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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 "'노처녀' 시선 부담…결혼은 아직"(인터뷰)


입력 2015.03.09 10:22 수정 2015.03.16 09:48        부수정 기자

'가족끼리 왜 이래' 차강심 역 맡아 열연

"국민 드라마에 참여하게 돼 무한 영광"

지난달 종영한 KBS2 '가족끼리 왜 이래'에서 차강심 역을 맡아 열연한 김현주. ⓒ 에스박스미디어 지난달 종영한 KBS2 '가족끼리 왜 이래'에서 차강심 역을 맡아 열연한 김현주. ⓒ 에스박스미디어

연기자 김현주는 못내 아쉬운 표정이었다. KBS2 '가족끼리 왜 이래' 종영 후 쏟아진 인터뷰 요청. 주어진 시간은 고작 60분 남짓. 그는 취재진의 질문에 경청하며 성심성의껏 답했다. 특유의 싱그러운 미소는 덤이다.

1996년 가수 김현철의 '일생을' 뮤직비디오로 데뷔해 어느덧 30대 후반이다. 내년이면 마흔. 결혼과 관련된 질문은 피할 수 없다. "노처녀라는 시선이 싫다"며 투정 섞인 말을 한 그는 "아직 여유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현주는 '반짝반짝 빛나는'(2011)에서 잘 나가는 출판사 팀장이었고, '바보엄마'(2012)에선 패션잡지 최연소 편집장이었다. 외모와 능력도 출중한 '훈남'이 그의 곁을 지켰다. '가족끼리 왜 이래'에서도 마찬가지다.

노처녀이자 대기업 비서실장 차강심으로 분해 노총각 문태주 상무(김상경)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사랑에 서툰 두 사람이 초등학생처럼 티격태격하는 모습은 소소한 재미를 줬다. 드라마 종영 시청률은 무려 43.1%(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대중의 사랑을 한몸에 받아 행복했을 김현주를 지난 5일 서울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40% 시청률 예상 못 해…소중한 추억"
'가족끼리 왜 이래'는 는 부모와 자식의 화해, 그리고 가족 간의 사랑이라는 보편적인 소재를 뻔하지 않게 그려내 국민 드라마에 등극했다. 아버지 차순봉(유동근)이 3개월 시한부라는 설정은 익숙했고, 이기적인 자식들의 모습 또한 많은 작품에서 봐왔다. 그런데도 인기를 얻은 이유는 자칫 신파로 빠질 수 있는 소재를 밝은 분위기로 담아냈기 때문이다.

마지막회에서 순봉을 떠나보낸 김현주는 "어둡고, 슬프게 가지 않았으면 했다"며 "좋은 드라마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고 말했다. "국민 드라마인 동시에 '막장' 요소가 없는 착한 드라마가 돼서 뜻깊어요. 무엇보다 작가님의 공이 크죠."

강은경 작가는 촬영 2주 전에 대본을 배우들에게 건넸다. 촬영장은 여유가 넘쳤다. 대사 외우기에 급급할 필요도 없었고, 극의 흐름도 정확히 파악했다. 다른 배우들의 대사까지 외울 정도였다고. 밤을 새운 적도 없었다.

"새벽 넘어서 촬영을 끝낸 적이 세네 번뿐이었어요. 제작진과 출연진 모두 심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편안했죠. 시간이 남아서 회식도 자주 했어요."(웃음) 현장 분위기가 이러니 팀워크는 말이 필요 없다.

"정말 좋았어요. 마지막회가 끝나고 메신저 단체 대화방에서 서로 대화하면서 울기도 했죠. 드라마 제목에 '가족'이라는 단어가 들어가서 그런 걸까요? 다들 실제 동생, 언니, 아버지 같았죠. 그립고 여운이 남아요."

순봉의 병을 알고 가슴 치며 눈물을 쏟은 연기는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그는 드라마를 찍는 동안 자식으로서 부족한 모습을 발견하며 반성했다고 했다. 아버지에게 무뚝뚝한 딸의 모습, '피곤하다'며 아버지가 정성껏 차려낸 밥상을 무시하는 장면 등에서 특히 그랬다.

"자식들은 부모가 영원히 곁에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슬프게도 현실은 그렇지 않아요. 나중에 후회하지 않으려면 사랑한다는 표현을 자주 해야 합니다. 저도 부모님께 살가운 딸이 아니라서 잘 해드려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김상경과의 코믹 연기는 단연 화제였다. 30대 커플들이 펼치는 로맨스가 풋풋하고 귀여워 보이기는 처음이라는 시청 평이 줄을 이었다. 12년 전 MBC '마지막 전쟁'에서 호흡을 맞춘 바 있는 김현주는 "(김상경이) 그때보다 말이 더 많아졌다"며 "촬영장에 들어설 때부터 말이 튀어나와 귀가 따가울 정도"라고 웃었다.

"애교 많은 문상무와 무덤덤한 강심의 상반된 모습이 주효했죠. 사내에서 알콩달콩 사랑하는 장면들이 더 많았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아요."

지난달 종영한 KBS2 '가족끼리 왜 이래'에서 차강심 역을 맡아 열연한 김현주. ⓒ 에스박스미디어 지난달 종영한 KBS2 '가족끼리 왜 이래'에서 차강심 역을 맡아 열연한 김현주. ⓒ 에스박스미디어

연기 생활 18년…롱런한 비결
김현주는 '궁중잔혹사 - 꽃들의 전쟁'(2013), '파트너'(2009), '꽃보다 남자'(2009), '인순이는 예쁘다'(2007) 등 다수의 작품에 출연했다. '햇빛 속으로'(1999), '유리구두'(2002) 등에선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조금 있으면 데뷔 20년이라고 했더니 "올해 18년째"라며 눈을 흘긴다.

단단한 연기 내공은 그냥 나오지 않는다. 마냥 연기만 잘한다고 대박을 치는 것도 아니다. 작품 운도 따라줘야 한다. 아무리 배우가 잘했더라도 작품이 혹평을 받거나 저조한 시청률을 기록하면 대중의 시야에서 사라지는 게 배우의 삶이다.

김현주도 비슷했다. 작품이 잘 안됐을 땐 힘들었고 다 놓아버리고 싶었던 적도 있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다. 안간힘을 냈고, 다행히 툴툴 털고 일어났다. 힘들 때마다 곁을 지켜준 사람들 덕분이다.

"5~6년 전에는 작품이 잘 된 게 제 덕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러다 고마운 사람들이 눈에 보였고, 제가 그 사람들 속에 속해 있는 사람이라는 걸 느꼈죠. 시야가 넓어졌고 날 위해 일해주는 분들을 떠올리며 생각을 바꾸게 됐습니다. 지금은 모든 상황이 감사해요."

특히 '꽃보다남자'(2009)를 통해 연기와 인생을 한 발짝 물러나서 보게 됐다. 당시 특별 출연한 그는 반응이 좋아 조연을 맡게 됐다. 캐스팅 비화를 몰랐던 팬들은 "우리 톱스타 김현주가 주연이 아닌 거야?"라며 슬퍼했다. 김현주는 당시 경험이 오히려 행복했단다.

"같이 호흡을 맞춘 이민호와 김범이 경험한 시기를 저도 겪어본 상황에서 후배들을 보는데 짠했어요. 조연들의 심정도 이해하게 됐죠. 사실 그간 모든 드라마가 제 위주로 돌아갔기 때문에 저 말고 다른 사람의 입장을 헤아리지 못했어요. 근데 저도 겪어 보니 다른 배우들이 얼마나 외로운지 느꼈죠."

그도 언젠가는 누군가의 '엄마'나 '이모' 역을 맡을 것이다. 여배우로서 부담스러울 듯한데 그만의 재치 있는 답변이 나왔다. "아직 받아들일 준비는 돼 있지 않고, 나이듦에 대해 두렵기도 해요. 근데 뭐 어쩌겠어요. 해야죠. 대신 '예쁜 엄마'를 연기하고 싶네요. 상대 배우가 연하남이라면 더할 나위 없겠죠? 하하."

그러면서 여배우들이 설 자리가 좁아졌다고 걱정했다. "할 수 있을 때 많이 하고 싶은데 쉽지 않아요. 배우들이 경력도 쌓이고 이전보다 나아진 연기를 보여줄 수 있다고 자신할 즈음엔 입지가 흔들리는 것 같아요. 과거엔 또래 여배우들이 잘되면 시샘하고 그랬었는데 지금은 응원해주고 싶죠."

지난달 종영한 KBS2 '가족끼리 왜 이래'에서 차강심 역을 맡아 열연한 김현주. ⓒ 에스박스미디어 지난달 종영한 KBS2 '가족끼리 왜 이래'에서 차강심 역을 맡아 열연한 김현주. ⓒ 에스박스미디어

"아내·엄마 되기엔 부족한 사람"
다양한 작품에서 남자 배우들의 적극적인 구애를 받은 김현주. 예쁜 얼굴, 발랄한 성격 등 여성스러운 매력이 철철 넘친다. 눈이 높은 걸까. 남자들이 줄을 섰을 것 같은데. 도대체 남자친구는 어디 있고, 결혼은 언제 하느냐며 돌직구를 던졌다.

"어우, 스트레스예요. 대답할 것도 없어요"라는 푸념이 들려온다. 너무 지겨운 질문이란다. "젊은 친구들과 세대 차이도 안 나는데 왜 노처녀라고 하는 거죠?"

이상형은 마음이 넓은 남자. 쉬운 것 같은데 참 어렵다. "'내가 누군가에게 이상형이 될 자격이 있나?'라는 생각이 들어요. 한 남자의 아내, 그리고 한 가정을 지키는 엄마가 되기엔 아직 부족해요. 과거엔 덩치가 큰 남자가 좋았는데 지금은 겉보다 내면이 넓은 사람을 만나고 싶죠. 상상만 해도 즐거운 데요? 하하."

최근 김상경이 소개팅을 해주겠다는 얘기에 대해선 "소개팅 체질이 아니다"며 손사래를 친 뒤 "자연스럽게 만나는 게 좋다"고 했다. "제 정보를 아는 것 자체가 불쾌해요. 딱 한 번 만나서 '좋다', '아니다'를 구분하는 것도 이상하고요."

변함없는 동안 미모 비결에 대해선 "기본적인 관리는 꾸준히 받는다"며 "'예쁘다'고 생각하면서 예쁜 척을 한다"고 솔직하게 답했다.

김현주는 손재주가 있기로 유명하다. 손뜨개 도서도 냈었고, 기타 연주는 수준급 실력을 자랑한다. 그림도 꽤 그린다. 최근에는 드럼 치기에 푹 빠졌다고. "심장이 '쿵쿵' 거리면서 설레고 흥분돼요. 스트레스도 '싹' 풀리죠. 밴드 결성해서 의미 있는 일에도 참여하고 싶어요."

아무리 많은 캐릭터를 연기했지만 또 맡고 싶은 배역이 있을 터. 항상 싱글벙글 웃는 얼굴이 더욱 환해졌다. "말랑말랑한 로맨스가 탐나요. 딱 봐도 '여자'라는 느낌이 들고, 욕 나올 정도로 오글거리는 사랑을 표현하고 싶죠."

상대 배우로 멋진 연하남은 어떠냐고 묻자, 순간 배시시 웃는다. "갑자기 떨리고 설레요. 저의 새로운 세포들이 '퐁퐁' 하고 샘솟을 것 같은데요?"(웃음).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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