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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산의 맛, 야생버섯여름의 절정이 지나면 산에는 짙은 가을향이 퍼집니다.
바야흐로
야생버섯의 계절입니다. 여름의 끝자락에 모습을 보이기 시작하는 꾀꼬리버섯부터, 가을이 깊어져야 만날 수 있는 싸리버섯, 국수버섯, 능이버섯, 송이버섯, 밤버섯, 개암버섯, 흰굴뚝버섯 등 이름도 모양도 낯선 야생버섯이 지천입니다. 예쁜 모양에 유혹되어 멋모르고 먹었다간 목숨이 위험해질 수 있는 아찔한 야생버섯이지만, 위험을 무릅쓰고 식탁에 올렸던 유혹의 맛을 포기하기는 쉽지 않죠.
가을이
오면 양양, 평창, 홍천,
괴산, 옥천 봉화, 보은, 영동, 무주, 합천 등
산간 지방의 시장에서 어렵지 않게 야생버섯을 만날 수 있습니다. 별다른 처리 없이 바로 먹어도 탈이 없는
능이, 송이, 꾀꼬리, 국수버섯
등은 바구니에 수북이 쌓아 두고 안내 없이 판매합니다. 단, 대부분의
야생버섯은 미량의 독이 있어 안전하게 먹는 방법을 열심히 설명해 주죠. 이때 흘려들으면 낭패를 봅니다. 야생버섯을 구입할 때는 평소 알고 있는 버섯이라고 해도 손질 방법과 요리 방법을 한 번 더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야생버섯 요리를 판매하는 여러 식당에서는 버섯을 소금물에 삶고 헹구기를 여러 차례 반복한 후 소금에 절여 냉장
보관합니다. 야생 버섯의 독성은 대부분 이 과정을 반복하면서 사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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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버섯을
싸잡아 잡버섯이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지만 모양 따라, 이름 따라 맛도 향도 제각각입니다. 황금비단그물버섯은 데치면 미끄덩한 적갈색으로 변하는데요. 후들후들한
식감과 매끈하고 검붉은 겉모습 덕에 (생)간버섯이라고 불리며
마치 생간을 참기름 소금에 콕 찍어 먹듯 숙회로 즐기는, 미식가의 버섯입니다.
말릴수록
향이 좋아지는 꾀꼬리 버섯은 해외에서 더 유명한데요. 샨트렐(Chanterelle)이라고
불리며 파스타에 넣어 먹곤 합니다. 한국에서는 지리산 권역에서 즐겨 먹으며 호박과 고추를 함께 넣어
버섯 찌개를 끓이거나 들기름에 볶아 먹곤 하지요.
먹버섯이라
부르는 까치버섯은 한국의 트러플이라고 할 정도로 향이 진하고 독특합니다. 제가 아는 요리사는 이 까치버섯을
사기 위해 해마다 직접 소백산의 시장으로 향하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습니다. 독특하고 고급스러운 요리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꼭 맛보기를 권합니다.
느타리버섯이나
잎새버섯처럼 재배가 되지만 이 계절에만 반짝, 자연산으로 만날 수 있는 버섯도 많습니다. 야생에서 자란 버섯은 본인의 개성을 더욱 뚜렷하게 뿜어냅니다. 자신이
자라난 토양의 향과 자신을 덮고 있던 낙엽의 향, 자신이 기대어 살아가는 나무의 향을 모두 품은 자연의
맛, 그 자체입니다.
야생버섯을
취재할 때 빼놓지 않는 곳이 있다면 괴산의 청천시장과 홍천의 오일장입니다. 충청도와 강원도를 대표하는
야생버섯 시장이 열리는 곳이죠. 특히 소백산 자락의 괴산, 영동
등에는 자연산 버섯 찌개를 하는 곳이 넘쳐납니다. 맛과 향이 뚜렷한 여러 가지 야생버섯이 한 냄비에 들어가니, 버섯 맛이 구별이나 가겠어? 싶은 생각이 들겠지만, 얼큰하고 강한 양념에도 밀리지 않고 저만의 맛을 옹골차게 간직합니다. 놓치고
싶지 않은 가을 산의 맛, 야생버섯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