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날자 이조영 May 26. 2021

이끼는 높게 자라지 않고 넓게 자란다

가치를 전하는 메신저


메신저란?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사람들에게 전달하고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사람.
유튜버, 블로거, 전자책, 강의 판매 등


1인 기업 코치 모임인 찐친클럽은 메신저들이다. 1인 기업과 코치라는 공통분모를 가진 사람들끼리 협업하자는 의미로 만들었다. 메신저에 대해 공부도 하고 브랜드도 지을 목적으로 지난주 화요일엔 줌 회의를 했다. 각자 브랜드 명을 지어 오기로 했는데 마땅하지 않았다.

모임의 정체성을 좀 더 고민해 보자며 얘기하다가 보미 코치님의 말속에서 '이끼'가 귀에 쏙 들어왔다.

"어! 이끼는 어때요? 어감이 좋아요. 특이하구."

"이끼? 오, 괜찮은데요."

"이끼... 이끼... 음, 나쁘지 않아요."

"제가 뜻을 찾아볼게요."

길호 코치님이 인터넷에 이끼를 검색했다.





메신저는 가치와 사람을 이어준다.

물속의 이끼는 더럽고 해로운 것을 걸러내 맑은 물로 바꿔준다.
땅 위의 이끼는 나무의 밑동과 줄기를 둘러싸서 나무가 잘 자라게 해 주고, 나무는 산소를 내뿜어서 숲을 쾌적한 환경으로 만든다.
이끼는 나무뿐 아니라 동물들의 상처 치료와 인간의 외과 치료용으로도 쓰인다.
도시에선 천연 공기정화기이고 에어컨이자, 미래의 식량 부족에 대비해 유용한 영양소로써 감자보다 3배 이상 높은 비타민과 무기질이 들어 있다.


습한 곳에 살아서 부정적인 이미지였던 이끼가 없어서는 안 될 존재였다니 놀라운 발견이었다.

나무를 살리고 숲을 살리고 동물과 사람을 살리고 도시를 살리는 이끼.


이끼는 메신저 역할에 걸맞은 이름이었다. 





메신저는 수직이 아닌 수평관계다.


메신저들끼리 협업관계이며, 고객들을 섬기는 서비스 정신이 투철하다. 섬기는 마음은 수평관계일 때 가능하다. ‘이끼_함께 성장하는 사람들’이란 브랜드에서 보듯이 우리는 메신저 관계든 고객과의 관계든 수평관계를 지향한다.

일을 하다 보면 사람들 간에 수평관계를 유지하기가 어렵다. 영향력을 가진 사람이 권력을 쥐기 시작하면 어김없이 수평이 깨지고 수직관계로 바뀐다. 이런 현상에 반대되는 수평적 가치는 우리 메신저들이 마음에 새겨야 할 부분이다.


우리는 서로 섬긴다. 그게 사랑이다.



메신저는 확장성이다.


이끼는 어려운 환경에서 잘 견딘다. 강인한 생명력으로 지구 상에서 가장 멀리 퍼져 있는 식물이 되었다.

메신저도 그렇다. 메신저들 중에는 온갖 역경을 극복한 사람이 많다. 어려웠던 경험은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콘텐츠가 된다. 그것을 비슷한 환경, 또는 필요한 사람들에게 나눈다.


메신저는 특별한 사람만이 하는 것이 아니다. 삶은 역경의 과정이고, 역경을 이겨낸 사람만이 메신저로서 제 역할을 감당할 수 있다. 콘텐츠는 역경이 자원이 되는 놀라운 발견이자 특출한 재능이다. 아직도 '내가 뭐 대단하다고 메신저가 돼?'라며 자신의 삶을 비하하는 사람이 많다. 살아온 나날을 전부 종합한 게 지금의 나다. 살아온 힘과 전략도 내가 갖고 있다. 내가 어느 위치에 있는지는 중요치 않다. 삶의 자원을 가지고 지금, 무엇을, 하는지가 중요하다. 


인간과 인간의 연계, 삶과 삶의 이어짐. 

메신저는 지구 상에 널리 퍼져 가치를 전하면서 확장하는 이끼 같은 존재다. 



메신저는 함께 사는 것을 추구한다.


흙이 무너지거나 공사 등으로 맨땅이 드러나 식물이 전혀 없는 곳에 맨 먼저 나타나 정착하면서 다른 생물이 살 수 있는 터전을 만들어준다.
이끼가 자라면서 생긴 부식토 덕분에 식물들이 뿌리내릴 수 있고, 이끼 스스로가 작은 동물에게는 안식처와 음식을 제공한다.


풀꽃 - 나태주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볼수록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이끼에 대해 조사하다 보니 문득 나태주 시인의 '풀꽃'이란 시가 떠올랐다. 

화려하지도 않고 티가 나지도 않지만 열일 하고 있는 이끼가 너무 예쁘고 사랑스러웠다. 나도 그런 사람이고 싶다. 


나는 공기가 되고 싶은 사람이었다. 보이지도 않고, 가끔 망각하고 살지만, 사람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존재. 위급한 상황에서 산소호흡을 하듯, 사람들을 살리는 존재. 

예전엔 대단한 무언가가 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그럴수록 나 자신이 초라해졌다. 

정말 대단한 것이 무엇인지 이제는 안다. 뛰어난 한 사람이 아니라 보통 사람들임을. 혼자 잘 사는 것이 아니라 함께 잘 사는 것임을. 혼자서는 힘들지만, 함께 하면 힘이 된다. 


메신저는 함께 할수록 대단한 힘을 발휘한다. 





        

작가의 이전글 노오란 참외를 먹다가 울컥!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