것인가? 라고 이해하면 안 된다. 상한 온역이라는 풍열사, 풍한사에 감촉되었을 때 병이 어찌어찌 진행되어 비장과 신장이 다쳤으리라. 그래서 비장에서 운화되지 못 한 습이 신장, 비장 근처에 꽉 차 있었을 것이다. 그 때 이러한 병리적인 습을 저령으로 빠르게 제거하면 일시적으로 폐-비-신의 생리적 작용이 제대로 작동한다. 신장은 비장을 덥혀주고 잘 덥혀진 비장은 주변의 습을 빠르게 운화하여 방광으로 내보내 오줌이 나오게 한다. 또한 비장은 운화된 진액을 폐로 올려보낸다. 폐는 진액을 받아 전신에 수포하여 표의 양기(위기)가 힘을 받도록 한다. 그러면 위기가 풍열사, 풍한사와 다시 싸울 수 있게 된다. 그러면 표의 양기(위기)가 풍열사, 풍한사와 싸우느라 피부 곳곳에 위기가 존재하지 않는 부분이 일시적으로 생겨 그곳으로 영기가 새어나간다. 이것이 땀이다. 좋은 징조다. 곧이어 풍한사, 풍열사가 나가면 병이 낫는다.

張氏方主腹滿腫脹急痛心中懊憹, 痛痢瘴瀉, 此分利裏陰之氣於內也.

張氏의 처방에서는 저령으로 복만종창(배가 빵빵함)과 배가 당기면서 아픈 것, 가슴이 아픈 것을 치료했다. 아프면서 설사하는 것도 치료했다. 이는 리음을 분별하여 흐르도록 한 것이다.

 

-> 비장 기능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아 중완 근처에 습이 꽉 찬 상태다. 배가 빵빵해지고 심하면 배가 당기면서 아프다. 심중오뇌라고 심心이 아픈 것이 있다. 이 때 心은 heart가 아니라 중완을 말한다. 배가 아픈 것을 말한다. 당연히 습이 대장으로 흘러 설사한다. 보통 소변으로는 잘 안 나간다.

이 때 재빠르게 저령으로 습을 제거한다. 그러면 이러한 증상이 빠르게 개선된다. 이것을 리음을 통하게 하는 것이라고 한다.

따지고 보니 표양을 통하게 하는 것, 리음을 통하게 하는 것 모두 기전이 똑같다! 그냥 어떤 증상을 고치는지에 대해 표양, 리음을 통하게 한다라고 이름을 가져다 붙였을 뿐이지 기본 기전은 차이가 없다. 표양, 리음이라는 단어에 너무 집착할 필요가 없을듯하다.

張仲景治太陽病脈浮, 發熱, 消渴而小便不利者, 用五苓散, 以止其吐.

장중경은 태양병 맥부, 발열, 소갈하고 소변이 통하지 않는 것에 오령산을 써서 구토하는 것을 고쳤다.

 

-> 상한론에서 나오는 전형적인 오령산증을 말하고 있다. 태양축수증이다. 기본 기전은 비장 기능이 제대로 하지 않아 비장 근처에 습이 쌓인다. 전신에 진액이 잘 수포되지 않아 몸 여기저기서 물 달라고 아우성이다. 그래서 목이 마른다. 이 때 물을 먹으면 비장 기능이 제대로 되지 않아 물 먹자마자 다 토한다. 그런데 몸 전체는 물이 부족해 계속 목이 마른다. 이것을 소갈+수입즉토(물 먹자마자 토함)이라고 한다.

이것의 근본적인 원인은 태양병, 즉 풍한사가 몸에 들어와서 몸의 가장 겉 부분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그래서 맥은 부하고 발열이 있다. 아마 이것이 속으로(태음비경) 살짝은 들어왔을테지만 아직은 몸이 견뎌낼만하여 풍한사와 열심히 싸우는 중이다. 그 와중에 비장 기능이 멈춘 것으로 생각된다.

冬時寒嗽, 兼寒熱如瘧狀者, 名爲痰風, 用五苓散以定其嗽.

겨울에 찬 기운 때문에 기침하는 것과 더불어 한열이 왕래하는 학질과 같은 형상은 이름하여 담풍이라고 한다. 오령산으로써 이 기침을 고친다.

 

-> 오령산증을 다르게 표현한 것이다. 풍한사가 아직 표에 있고 폐에 작용하여 기침을 하는 중이다. 학질과 같은 형상이지 학질은 아니다. 풍한사가 강성할 때는 춥고 풍한사에 맞서는 정기가 강할 때는 덥다. 그래서 한열왕래다. 한열왕래가 소시호탕의 혹연지증이다! 이래버리고 소시호탕 쓰면 안된다...

비장 기능도 살짝 영향을 받아 비장 근처에 운화되지 못한 습이 한무더기로 쌓여 있다.

즉, 풍사와 비장 근처의 담이 있다고 하여 담풍이라고 한다. 담풍이라는 말은 몰라도 상관없는데 병의 기전을 정확히 알아야 오령산을 쓸 수 있다.

此三法俱重在猪, 開達腠理, 分利陰陽之妙用也.

 

이 3가지 방법은 저령이 있다는 것을 중히 여겼다 저령은 주리(피부)를 열고 음양을 분리하는 묘한 쓰임이다.

 

-> 여태까지 甄氏, 張氏, 장중경 3가지의 사례에서 저령이 어떻게 쓰였는지를 보여줬다. 음양의 분리니 뭐니 이런 말 자체는 현학적으로 멋있게 표현하려고 쓰인 것으로 보인다. 전혀 중요한 말이다 아니다.

저령이 어디에 어떻게 쓰였는지 기전에만 집중하자. 외울 것도 많은데 쓸데없는 미사여구에 들일 시간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