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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즈카 오사무,

좋아하는 것을 선택하라

많은 친구들이 아톰을 알고 있을 거예요. 하지만 만화영화로 볼 기회는 없었을 테죠. <철완 아톰>이 일본 최초의 애니메이션으로 TV에 방영된 것이 1963년이었으니까요. 아톰의 제작은 일본 애니메이션 산업의 커다란 역사적 도약으로 기록되고 있어요. 그리고 그 중심엔, 만화가 데즈카 오사무가 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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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곱슬머리를 흔들면서 오늘도 안경잡이가 나타났다. 
나왔다. 나왔다. 60미터 접근, 안경잡이가 나타났다.”

작은 몸집에 커다란 안경. 소극적인 성격에 체육도, 싸움도 잘하지 못하는 소년은 친구들에게 놀림 받는 것이 언제부터인가 당연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렇다고 거기에 무덤덤해지는 것은 아니었어요. 도리어 상급 학년이 되면서 아이들의 따돌림은 더 심해졌으니까요. 소년이 학교에서 돌아오면 어머니가 오늘 몇 번이나 울었냐고 물었을 정도로요. 그래서 소년은 자신만이 할 수 있는 것을 찾기로 결심했어요. 아무도 무시 못 할 특별한 능력을 키운다면, 그만큼 강해져서 괴롭힘을 당하지 않을 거라 생각한 거죠. 그는 만화를 아주 잘 그렸고, 좋아했어요. 이야기를 지어내는 것도 흥미 있어 했고요. 그래서 매일매일 만화를 그렸죠. 놀려대던 친구들은 어느새 소년이 그린 만화를 돌려보면서 즐거워했고, 점점 안경잡이라 놀리지 않게 됐죠. 대신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어요. ‘데즈카 군’이라고요. 바로 이 소년이 훗날 일본 만화영화의 아버지라 불리는 데즈카 오사무입니다. 

만화에 빠진 괴짜 소년

데즈카 오사무는 1928년 일본 오사카에서 유복한 가정의 첫째 아이로 태어났습니다. 오사무의 아버지는 대기업 중역이었는데, 만화와 영화에 열광했다고 해요. 그는 ‘파티베이비’라 불리던 홈무비(수동으로 돌리는 영사기)를 사들고 와 데즈카에게 재미있는 영화를 보여 주었어요. 백화점에서 직접 필름을 사 가지고 집에서 직접 영화를 상영할 정도로 열성이었죠. 덕분에 데즈카는 어릴 때부터 미국의 단편 희극 영화는 물론, 채플린의 영화며 미키마우스가 등장하는 초기 만화영화까지 쉽게 접할 수 있었어요. 그야말로 큰 행운이었죠. 

데즈카는 특히 디즈니의 만화를 보면서 만화와 사랑에 빠졌어요.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본격적으로 만화를 그리기 시작했죠. 비록 영화에서 본 그림들을 따라 그리는 수준이었지만, 엄연한 만화의 형식은 따르고 있었어요. 하지만 당시 만화에 대한 인식은 좋지 않았죠. 어른들은 만화책을 아이들에게 헛된 망상이나 키우게 하고 공부를 방해하는 ‘못된 책’으로 생각했으니까요. 요즘은 많이 나아졌지만, 그래도 여전히 만화에 대한 나쁜 선입견이 있는 것처럼 말이에요. 하지만 데즈카의 집은 그렇지 않았어요. 오히려 그의 아버지는 데즈카가 만화에 흥미 있어 한다는 것을 알고 많은 만화책을 사다 주었죠. 어머니 역시 동화책 대신 만화책을 효과음까지 내면서 실감나게 읽어줬고요. 이러한 어린 시절의 기억들은 데즈카가 성장한 후 작품 활동에 큰 영향을 끼치게 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