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화로 보는 논술] 그리스 지배했던 '로마'가 문화·예술은 정복당했다?
입력 2010.12.02 03:07
로마 '판테온'
  • 로마제국의 서막을 연 아우구스투스 황제(Augustus, 기원전 63년~기원후 14년)는 "내가 발견한 로마는 진흙으로 돼 있지만, 내가 남기는 로마는 대리석으로 돼 있을 것"이라는 말을 남겼다. 세계 곳곳에서 지금까지 위용을 자랑하는 로마의 공공 건축물을 보면 그의 말이 맞았음을 알 수 있다. 로마제국 시대에는 특히 공공건축, 공공미술, 실용미술, 선전미술이 발달했다. 건축 공학기술이 눈부시게 발전하면서 공회당, 목욕탕, 원형경기장, 바실리카 등이 전에 없던 대규모로 로마제국의 지배지 곳곳에 지어졌다. 이러한 건축공학과 토목공학 기술의 발달은 로마제국은 물론 세계사적으로도 위대한 유산을 남겼다.

    ◆그리스문화를 계승해 응용·변형시킨 로마문화

    로마 건축양식의 특징을 하나하나 살펴보자. 로마 건축물은 제국의 위용을 과시하기 위해 거대한 규모로 지어졌다. 황제의 위엄, 정치인의 공적, 군사적 영광을 묘사한 실용가치를 추구하면서도 완벽한 건축미를 추구한 것이 특징이다. 인류 최초로 콘크리트를 사용했으며, 제국 전체에 걸쳐 거대한 종교적, 정치적, 군사적 기념비와 공공시설물을 세웠다.

    로마문화는 그리스문화에 대한 존경심을 바탕으로 둔다. 선진문화인 그리스문화에 압도당해 무조건 모방하며 계승했고, 이어 응용·변형 과정으로 나아갔다. 그리스 미술을 복제하고 변형하던 과정에 로마인의 실용적 경향이 더해졌고, 이러한 로마문화는 빠르게 전 세계로 퍼져 나갔다. 로마가 정치·군사적으로는 그리스를 지배했으나, 문화·예술 면에서는 오히려 정복을 당한 셈이다.

    그 증거 중 하나가 바로 건물 입구나 창문에 쓰인 반원 모양의 '궁륭형 아치(Vault Arch)'다. 로마는 그리스가 제시한 원과 삼각형의 기하학 개념을 활용해 아치 형태의 독특한 양식을 발전시켰고, 우주를 상징하는 반구형 돔(Dorm) 지붕을 개발했다. 아치와 돔 지붕 양식에 석축으로 벽을 세우는 견고한 건축양식을 개발해 최초로 거대한 실내 공간을 받침대 없이 덮을 수 있게 됐다. 천장은 위로 높이 솟게 하여 넓은 내부 공간의 효용성을 강조했다. 그리스건축의 기하학을 더 발전시켜 원형, 타원형, 직사각형으로 구성된 복합적이고 곡선적인 건축 구성미를 추구했다. 이렇게 그리스건축을 변형해 만든 로마 건축물의 결정체가 바로 '판테온(Pantheon)' 신전이다.

  • 판테온 신전, 기원후 118~126년, 로마, 이탈리아.
  • ◆로마미술의 절정을 보여주는 판테온 신전

    기원후 118~126년에 지어진 판테온 신전은 지금도 예배장소로 사용되는 고전시대의 유일한 신전이다. 높이 솟은 로툰다(반구형 지붕으로 덮힌 원형 홀)가 있으며, 로마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 중 하나로 꼽힌다. 로마의 구조적 창의력과 미학의 절정을 보여주는데 로마제국의 초대 황제 아우구스투스 황제 때 아그리파가 지었던 신전을 대신해 하드리아누스 황제(기원후 117~138년)가 건립했다. 그리스문화에 사로잡힌 하드리아누스 황제는 '고전의 부활'을 강조하며 그리스문화의 전통을 계승하고자 했다. 지은 지 1900년이 지났어도 그 위용을 자랑하는 판테온 신전은 르네상스의 거장 미켈란젤로가 "인간이 아니라 천사의 디자인"이라고 찬사를 보낼 정도였다.

    판테온 신전을 지은 로마인은 공학적으로 매우 과감한 시도를 했다. 총 무게가 5000톤에 이르는 둥근 돔 천정의 하중을 610㎝ 두께의 벽이 지탱한다. 43m인 돔의 폭은 정확하게 원통형 벽체의 높이와 일치해 완벽한 조화와 비례감이 돋보인다. 원형과 정사각형이 완전한 조화를 이루는 내부는 궁륭형 천정과 꼭대기에 하늘을 볼 수 있는 거대한 구멍이 뚫려 있어 창문이 하나도 없어도 위로부터 풍부하고 고른 빛을 받는다.

    태양빛이 환하게 비추는 판테온의 실내는 경이로움과 따스함이 온전히 전해진다. 지금도 수많은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판테온에는 르네상스 시대의 또 한명의 거장, 라파엘로가 묻혀 있다. 젊고 아름다운 외모로 인기를 끌었지만, 자신의 천재성을 다 펼치지 못하고 아깝게 요절한 라파엘로의 흉상과 그 아래의 무덤이 조용히 관광객을 맞이하고 있다.


    ※더 생각해볼 거리

    천 년 제국 로마는 정치·군사적으로는 그리스를 지배했으나 문화·예술 면에서는 오히려 정복당했다고 볼 수 있다. 그리스와 로마의 문화예술 사례를 찾아서 비교해보고, 그 원인과 양상에 대해 생각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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