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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차르트에게는 슬픔을 즐거움으로 만드는 재능이, 베토벤에게는 고난과 역경을 위대함으로 승화 시키는 힘이 있었지만 차이코프스키는 자신의 작품에 흐르는 아름다운 멜로디와는 상관없는 삶을 살았다. 차이코프스키는 항상 불안해했고 항상 괴로워했다.

마음에 이는 괴로움이 천성으로 인한 것이었다면 그렇게 아름다운 멜로디들이 쏟아져 나온 것 또한 천부적인 재능 덕분이 아니었을까? 표트르 일리치 차이코프스키의 죽음은 여전히 호사가들의 입방아에 오른다. 냉수를 마시고 콜레라에 걸려 죽었다는 것은 위대한 거장의 죽음치고는 너무 허망한 것이었으나, 차이코프스키 연구가 진행된 지금에 이르러서는 급반전되었다. 

극도의 우울감으로 인해 자살했다는 설과, 자신의 조카 블라디미르 다비도프(Vladimir Davydov)를 사랑해 동성애를 엄히 금하는 사법 당국에 의해 ‘명예자살’ 선고가 내려서 자살했다는 설이 근래에 떠오른 차이코프스키의 죽음에 관한 이야기이다. 아 지금도 ‘콜레라설’은 유효하다. 하지만 이런저런 이야기만이 떠돌 뿐 아직도 명확한 것은 없다.

그의 작품에 관해서는 생전에도, 사후에도 이런저런 말이 많았다.

하지만 말년에는 수많은 영광을 누렸던 작곡가를 의도적으로 폄하해서 더 위대한 인물로 남기고 싶은 후대의 그릇된 욕망은 잘못된 정보를 낳기 마련이다. 예를 들어 차이코프스키의 3대 발레곡으로 유명한 '호두까기 인형', '백조의 호수', '잠자는 숲 속의 미녀'가 작곡가 생전 비판 받았다는 설은 사실이 아니다. 

명작은 으레 그 시대의 풍파를 맞고 성숙한 평가를 받는다고 이야기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차이코프스키의 작품이 홀대 받았던 것은 아니다. 그는 시대를 대표하는 작곡가였고 발레음악 또한 좋은 평가를 받았다. 다만 음악이 발레에 어울리지 않게 ‘너무 아름다워서’ 몰입을 방해한다는 것이 비판의 대상이었다. 음악 그 자체에는 죄가 없었다.

평생을 마음의 힘겨움으로 고통 받아야 했던 차이코프스키에게 사랑에 관한 문제는 해결 불가능한 영역이었다.

그가 동성애자였다는 사실은 이제 널리 알려지게 되었지만 당시의 사회 풍조는 동성애를 엄히 금했던 시대였고, 안토니나 밀류코바(Antonina Miliukova)라는 여인을 통해 자신의 사랑을 이성과의 관계에서도 증명해보고 싶은 그의 치기 어린 시도는 결국 파국을 맞게 된다. 그렇다면 ‘얼굴을 드러내지 않았던 후원자’ 폰 메크(Nadezhda von Meck) 부인은 차이코프스키에게 어떤 존재였을까? 차이코프스키는 돈이 필요 했다. 

자신의 호화로운 씀씀이를 지탱해주고, 작품 활동에 매진 할 수 있을만한 여유를 폰 메크 부인은 제공했고 부인 또한 위대한 예술가를 지원해준다는 명목 아래 자신의 존엄성 세울 수 있었다. 어쩌면 세간의 아름다운 묘사와는 다르게 둘은 다른 이유로 서로에게 꼭 필요했을지도 모르겠다.

53세라는 길지도, 짧지도 않은 생에서 차이코프스키는 아름다운 작품을 많이도 써냈다.

아름다운 멜로디의 정의는 객관성을 획득하기 어려운 영역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이코프스키의 멜로디는 아름답다는 말로 밖에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그의 작품에서 무미건조하고 타성에 젖은 듯 흘러가는 멜로디는 없다. 선율은 유연하고 관현악에 쓰이는 악기 하나하나, 마치 꼭 맞는 옷을 입은 듯이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소리를 낸다. 

아름다움에 우아함을 더하는 방법을 차이코프스키는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다. 차이코프스키는 내면에 흐르는 괴로움을 보석으로 만든 음악가였다. 그가 남긴 작품을 조금 더 귀 기울여 감상하는 것, 그것이 차이코프스키의 인생을 가장 훌륭한 방법으로 기리는 것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