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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즈카 사후 31년 AI와 협업한 새 만화… 저작권은 누구 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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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즈카 사후 31년 AI와 협업한 새 만화… 저작권은 누구 손에

입력
2020.05.17 21:0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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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오사무 작품 줄거리 분석해 플롯 생성

AIㆍ인간 협업 시 저작권 문제는 해결 과제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사후 31년만에 발표된 데즈카 오사무의 신작 ‘파이돈’. 테즈카 2020 프로젝트 캡처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사후 31년만에 발표된 데즈카 오사무의 신작 ‘파이돈’. 테즈카 2020 프로젝트 캡처

‘우주소년 아톰’으로 유명한 일본 만화가 데즈카 오사무(手塚治蟲ㆍ1928∼1989)의 신작이 사후 31년만에 인공지능(AI) 기술로 빛을 보게 됐다. 장남 데즈카 마코토(手塚眞)가 운영하는 데즈카 프러덕션과 AI연구자 구리하라 사토시(栗原聰) 게이오대 교수, IT기업 기오쿠시아가 결성한 프로젝트 ‘데즈카 2020’의 결과물인 ‘파이돈’이 그 주인공이다. 지난 2월 말 만화잡지 ‘모닝’에 전편이 공개된 데 이어 최근 후편이 발표됐다.

파이돈은 2030년 도쿄를 무대로 기억을 잃고 공원에서 노숙 생활을 하는 남자가 작은 로봇새와 행방불명된 과학자를 찾아나서는 이야기다. 제작진은 데즈카 오사무의 장편 65개와 단편 131개의 세계관과 줄거리 등을 분석한 데이터를 AI에 학습시켜 플롯을 만들었다. 등장 캐릭터는 수십만장의 인간 얼굴을 학습시킨 AI에 데즈카 작품 속 인물 300명의 표정을 분석시켰다. 이를 통해 AI가 만들어낸 플롯을 바탕으로 데즈카 마코토와 시나리오 작가가 최종 시나리오를 만들었고 등장인물들의 얼굴도 테즈카 프로덕션의 손을 거쳐 완성됐다. 사실상 AI와 인간의 공동작업이었다.

잡지 모닝 측은 ‘데즈카 오사무 AI’라는 이름으로 향후 본격 연재를 목표로 하고 있다. 저작권은 데즈카 2020 프로젝트에 귀속시켜 테즈카 프로덕션과 구리하라 교수 연구팀, 기오쿠시아가 공동 관리할 방침이다.

그러나 마이니치신문은 “저작권을 공동 관리하는 방식은 오래 유지되지 않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AI가 조만간 무한하게 작품을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출 경우에는 작품의 유한성을 전제로 대가를 지불해온 저작권의 의미마저 근본적으로 뒤흔들릴 것이란 게 이유다.

2017년 일본 정부 보고서에 따르면 AI를 도구로 활용해 인간이 창작한 경우엔 저작권을 인정하지만, 인간이 창작에 관여하지 않은 채 AI가 만들었을 경우에는 이를 인정하지 않는다. 저작권을 인간의 창작물에 대한 권리로 해석한 것이다. 일본 현행법도 저작권의 대상을 ‘인간의 사상이나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로 정의하고 있어 사상과 감정이 없는 AI는 저작권의 대상이 아니다.

다만 인간이 창작 과정에서 AI를 활용했는지 또는 AI가 전적으로 창작한 것으로 간주할 수 있는지에 대해선 명확하게 선을 긋기가 어렵다. 파이돈의 사례처럼 인간과 AI의 협업을 통해 고인이 된 유명 작가의 신작을 발표하는 경우에도 저작권자가 작가인지 AI를 만든 사람인지 아니면 AI인지가 모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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