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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인터뷰] 장혁 "열정 많은 '호감형' 배우 되고 싶다"


입력 2017.03.27 07:30 수정 2017.03.27 07:28        김명신 기자

영화 '보통사람'서 안기부 실장 역

파격 악역 불구 섬세한 연기로 호평

영화 '보통사람'서 안기부 실장 역
파격 악역 불구 섬세한 연기로 호평

배우 장혁은 영화 ‘보통사람’에서 안기부 실장 최규남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 싸이더스HQ 배우 장혁은 영화 ‘보통사람’에서 안기부 실장 최규남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 싸이더스HQ

평범하지 않았던 시대, 평범한 삶을 살고 싶었던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 평범하지 않은 인물이 있다.

배우 장혁은 영화 ‘보통사람’에서 평범한 삶을 꿈꾸던 보통의 사람이 아닌, 그 반대편의 인물로 그려진다. 그간 선과 악의 선을 넘나들며 다양한 연기 스펙트럼을 쌓아온 장혁은 이번 작품을 통해서는 ‘안타고니스트(antagonist)’에 대한 열정을 또 한 번 쏟아 부으며 극의 긴장감을 높여주는 인물로 표현됐다.

“개봉을 앞두고 일반 시사회에 참석해 영화를 봤는데 불이 켜지기 전 밖으로 나왔다”고 고백할 정도로 장혁은 극중 안기부 실장 최규남 역으로 파격 변신을 단행했다. 영화 ‘보통사람’이 감독의 메시지가 분명한 영화다 보니 극적 인물인 ‘최규남’ 역시 롤모델 오해를 불러일으킬 정도로 민감하고 정적인 캐릭터로 구현됐다.

서울 팔판동 모처에서 만난 장혁은 “왠만하면 영화다 다 끝나고 불 켜진 후 관객들 반응을 보고 상영관에서 나오는데 일반시사회는 그냥 나왔다”며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그러면서 “용띠클럽 친구들 중에 차태현이 참석했는데, 별 말이 없더라. 그의 그런 반응은 나쁘지 않다는 것”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어쨌든 가고자 하는 길을 가야 하는 인물이었어요. 누군가는 보통의 삶을 꿈꾸었다면 최규남은 국가의 발전, 그것이 곧 규율이고 통제라고 배운 인물이거든요. 극 마지막에는 연민 아닌 연민까지 들 정도였어요.”

배우 장혁은 영화 ‘보통사람’에서 안기부 실장 최규남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 싸이더스HQ 배우 장혁은 영화 ‘보통사람’에서 안기부 실장 최규남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 싸이더스HQ

‘보통 사람’에서의 장혁은 연기톤이 한층 다운된, 그러면서도 ‘툭’ 던지는 대사가 압권이다. “벽 같은 인물”, “무감정의 캐릭터”라는 감독의 주문대로 그는 자신의 스승을 찾아갔을 때와 마지막 엔딩 부분을 제외하고는 거의 발성톤 자체에 무게를 두고 연기 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렇다고 결코 가볍거나 느슨한 템포의 연기는 아니다. 오히려 그의 ‘툭’ 던진 대사로 인해 배우들간의 긴장감은 더욱 강렬해진다.

“연기를 꾸미지 않아서 좋았어요. 촬영 현장도 배우를 가두는 식이 아닌, 장소를 제공한 느낌이랄까. 알아서 하세요 라는 주문으로, 그런 느낌이 있다 보니 배우들 간의 소통이 더 원활했던 거 같아요. 특히 손현주 선배와 영화를 해보고 싶었고, 연기를 하면서 느껴지는 기류랄까 그런 것들을 많이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됐죠.”

장혁은 언론 시사 후 “배역은 미워하되 배우는 미워하지 말아달라”는 말을 남겼다. 그 만큼 시대적 배경과 맞물려 민감한 캐릭터였음에도 불구하고 영화 ‘보통사람’을 선택한 이유는 배우 손현주와 그리고 김상호 등 출연배우들의 영향이 컸다. 특히 2008년 영화 ‘타짜’ 이후 9년 만에 함께 하게 된 손현주에 대한 믿음과 기대, 연기 스펙트럼에 대한 갈증, 안타고니스트에 대한 또 다른 도전 등이 이번 작품에 이끌리게 했다.

배우 장혁은 영화 ‘보통사람’에서 안기부 실장 최규남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 싸이더스HQ 배우 장혁은 영화 ‘보통사람’에서 안기부 실장 최규남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 싸이더스HQ

장혁은 “내 연기가 많이 보일 필요가 없던 작품”이라면서 “최규남이 강렬해 보이는 것도, 극의 중심에서 보이는 것도 내 의도가 아닌 주변 배우들과의 합에 의해 이뤄진 결과물”이라며 자세를 낮췄다. 그러면서도 ‘군부독재 시대 속 소통이 아닌 통제와 규율을 따라야 했던 인물’을 설득력 있게 표현하기 위해 부던히 노력했던 속내도 털어놨다.

“촬영을 다 마치고 감독과 이야기를 했죠. 최규남이라는 인물이 과연 성진(손현주)이라는 인물을 알까. 그 시대에 얼마나 많은 ‘성진’이 있었겠나. 그런 사람들이 살아왔다는 것이 이 영화의 화두였거든요. 정치색깔이나 그런 것보다 1980년대 사람들의 이야기, 끝끝내 살아 남은 사람들의 이야기 말이죠. 거기에 ‘통제를 대변하는 인물’이 규남이었던 거죠.”

배우는 ‘설득력’이 중요한 직업이라고 말했다. 그 시대 최고의 악역도, 최선의 선역도 모두 관객들을 설득시키고 이해를 시켜야 하는 사람들이 배우라고 설명했다. 그러기 위해 그는 자신이 출연한 작품과 대본들을 모두 소장하고 있다. 작품들 속 자신의 연기를 보면서 과거의 배우 장혁과 20년이 지난 지금의 배우 장혁, 작품에 임하는 자세, 열정, 캐릭터 소화력, 그리고 얼마나 대중을 설득했는지에 대한 해답 등을 찾기 위한 노력의 일환인 셈이다.

그러면서 체력적으로는 ‘복싱’으로 연기 열정을 이어가고 있다. 3분간 뛰고 30초간 쉬고, 그를 반복하면서 한 라운드를 마치는 선수들과 호흡하면서 그들의 열정을 배우고 정신력, 집중력을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배우 장혁은 영화 ‘보통사람’에서 안기부 실장 최규남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 싸이더스HQ 배우 장혁은 영화 ‘보통사람’에서 안기부 실장 최규남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 싸이더스HQ

“지금도 앞으로도 ‘열정’이 식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액션도 좋고, 로코도 좋아요. 다른 연기를 하고 있는데 똑같아 보인다는 평가를 얻으면 배우로서 또 다른 노력과 시도를 해야 하죠. 그 열정의 바탕이 되는 게 복싱이거든요. 선수들의 피 땀흘리는 마인드로 현장에 가면 내가 뭘 잘 할 수 있을까 설레요. 촌스러워도 열정이 있는 게 더 값어치 있어 보이거든요. 데뷔 첫 촬영 때를 기억해요. 앞으로도 기억할 거 같아요. 액션 보단 리액션이 좋은, 호감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웃으면서 살려구요. 소소한 행복이요? 집에서 아이들과 있는 순간이요.”

김명신 기자 (sini@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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