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임수정, 변함없는 ‘멜로 퀸’이 가능했던 3가지 이유 [OTT 내비게이션⑮]


입력 2024.03.31 11:11 수정 2024.03.31 11:11        홍종선 대중문화전문기자 (dunastar@dailian.co.kr)

‘김종욱 찾기’에서 걸어 나와 ‘싱글 인 서울’로 평행이동

털털한 솔로 연기 장인이 ‘로맨스 여왕’일 수 있는 이유

배우 임수정 ⓒ왼쪽부터 ‘김종욱 찾기’, ‘싱글 인 서울’ 스틸컷. CJENM,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배우 임수정 ⓒ왼쪽부터 ‘김종욱 찾기’, ‘싱글 인 서울’ 스틸컷. CJENM,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배우 임수정은 연애에 관심 없고 제 일에 열심인 캐릭터가 잘 어울린다. 영화 ‘김종욱 찾기’(감독 장유정, 제작 수필름, 배급 CJENM), 그로부터 13년이 지나 영화 ‘싱글 인 서울’(감독 박범수, 제작 디씨지플러스·명필름, 제공·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에서도 임수정은 솔로다.


연애 한 번 제대로 못 해 본 느낌의 인물을 흐트러진 웨이브 긴 머리에 털털한 성격으로 실감 나게 연기하는 배우에게 웬 ‘멜로 퀸’이냐고? 그래서 로맨스의 여왕이다.


이유는 두 가지다. 연애에 무관심하고 소 닭 보듯 하던 그녀가 관객인 우리가 그토록 응원하던 대로 드디어 사랑에 빠지면 이보다 달콤하고 이보다 운명적으로 느껴질 수가 없다. 사랑과 연애 앞에 커다란 ‘장해물’이 있던 인물이 이를 극복하고 빠지는 연애야말로 ‘멜로의 정석’이다.


두 번째는, 연애 젬병일 것 같던 사람이 이미 시작된 사랑을 스스로 인정하는 순간부터는 누구보다 열심히 뜨겁게 사랑해서다. 그 뜨거움의 바탕에는 솔직함, 자신의 감정을 가감 없이 드러내는 당당함이 있다. 외모만 털털한 게 아니고 연애를 대하는 태도도 털털한 그녀들을 배우 임수정은 현실감 나게 연기한다.


자연스러운 연기 ⓒ ‘싱글 인 서울’ 포스터,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자연스러운 연기 ⓒ ‘싱글 인 서울’ 포스터,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현실감, 가짜 같지 않고 진짜 같은 느낌을 준다는 것은 연기의 지상 목표일 수 있다. 배우 임수정의 연기가 진짜처럼 보이는 바탕엔 딕션(정확한 발성과 발음) 좋고 표정 좋은, 작품과 장면에 딱 맞는 연기력이 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크게 부풀려 스프레이로 고정하지 않은 그의 헤어스타일처럼 배우 임수정의 표현이 자연스럽다는 사실이다. 과하지 않은 표정, 과장되지 않는 말투, 힘주어 연기하지 않아서 더 주목되는 연기다.


‘제일’ 중요한 것은, 이 모두를 합한 임수정의 표현들이 사랑스럽다는 것이다. 똘망똘망했다가 졸린 듯 아련하게 뜨는 눈, 독했다 얄미웠다 귀여웠다 시시각각 변하는 입꼬리, 기쁨이 담뿍 담겼다가 금세라도 눈물이 뚝뚝 떨어질 것 같은 눈망울, 희로애락의 모든 감정에 변함없이 섞여드는 순음(입술 부딪는 소리).


친숙한 아름다움 ⓒ김종욱 찾기’ 스틸컷. CJENM 제공 친숙한 아름다움 ⓒ김종욱 찾기’ 스틸컷. CJENM 제공

우리가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는 것은 마치, 멀리 있는 상대를 줌으로 당겨 가까이, 상세히, 깊이 들여다보게 되는 느낌인데. 멀리 대충 볼 때와 달리 그 사람 이목구비와 마음 생김새의 장점을 알게 돼 참으로 예뻐 보이는 발견인데. 배우 임수정은 자신을 ‘줌 인’(zoom in)으로 당겨보게 하는 힘을 우리에게 발휘한다.


미스코리아 진보다 내 여자친구가 더 예뻐 보이는 일상의 기적, 그 표정 하나하나 피부 솜털의 떨림마저도 관찰하는 재미에 빠지는 일상의 행복을 화면 너머 배우 임수정이 일으킨다. 전형적 연기 표정과 이질감 넘치는 미모로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그대가 아니라 내 인생에서 본 적 있는 촉촉한 눈빛과 예쁜 미소, 친숙한 아름다움을 우리 눈앞에 펼쳐 보인다.


배우 임수정의 멜로, 추억의 한 페이지에서 꺼내 온 듯 ‘진짜’ 연기 ⓒ 배우 임수정의 멜로, 추억의 한 페이지에서 꺼내 온 듯 ‘진짜’ 연기 ⓒ


기억과 추억을 이기는 건 쉽지 않은데, 배우 임수정의 연기는 그렇게 내 인생의 어느 페이지에서 꺼내온 것처럼 ‘진짜’로 다가오니 대적할 자가 드물다.


최근 영화 ‘김종욱 찾기’(2010)와 ‘싱글 인 서울’(2023)을 OTT(Over The Top, 인터넷TV)에서 연달아 보았다. 흡사 저 화면에서 걸어 나와 이 화면으로 평행 이동한 듯 배우 임수정이 빚은 캐릭터의 자연스러운 매력과 풋풋한 사랑은 한결같다. 임수정은 몇 살까지 멜로가 가능할까.

홍종선 기자 (dunastar@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